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우리는 이미 코로나19 이후 세상 응시한다”…디지털 전환 한창

계산대 없는 GS25 무인편의점. (사진 GS리테일)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역사적으로 대규모 전염병 창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처럼 동시에 전 세계 인류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적은 없었다. 그나마 최첨단 의학기술이 있는 시기라 어렵게 버티고는 있지만 여전히 국가별 역량에 따라 대응 능력도 천차만별이다. 당연히 세계 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고 한국 경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크게 받았다. 코로나19는 전 산업 분야의 위축을 가져오고 있지만 아무래도 유통산업이 현장에서 직접 겪게 되는 체감도는 다른 산업에 비해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통산업의 온라인 사업영역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물류와 오프라인 매장은 코로나19 직격탄을 피할 수가 없다.

유통업 흥망성쇠의 중요한 변곡점 본격 개시

1인 가구가 늘어나고 환경 이슈가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면서 유통업계는 코로나19 확산 전부터도 이미 예전에 없었던 대응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물류와 배송이 중심인 유통업 특성상 인력을 확충하는 문제도 꾸준히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코로나19 발생 후 유통산업에 언택트(Untact) 기술 도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이에 AI, 무인배송, 로봇 종업원 등 관련 기술의 기업 적용을 지원하기 위해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AI 스마트 점포 솔루션 전문가 김종민 트라이큐빅스코리아 대표는 이 세미나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유통산업도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고 이런 격변의 시대에 파괴적 변화를 가져올 요소를 미리 파악한 후 변화 속에서 혁신을 이뤄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유통업에 있어 흥망성쇠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이 시점에 유통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시장 파괴적 요인들에 대한 국내외 주요 유통기업들의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대 변화에 따라 무인점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이다. AI, IoT, 센서기술 발달, 그리고 노동 인력 부족, 최저임금 인상 등의 이유로 이미 무인화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고 코로나19로 그 확산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김종민 대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경우 이커머스 사업자가 무인점포를 주도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롯데, 신세계, GS그룹 등 오프라인 사업자가 주도하고 있다. 완벽한 무인점포 형태는 아니지만 국내 유통시장에서는 대형 마트 셀프 계산대의 급격한 확산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유통업계, 최첨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박차

국내 편의점 업계에서도 비용효율적인 측면과 무인점포 확장 여력 측면 등을 고려해 현재는 셀프 계산대를 활용한 무인점포를 도입하고 있다. 현재 CU는 ‘바이셀프 매장’ 형태로 무인점포를 도입했다. 전용앱을 이용해 입장하고 셀프 QR코드 스캔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120개 점포에서 운영되며 주간에는 유인 매장, 야간에는 무인 매장(셀프 계산)이 운영되고 있다.

GS25는 주로 ‘셀프 체크아웃 방식’ 무인점포를 선보였다. 셀프 바코드 스캔 결제 형식의 ‘셀프형’, 전용앱을 이용하는 ‘완전 무인형’이 90개 점포에서 운영된다. 역시 주간에는 유인 매장, 야간에는 무인 매장(셀프형)이 운영되며 주야간 무인 매장(셀프형)도 운영된다. 완전 무인 매장은 아직 2곳이다.

이마트24는 ‘셀프 계산’, ‘자판기 매장’, ‘완전 무인’ 등 가장 다양한 형태의 무인점포를 도입해 52개 점포에서 하이브리드 무인점포를 운영하고 있고 세븐일레븐은 이중입장 인증&셀프 계산 형태의 ‘시그니처’, 자판기형 무인 편의점 형태의 ‘익스프레스’를 22개 점포에서 운영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언택트 시스템은 무인점포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도입되고 있다. 먼저 BGF리테일은 모바일 모빌리티 플랫폼 ‘오윈(OWIN)’과 손잡고 업계 최초로 자동차 안에서도 편의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CU 차량 픽업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 한마디로 ‘편의점 드라이브 스루’가 탄생하는 것.

GS리테일은 로봇 배송 서비스를 고층 오피스 건물 내 입점한 GS25에 우선적으로 적용해 바쁜 직장인들이 도시락, 샌드위치, 음료 등을 점심시간에 주문했을 때 활용할 예정이다. GS리테일은 △2018년 9월 스마트스캐너가 도입된 무인형 GS25 △2020년 1월 계산대 없는 미래형 GS25 △2020년 6월 드론 배송 시스템 시연에 이어 이번 로봇 배송 서비스까지 도입해 최첨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통업 “위기가 기회”…코로나19도 성장 동력

코로나19로 대부분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오히려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곳은 ‘새벽배송’과 ‘가정간편식(HMR)’ 시장이다. 새벽배송 시장은 2017년 2000억 원 규모로 시작한 후 지난해에는 8000억 원 규모로 성장기를 보냈다. 올해는 지난해 약 세배 규모인 2조1000억 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가정간편식 시장의 성장이 심상치 않다. 2017년 3조8000억 원 규모에서 올해는 약 6조 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이 시장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간편식 시장 전통의 강호 오뚜기는 기술이 발달하고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간편식도 시대와 사회적 환경에 부합해 다각도로 발전한다는 것을 그대로 증명하고 있다. 3분 카레에서 시작된 오뚜기 간편식은 이제 컵밥, 보양탕, 피자, 브리또, 생선구이 등 메뉴도 다양하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부터 온라인몰 하이프레시를 통해 가정간편식과 밀키트 정기배송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지난 3월 서비스 이용자가 전월 대비 51% 성장하는 등 큰 반응을 보였다. 또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3월 ‘그리팅’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고품질 영양식을 표방하는 그리팅은 ‘저당식’, ‘다이어트식’, ‘영양식’ 식단을 이틀에 한 번씩 새벽배송으로 제공한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