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최정우 회장 “지속성장 위해 변화의 흐름 이해가 중요”

스마트팩토리가 적용된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운전실. (사진 포스코)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세계 경제는 향후 비대칭 U자형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당장의 경제 회복은 더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 산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세상을 응시해야 한다. 실제로 각 분야 기업들은 이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사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철강산업과 화학산업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다. 실질적으로 국내외 경제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 산업 구조상 독자적으로 유동적인 대응책을 쏟아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산업 특성에 걸맞은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철강·화학산업은 오래 전부터 기초산업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들 대응은 전체 산업계의 표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철강산업, 새로운 가치 읽어내 끊임없이 진화

철강업계는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친환경은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이미 전 세계가 철강업계에 요구하는 공통 과제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이 관점을 무기 삼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코로나19로 사회·경제적 환경이 급변하고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위기를 극복하고 신뢰받는 100년 기업으로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고 시대의 새로운 가치를 읽어내 끊임없이 진화해 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해관계자들 요구와 생각 변화에 부응해 업의 본질을 냉철하게 되돌아보고 사회가 요구하는 기업의 새로운 역할과 책임에 맞춰 기업시민 경영이념 실천 가속화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포스코는 세계 최초로 친환경 흑연 쾌삭강(PosGRAM) 양산제품 개발에 성공하고 판매확대에 본격 나섰다. 포스코가 개발한 흑연 쾌삭강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납쾌삭강을 대체할 수 있어 국가 산업 경쟁력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 포스코가 글로벌 시장 변화에 맞춰 냉연 제품을 생산해 인도 이륜차 연료탱크 시장에 진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철강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현지 시장 수요를 빠르게 파악하고 생산부터 판매, 연구부서까지 긴밀히 협업해 6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다.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포항제철소, 연구소, 마케팅 및 해외법인 등 관련 부서와의 언택트(Untact) 협업이 특히 빛을 발했다.

현대제철은 철강업계 최초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형강과 철근 제품에 대해 GR(Good Recycled Product, 우수재활용 제품) 인증을 신규 취득했다. 현대제철은 전기로를 통해 재활용하지 않으면 폐기물이 되는 철스크랩을 주원료로 형강 및 철근 등의 제품을 연간 1000만 톤 이상 생산하고 있다. 철스크랩은 철광석, 석탄 등 다른 제강 원료 대비 CO₂ 및 폐기물 배출이 상대적으로 낮아 친환경적이다.

동국제강은 글로벌 트렌드인 친환경 공법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동시에 프리미엄 제품 개발로 철강산업을 선도하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동국제강이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환경 경영은 국내 철강업계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며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 특히 동국제강은 고급 컬러강판 투자를 확대해 시장을 선도하는 초격자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화학산업, 환경·안전 가치는 인류 생존 문제

화학산업도 이제 환경오염이라는 인류 생존 문제의 가장 중심에 서 있는 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안전하고 친환경적 생산 공정을 비롯해 재활용이 용이한 소재, 생분해가 가능한 소재까지 미래 사회가 화학산업에 요구하는 가치는 과거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까다로워졌다. 국가 기간산업으로 그동안 전자, 자동차, 섬유, 건설 등 전방산업에 기초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던 일도 당연히 계속된다.

먼저 LG화학은 환경·안전에 있어 LG화학만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수립하고 전 세계 사업장으로 확대한다. 이와 관련 LG화학은 전 세계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환경안전 기준을 재정립하고 관리체계도 대폭 강화키로 했다. 또 최근 농·수산물 관련 ‘그린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등의 ‘화이트바이오’로 불리는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쏟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최초로 화장품 및 식품 용기에 적용이 가능한 PCR-PP(Post-Consumer Recycled Polypropylene, 재생 폴리프로필렌) 소재를 개발했다. 소비자가 사용한 화장품 용기를 수거 후 재사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리사이클 원료로 만들고 FDA 안전기준에 적합한 가공 공정을 거쳐 PCR-PP로 재탄생하게 된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위생용품 수요 증가로 의료용 장갑에 쓰이는 NB라텍스 수익성을 확보했다. 식품용기·일회용 폴리스티렌 수요 강세 및 가전용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의 점진적 수요 회복이 수익성 유지에 한몫했다.

효성화학은 친환경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케톤이 지난해 수도계량기에 이어 이번에는 전력량계 소재로 활용도를 인정받아 건설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또 폴리케톤 적용 범위를 건축자재뿐만 아니라 식판, 골프티 등 생활용품, 레저용 용품 시장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실제로 스타트업 기업인 EGS, GK상사와 폴리케톤을 적용한 친환경 식판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코로나19 관련 신규 수요가 발생했고 판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물량 증가 효과에 힘입어 매출이 늘었다. 물량 증가에 따른 매출 상승으로 이익률도 개선돼 하반기에도 양호한 수준의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SK케미칼은 방역용 소재 부족으로 현지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미국·EU 내 개인보호장비 제조업체들에 자사 방역용 투명소재 ‘스카이그린’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