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지주사 출범, 건설·석화 분리해 기업가치 상승 관측…주주들은 ‘섭섭'

대림산업 서울 수송동 본사 사옥.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대림산업의 지배구조 개편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온도차가 감지되는 모습이다.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시선이 다수를 차지하긴 하나, 일부 개인 주주들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대림산업은 이번 발표에서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대림산업은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와 2개의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디엘 주식회사(가칭)를 지주회사로 삼고, 디엘이앤씨(가칭)는 건설사업, 디엘케미칼(가칭)은 석유화학을 담당한다는 게 골자다. 지주사의 공식 출범은 오는 12월 4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 이뤄질 전망이다.

대림산업이 이 같이 나선 목적은 단연 회사가치 상승이다. 건설과 석유화학을 분리해 개별 성장하는 전략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림산업은 그간 연관성이 적은 건설과 석유화학을 한 데서 영위한 탓에 사업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때문에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에 증권가도 “복합기업 할인요인 제거는 긍정적”이란 평가가 다수다.

성정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건설·화학 사업가치 및 자산 가치에 대한 현저한 저평가가 해소될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된다”며 “유화사업부 투자 필요성이 상존함에 따라 건설·유화 사업부 분할에 대한 일부의 의구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분할을 결정했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주주환원 정책 부재는 아쉽다는 평가다. 지배구조 개편 공시 직후에 나온 분석보고서만 봐도 ▲소액주주 가치 제고된 것인가(DB금융투자) ▲주주환원정책 구체화 필요성(SK증권) ▲적극적 주주환원정책 요구받는 대림산업 ▲주주환원정책 기대(이베스트 투자증권) 등 관련 내용이 적지 않다.

이런 목소리가 나온 배경은 대림산업이 통상 저배당을 고수해왔다는 데에 있다. 대림산업은 대개 7%안팎의 배당성향을 유지 중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이 약 30%다. 대림산업 입장에서는 미래가치 상향을 위해 보수적 배당을 이어가는 것이지만, 지난 2분기의 경우 연속 어닝서프라이즈까지 기록했던 만큼 관련 비판이 없지 않았다.

특히 이번 지배구조 개편 발표와 관련해서는 오너 지배력 확대 이슈가 겹친 탓에 주주들의 성토가 거셌다. 대림산업 주주들이 모인 포털 커뮤니티 한 회원(아이디:mer**)은 “이해욱 회장이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손쉽게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주들에게도 적극적인 이익을 공유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빠져있어 매도 혹은 주총 시 반대를 고민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불만은 내년에 지주회사 디엘 출범 후 수순은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기 때문에 나온다. 이해욱 회장은 현재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52.3%를 가졌으며,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 지분 23.1%를 보유 중이다. 대림산업에 대한 영향력이 20%대에 그친 탓에 그간 시장에서는 이해욱 회장의 지배력이 불안정하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에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분할 후에도 대림코퍼레이션의 존속 지주사에 대한 지분율은 동일하다”며 “대림코퍼레이션과 디엘 주식회사의 합병을 통해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방법도 거론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주주환원 정책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귀담아 듣고 있다”며 “다만 당장은 그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 등을 밝히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데 대해서는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며 “기업분할을 통해 각 분야에서 최선의 역량을 발휘해 주주이익 극대화를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