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앱. 연합.

카카오뱅크의 비이성적인 시장 과열

사람의 심성은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장외 주식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이 46조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장외가격이란 것이 한국거래소에서 만들어진 공인된 가격과 달리 한두 건의 거래가 가격을 결정하고, 매수와 매도간 격차도 커 가격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문제될 수밖에 없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총 43조니까 이들을 모두 모은 것보다 카카오뱅크의 규모가 더 크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는 외환위기 이전에 있던 여러 은행을 이런저런 형태로 합친 것이다. 따라서 국책과 지방은행을 제외한 우리나라 은행 대부분을 모은 거라고 보면 맞다. 카카오뱅크는 실제 영업을 시작한 지 5년도 되지 않는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뱅크가 커졌다는 건 시장이 잘못돼도 적게 잘못되지 않은 증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은행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상품 인허가부터 대출 규모까지 곳곳에서 금융당국의 통제를 받는다. 규제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은행이 아무 제한 없이 영업을 할 수 있게 허용할 경우 은행은 리스크를 무시하고 영업에 나설 텐데 그로 인해 부실이 발생할 경우 국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은행간 이익 차별화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그만큼 기존 은행들이 신설은행보다 유리하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무시하고 카카오뱅크의 장외시장 평가액이 4대 금융지주보다 커졌다는 건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신규 상장의 영향으로 투자자들이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오래 전에 신세기이동통신이란 회사가 있었다. 이동통신회사가 SK텔레콤 하나밖에 없을 때 독점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른바 제2 이동통신회사였는데 지금은 SK텔레콤에 합병돼 사라졌다. 지금 있는 KT와 LG 유플러스가 3번째 사업자로 설립됐으니까 이들보다 역사가 오래된 회사다. 대주주도 포스코 등으로 나무랄 데가 없었다.

1998년 말에 해당사의 장외가격이 5000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다. 액면가에 가까웠었는데 세계적인 IT열풍이 불자 장외에서 주가가 10만 원으로 뛰었다. 1년 사이에 20배가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상장돼 있던 SK텔레콤보다 2배나 더 오를 정도였다.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IT버블이 터지고 SK텔레콤 주가가 하락하자 신세기이동통신의 주가도 빠르게 떨어져 2000년 말에 1만 원까지 하락했다. 1년 사이에 주가가 10분의 1 토막이 돼 버린 것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었다. 1999년 말에 KT 자회사로 이동통신사업을 시작했던 KTF의 시가총액이 KT보다 커졌다. 역사가 100년이 넘고, 국가 기관통신사이며 국내 모든 통신네트워크를 지배하고 있는 회사가 설립 5년도 안 된 자회사에게 규모로 밀린 건데 이런 현상이 타당하냐는 논란이 벌어졌고, 논쟁과 함께 주가가 빠르게 하락했다.

이번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는 과거와 다르다고 얘기한다. 주가가 오르고 난 뒤 시장에 뛰어들어 기관이나 외국인 매도를 받아주는 역할을 하고, 주가가 높을 때 들어와 손해를 보던 과거 개인투자자와 달리 이번에는 합리적이고 학습도 잘 돼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처럼 속절없이 당하지 않을 텐데 팬데믹으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 일반투자자가 먼저 시장에 들어와 매도 물량을 받아내고 수익을 낸 걸 현명한 투자자의 증거로 내세우고 있다. 지금까지는 맞는 얘기다.

문제는 앞으로다. 투자는 이성으로 시작하지만 탐욕에 의한 본능으로 끝난다. 3월에는 개인투자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해 투자를 시작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수익에 대한 욕망 때문에 합리성을 점점 잃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극단적 예지만 이전에 기업공개를 한 카카오게임즈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카카오게임즈의 장외가격이 현재 거래되고 있는 가격보다 1만 원 이상 높았는데 수익에 대한 욕구 때문에 기업의 내용을 무시한 결과다.

투기적인 투자 행태는 피해야

5만 원권 한 장과 1만 원권 5장은 같은 가치를 갖고 있다는 건 유치원 아이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 뻔한 일을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무시하고 주식 매수에 나섰다. 그 덕분에 애플과 테슬라 주가가 주식분할을 전후해 20%와 50% 가까이 상승했다. 이후 주식분할이 기업내용에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는 점은 재인식한 때문인지 주가가 단기에 급락했다가 최근 다시 회복되고 있다. 한마디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는 건데 이는 미국 주가가 장기 상승하면서 투자 성향이 공격적으로 바뀐 결과다. 국내외 모두 비이성적인 투자 행태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합리적인 판단에서 벗어난 주가는 오래갈 수 없다. 주가가 오르는 동안에는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지만 시장이 약해지면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약점이 주가를 끌어내린다. 투기적인 매매는 하지 않는 게 좋다. 가격이 좋을 때 들어가서 문제가 생기기 전에 나오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운이지 실력이 아니다. 고수익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투자행태가 걱정된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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