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5G 등 디지털 필수기술 중요도 높아져…게임 산업도 규모 키울 듯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그간 국내 경제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이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코로나19 이후의 시대에도 이들은 선두에 설 수 있을까. 또 한국에 ‘IT강국’ 수식어를 안겨왔던 통신 및 디지털 분야의 기업들은 명성을 더할 수 있을까. 더 지켜볼 필요야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여기에 ‘그렇다’고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특히 업계에서는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는 곳이 블루칩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D·N·A’에 주목하는 시장…반도체 날개 달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디지털 기술이 언제는 안 중요했느냐만, 2020년에는 그 무게감의 차원이 다르다. 코로나19로 사람 간 접촉이 제한된 탓에 어떤 형태의 소통이든 디지털을 매개로 이뤄지게 돼서다. 그래서 유행처럼 떠오른 말이 ‘D·N·A’다. 이는 각각 데이터(Data), 네트워크(Network), 인공지능(AI)을 뜻한다. 재계는 코로나19가 이들 분야의 성장 없이는 기업 경쟁력은 물론 노동생산성마저 타격을 볼 수 있다는 교훈을 줬다고 진단한다.

이에 따라 단연 기대를 모으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D·N·A에서 반도체 없이 작동할 수 있는 분야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2분기 두 기업은 불확실한 여건 속에서도 어닝서프라이즈를 냈다. 비대면 특수효과가 적잖게 작용한 게 사실이다. 글로벌 전역에서 이뤄진 재택근무 및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스마트가전 및 PC 수요가 늘면서, 그에 탑재되는 서버 반도체 등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향후 시장 기대감은 유독 남다르다. ‘2030비전’의 핵심인 시스템반도체 때문이다. 앞으로도 최소 10년 동안은 최대 관심사가 될 사항이긴 하나, 시스템반도체는 현재 삼성전자가 주력 중인 메모리 반도체 대비 미래가치가 훨씬 큰 분야다. 단연 D·N·A 전부와도 무관치 않은데, 이들 분야의 성능 자체가 시스템반도체 기술력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 견줘 삼성전자 역할은 여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SDS는 히든카드로 떠올랐다.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핵심 솔루션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에서다. 이는 지표상으로도 일부 나타난다. 지난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전부 감소한 삼성SDS지만, 3분기에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대하는 전문가들이 다수다. 증권가에서는 디지털 수요 증가로 삼성SDS의 이 시기 매출을 약 2조8000억 원, 영업이익은 약 2010억 원 정도로 추산한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7%, 2.2% 증가한 수치다.

비대면 연결성 부각…5G 세상 앞당겨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주된 특징은 비대면 연결성 강화다. 이로써 자연히 투자 속도가 더해질 분야는 5세대(5G) 이동통신이 꼽힌다. 이런 분석은 5G가 아직 글로벌 상용화를 못 이룬 탓에 발생한 불편함을 세계가 체감하면서 힘이 실렸다. 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일상화로 글로벌 네트워크 트래픽은 지속 급증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과다 수요에 따른 문제점들이 크다. 예컨대 구글은 유튜브를 SD급으로 낮췄고, 넷플릭스 등 다른 업체들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통신 네트워크를 통한 의사소통이 더 많아지고, 동영상 시청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네트워크 용량이 따라가 주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추세 강화는 앞으로도 트래픽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5G 신규 주파수 투자 및 광 투자 수요 증가를 이끌어 전 세계 5G 조기 도입을 예상하게 하는 사항”이라고 전망했다.

KT와 S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시선이 더해지는 이유다. 이에 KT는 향후 4년간 285억 원을 투입해 5G 테스트베드 환경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LG유플러스는 미국 반도체업체 퀄컴, 캐나다 벨 캐나다, 일본 KDDI 등 세계 각국 이동통신사가 연합해 만든 5G 콘텐츠 '글로벌 XR 얼라이언스'의 초대 의장을 맡아 관련 사업 강화를 본격화했다. SKT 또한 영업이익 하락을 감내한 채 5G 투자를 지속 중이다.

대전(大戰)치른 게임 ‘3N’…더 치열해질 듯

언택트 열풍이 비단 업무 일상만 바꾼 것은 아니다. 집에 머무는 사람이 많아진 만큼, 그 안에서 문화생활을 누리는 이들 역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대폭 확대한 시장이 다름 아닌 게임 업계다. 이런 배경 덕분에 게임업계는 소위 “코로나가 비껴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황을 입었다. 국내 게임 3사, 소위 ‘3N’으로 불리는 넷마블, 넥슨, NC소프트도 큰 활약을 펼쳐 이목을 끌었다.

시장에서는 3N의 성장 여력이 더 남았다고 예측한다.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한 분위기 속에서, 올해 하반기 이들 기업이 전부 ‘콘솔게임 대전’의 유력 주자로 떠올라서다. 콘솔게임은 TV에 연결해서 즐기는 비디오게임을 뜻한다. 당초 국내 시장에서 콘솔게임은 외면 받는 듯한 인상까지 남긴 분야였다. PC와 모바일 등에 밀려 점유율이 약 3%(2018년 기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콘솔시장 규모가 가파른 상승세에 접어들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이에 넥슨은 일찍이 상품성을 인정받은 ‘카트라이더’ IP를 활용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다가올 하반기 콘솔게임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엑스박스 원과 PC용으로 나뉘어 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엔씨소프트도 북미 법인 엔씨웨스트(NC West)를 통해 오는 11월 콘솔·PC 게임 ‘퓨저’를 북미·유럽에 출격시킨다. 회사의 간판 게임인 리니지 시리즈, 그리고 블레이드앤소울 등의 흥행을 뒤이어 해외 지배력 확장을 가시화할 것으로 엔씨소프트는 기대 중이다.

넷마블은 보다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르면 오는 4분기 회사 최초의 콘솔 게임을 출시한다. ‘세븐나이츠 타임 원더러’다. 공식 사이트도 일찍이 오픈했다. 앞서 PC 등으로 선보인 세븐나이츠는 세계 다운로드 6000만 건을 기록한 대흥행작이다. 넷마블은 이 외에도 국내에서 커다란 인기를 끈 ‘A3: 스틸 얼라이브’와 ‘마블 렐름 오브 챔피언스’ 등의 해외 출시도 곧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의 이 같은 행보가 국내 게임 산업 영역을 넓힐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PC·모바일에 더해 콘솔 게임 이용 시간이 증가했다는 응답비율이 40%대로 나타났다. 한구곤텐츠진흥원측은 “코로나19로 인해 게임이용 행태에 변화가 있는지 파악했으며, 그 결과 실제로 이용 시간과 비용이 증가하는 등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