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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현 칼럼] 미중 디지털 전쟁,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은?

  • '20일부터 사용 금지' 발표에 미국서 위챗의 다운로드 횟수가 급증했다. 연합
관세와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면서 치열하게 진행되었던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지금은 미중 디지털 전쟁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중국의 대표적인 IT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 수위를 강화하면서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15일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미국이 사실상 봉쇄하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PC용과 모바일용뿐만 아니라 서버용 메모리 등을 화웨이에 납품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주요 고객을 잃게 되는 셈이다.

반면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인해 화웨이의 스마폰 생산과 수출이 크게 위축될 것이므로 삼성전자에게 유리한 상황도 나타나게 될 수 있다. 또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스마트폰 수요시장인 인도에서 중국과의 국경분쟁에 따른 반중 정서가 강화됨에 따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정확한 손익계산이 이뤄질 필요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주요 고객의 반도체 수요가 사라진 점은 악재다.

그러나 ‘중국제조2025’를 슬로건을 내걸고 미국의 아성에 도전하던 중국이 미국의 강한 압박에 쉽사리 굴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시진핑 주석은 이른바 ‘쌍순환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즉, 내적으로는 자체 기술력을 강화하고 공급망을 국산화하는 반면 외적으로는 투자와 개방을 확대함으로써 중국경제의 새로운 발전 모델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발표하였다. 표면적으로는 상당히 애매모호한 전략으로 보이지만 결국에는 중국의 내수경제를 활성화시키면서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로 인해 포기한 것처럼 보여졌던 ‘중국제조2025’를 사실상 지속적으로 실현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중국 고립전략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중국은 새로운 경제구상을 통해서 그에 걸맞은 방책을 찾아 대응할 것이라는 점이다. 만약 이번 쌍순환 전략이 중국의 자립경제를 강화하면서 한편으로는 IT 굴기를 이뤄가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미중 디지털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입장에서는 그러한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각종 대비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현재 대선이 진행 중인 미국의 경우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이 일명 ‘중국 때리기’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 역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어도 중국에 호의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미중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신호인 만큼 어느 순간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양측으로부터 어느 편에 설지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은 군사외교적 측면에서 유럽동맹국과 함께 결성했던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와 같은 다자안보기구를 인도·태평양 지역에 만들어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할 전략을 구상하고 있고 한국이 이에 동참할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미 미국, 호주, 일본, 인도 등 4개국은 쿼드(Quad)를 구성해 다자협의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여기에 참여 국가를 더 넓혀 쿼드 플러스를 구성하고 한국이 파트너로서 참여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미국은 경제번영네트워크(EPN: Economic Prosperity Network)를 통해서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을 만드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실크로드 경제벨트 및 21세기 해상실크로드를 구성하여 국제적 영향력을 높이려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시행하였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은 친미국가 중심으로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결성하였고 한국의 동참을 요청하였다.

이처럼 미국이 추진하는 경제적·외교적 대중 고립전략이 강화된다면 한국이 움직일 수 있는 입지가 좁아지게 된다. 한미동맹은 여전히 굳건한 만큼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경제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된다면 중국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국내기업들의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실제로 지난번 사드사태에서도 이미 현실화되었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의 각종 전략에 쉽사리 동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틱톡(TikTok) 글로벌 관련 합의안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과 중국 양측이 합의안을 통해서 어느 정도 윈-윈한 점을 볼 때 사태가 무조건 악화되지만은 않으리라는 희망도 존재한다. 틱톡의 경우 틱톡 글로벌 본사를 미국에 두면서 중국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사업 확장성을 급속도로 높일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역시 대중압박이라는 명분도 살리면서 경제적 실리도 일정 부분 챙기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텐센트의 위챗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한 보안 문제로 미국 정부의 제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갈등의 불씨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위챗의 경우 많은 소비자들이 위챗페이를 통해서 물품을 구매하고 있는 만큼 미국기업들의 매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제재가 장기화될지는 지켜보아야 하겠다.

결국 최대 강대국(G2)인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속에서 한국의 입지는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고 사태의 추이를 잘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의 국익에 가장 도움 되는 방향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은 원천·핵심기술을 확보하고 대중, 대미 관계에 따른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 두 나라 외에 유럽, 캐나다, 일본 등과의 협력체계를 확대하여 위험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당장 우리가 처한 현실을 고려할 때 한국의 최대우방국은 미국인 만큼 굳건한 한미동맹의 틀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우리나라 국민, 정당과 정부가 합심하고 단결하여 국제정세의 험난한 파도를 넘어야 한다. 과거 조선말기에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외세를 적절히 이용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나라를 침탈당했던 잘못을 또 범하지 않으려면 역사로부터 배운 교훈을 직시하고 우리의 운명을 능동적으로 개척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명한 대처가 정말 요망되는 시점이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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