뉴욕증시. AP=연합뉴스

주가 부담으로 나스닥 시장이 사흘 동안 10% 하락

미국 시장이 크게 하락했다. 나스닥이 사흘간 10%,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도 5% 넘게 떨어졌다. 다행히 우리 시장은 1%대 초반의 하락에 그쳤다. 유럽 선진국 시장도 모습이 비슷했는데 미국과 다른 나라 주가가 따로 움직인 것은 지난달 미국시장이 초과 상승한 부분을 빼내는 게 목적이었던 것 같다.

옵션시장이 이런 초과 상승을 만든 주역이었다. 옵션은 매수와 매도 양쪽이 미래의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매매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만일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으면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의 가격이 올라가고. 반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으면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의 가격이 올라간다.

지난달 미국에서 테슬라와 애플 주가가 크게 상승한 것은 콜옵션 매수가 대규모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콜옵션 거래량은 아마존이 15만 건, 애플은 400만 건을 넘었다. 소규모 옵션거래가 대규모 거래보다 3배 가량 많았고, 만기도 2주 내외로 매우 짧았다. 미국의 개인투자자가 콜 옵션 거래의 주역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토대에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의 40억 달러 옵션 투자가 더해지면서 대형 기술주가 상승했다.

3월 이후 6개월간 상승으로 미국 시장이 비싸진 것도 주가에 영향을 줬다. 주가순이익배율(PER)은 주가가 순이익의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 수치가 10배일 경우 현재 주가가 주당 순이익의 10배로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가 되는데 숫자가 낮을수록 좋다.

나스닥의 PER이 지난 3월 22.6배에서 최근 42.9배까지 올라왔다. 6개월여 만에 2배가 된 건데 코로나19로 이익이 줄어드는 동안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나온 현상이다. 그만큼 주가 부담이 커졌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나스닥 하락은 일시 조정의 한계에 도달

금융위기 이후 나스닥 주가는 네 번의 상승을 거쳐 현재가 됐다. 첫 번째 상승은 2009년에 시작해 2년간 117% 오른 후 끝났다. 두 번째는 4년간 120% 올랐다. 세 번째는 2016년에 시작해 4년간 88% 상승했다. 그리고 현재 네 번째 상승이 진행 중이다. 올해 3월 6600에서 시작해 8월 말에 12000을 넘었으니까 80% 넘게 상승한 셈이 된다.

이번 나스닥 상승은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됐다. 과거에는 주가가 두 배가 될 때까지 최소 2년, 길면 5년이 걸렸지만 이번은 불과 6개월 사이에 80% 넘게 상승했다.

이렇게 주가가 급하게 오른 건 대형 기술주 주가가 IT버블 때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종목이 테슬라이다. 작년 연말 50달러였던 주가가 8월 말에 500달러가 됐다.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주가가 10배 오른 건데 미래 전망이 아무리 좋아도 주가가 단기에 10배가 되면 견뎌낼 재간이 없다.

우리 시장도 고주가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올해 상반기 이익으로 계산한 코스피 PER이 24배이다.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 15배를 넘었던 적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다.

2015년 이후 나스닥이 일시적으로 조정에 들어갔을 때 최대 조정 폭은 -9%, 조정 기간은 2주 동안이었다. 이 숫자에는 올해 3월에 있었던 팬데믹에 의한 하락은 제외됐다. 지난주 3일간 나스닥 주가가 10% 하락했으니까 조정 폭은 이미 충족됐다. 남은 건 기간인데 시간은 보조 지표이므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해도 문제될 게 없다. 추세가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나스닥의 최대 조정이 충족됐기 때문에 앞으로가 중요하다. 만일 나스닥 지수가 추가 하락한다면 이는 추세의 변화를 의미한다. 앞으로 미국 시장과 우리 시장이 같이 하락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나스닥 주가 하락이 국내에서 성장주 약화를 가져와

나스닥 주가 하락은 국내 시장에 종목별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의 대형 기술주가 오를 때 같이 상승했던 성장주가 주춤해진 반면 삼성전자가 상승했다.

성장주는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러 제약 요약을 가지고 있다. 비대면 관련주는 실체가 없다. 사람간 접촉이 줄어든 상황이 오래 계속될 것이란 기대로 상승했는데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상황이 변하면 주가가 요동칠 수 있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상승의 시발점이 테슬라 주가 상승이었는데 테슬라 주가가 떨어질 경우 우리 배터리 기업 주가도 흔들릴 수 있다. 전기차 업계 내부에서는‘배터리의 내재화’란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 부분인 배터리를 지금 엔진을 만드는 것처럼 전기차 회사 스스로가 만들 것인지 아니면 외부에서 공급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다.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경우 내재화가 불가피하다. 핵심 부문을 외부에 의존하는 자동차 회사는 제대로 된 성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국내 성장주가 가지고 있는 여러 제약 요인이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제약 요인이 현실이 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성장 테마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강해 제약 요인을 넘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가가 조정에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하락 때에는 호재보다 악재에 대한 반응이 강해진다. 주가가 오르는 동안 힘을 쓰지 못했던 악재의 영향력이 갑자기 커질 수 잇다. 여기에 높은 가격이 더해질 경우 시장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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