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송현동 부지 현 시세 7000억원대 vs 서울시 토지보상비 5000억원 이하

대한항공과 서울시가 대한항공 소유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놓을 조정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르면 이번주중 송현동 부지에 대한 조정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권익위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항공과 서울시 등이 ‘조정’을 통해 송현동 부지 매각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단에 따라 대한항공과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매각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할 전망이다.

권익위는 접수 민원을 심의·의결해 권익위는 ▲시정권고 ▲의견표명 ▲조정 ▲합의 등 4가지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해당 건이 당사자 간 의견 조율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조정’ 또는 ‘합의’ 판정을 내린다. 이번 송현동 매각은 어느 한쪽의 입장만을 들어줄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시정권고와 의견표명은 고려대상에서 제외됐다. 조정과 합의는 당사자 간 의견 조율을 이끌어내는 절차로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관련돼 있거나 사회적 파급효과가 있을 경우 조정 절차를 거친다.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공원화는 사실상 위법성 짙은 ‘알박기’”

이에 따라 송현동 부지를 매각 중인 대한항공은 서울시와의 재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권익위가 내린 조정 결정은 사실상 민간대상 재입찰을 막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서울시는 미리 매입가격을 제시할 수 없다. 이에 권익위가 제3의 기관을 통한 가격 결정 등에 관여할지가 관건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6월 송현동 부지와 관련해 권익위에 고충민원 신고서를 제출했다. 7월에도 의견서를 제출하며 서울시의 공원화 움직임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구체적 시설 여부 및 예산 확보조차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우선 지정해 확보하려 한다”며 “이는 사유재산인 송현동 부지의 실질적인 매각을 막는, 사실상 위법성 짙은 ‘알박기’”라고 입장을 밝혔다.

기업 자구 노력중인데…서울시 공원화 발표에 매각 절차 난항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경영환경 악화에 따라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 2천억 원 가량의 긴급자금을 수혈 받은 바 있다. 또한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전 임직원들도 임금반납 및 휴업 동참을 통해 회사의 자구 노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와 함께 추가적 자본확충의 일환으로 송현동 부지를 포함한 유휴자산 매각을 위해 매각주관사 선정 및 매수의향자 모집 절차를 진행했으나, 서울시의 갑작스러운 문화공원화 및 강제 수용 의지 표명에 따라 매각절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문화공원 지정의 위법성과 연내매각의 필요성 등에 대하여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권익위는 송현동 부지를 서울시에 매각하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대한항공과 서울시의 합의를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권익위의 조정 방향은 송현동 부지를 서울시에 매각하는 방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태성 권익위 부위원장은 “국가기간산업인 기업의 이익과 서울특별시 공공의 이익 간의 균형 있는 조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송현동 부지 현 시세 7000억원대 vs 서울시 토지보상비 5000억원 이하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서울시는 토지 보상비 규모와 지급 시기에 대한 의견 일치를 보는 대로 매각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 경우 현 시세로는 최대 7000억원 수준까지 추산되는 반면 서울시는 토지 보상비로 5000억원 이하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져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보상비도 오는 2022년까지 나눠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라 경영 상황이 어려운 대한항공은 이같은 보상액과 지급방식에 반발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경영위기 상황 속에서 휴업 등을 불사하고 회사 살리기에 나선 가운데 송현동 부지 매각은 중요 이슈이기 때문이다. 특히 송현동 부지 매각시 대한항공이 12년간 준비해 온 한옥호텔 건립에 대한 계획도 불가능하다.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송현동 부지를 사들인 대한항공은 이 부지에 7성급 한옥호텔을 짓는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지만 서울 중부교육청이 해당 부지를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으로 지정해 호텔 건립이 무산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이후 송현동 부지의 활용방안을 모색하며 적절한 시기를 보고 있었지만 지난해 한진그룹 비전 2023을 통해 송현동 부지 매각 방침이 공식 발표됐다. 대한항공의 매각 방침 발표에 서울시는 공원화 계획을 공공연히 밝히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경쟁입찰을 통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민간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공원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민간 매각 입찰에는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송현동 부지 매각이 늦어지자 알짜 사업인 기내식기판 사업까지 매각했다. 이에 서울시를 비판하는 경제계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편, 대한항공은 공원화 철회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지만 적정한 가격수준이 제시되지 않으면 조정안을 거부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5월 서울시의 송현동 공원화 계획에 대해 “(제값을 받지 못하면) 그냥 가지고 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