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끝은 비수기’라는 말은 사치…소비심리 회복세 대응 나서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신장하는 등 자칫 코로나19로 위축될 수 있었던 시기에 유통업계가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유통업계는 추석 명절을 맞이하면서 예년보다 위축된 시장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꼈다. 이에 유통업계는 ‘집콕족(집에 콕 박혀 있는 사람들)’,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한 추석 아이템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등 대안 마련에 분주했고 결국 이번 추석 특수도 제대로 누릴 수 있었다. 특히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신장하는 등 자칫 코로나19로 위축될 수 있었던 시기에 유통업계가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유통업계가 추석에 이어 한글날 등 계속되는 10월 황금연휴를 발판으로 4분기 소비심리 회복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발 빠른 ‘포스트 추석’ 마케팅 전개

추석 연휴가 끝나고 발표된 유통업계 자료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추석 선물세트 실적이 전년 대비 14.7%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도 올해 추석 선물세트 실적이 지난해 대비 13.8% 증가해 역대 추석 중 가장 높았고 갤러리아백화점은 추석 선물세트 실적이 지난해 대비 무려 20%가량이나 증가했다.

정부가 소비 증진을 위해 일시적으로 청탁금지법을 완화하면서 30만 원 이상 고가 선물세트 판매가 늘었던 것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또 해외 여행은 물론 언택트 추석 등으로 국내 여행에 대한 자제 분위기까지 형성되면서 이에 따른 보상 소비가 급증한 것이 이번 추석 특수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기업들은 이제 ‘포스트 추석’을 겨냥하고 있다. 포스트 추석 마케팅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는 유통기업들은 모처럼 맞이한 회복세를 연말까지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9~10월에는 가을 정기 세일이 진행되고 11월에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영향을 받아 파격할인에 들어가는 기업들이 증가한다. 12월은 크리스마스와 새해맞이까지 또 다른 연말 특수가 기다리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추석 연휴 끝은 비수기라는 말은 이제 사치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라며 “유통기업들은 포스트 추석 마케팅을 활발히 하면서 더 나아가 AI 챗봇 서비스 등 언택트 시대 유통 플랫폼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챗봇, ‘스마트 워크’ 촉진하나

코로나19 발생 후 유통산업에 언택트(Untact) 기술 도입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AI, 무인배송, 로봇 종업원 등 관련 기술의 기업 적용을 지원하기 위해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이 세미나에서 여러 기술이 소개됐지만 특히 AI 챗봇 기술이 당장 폭넓게 도입될 수 있는 언택트 기술로 주목받았다.

AI 챗봇 전문가 김지웅 메이크봇 대표는 이 세미나에서 “AI 챗봇은 IoT·빅데이터·음성인식 등의 기술과 결합이 가능하고 공급사슬망 컴포넌트 간 상호작용과 빅데이터 연계를 강화한다”며 “이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유통망, 증가하는 인건비와 운용비, 자동화에 대한 수요 급증 속에서 지능적이고 효율적인 유통시스템 구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국내에도 AI 챗봇 도입사례가 있다. 롯데칠성음료가 유통업계 최초로 공급망 자동화 프로세스 형태 챗봇을 도입했고 전국 점주용 챗봇을 통해 △로그인 기반 개인화 서비스 △거래내용·주문내역 조회 및 확인 △점주용 FAQ 구현 △주문 및 배송과정 자동화를 구현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챗봇 도입을 통해 전 직원의 10% 이상이 매일 2개 이상 질문을 이용해 1억5000만 원 이상 재무적 효과를 보고 있다. 또 업무 효율성 증진, 빠른 대응력, 사내 지식 확장성 등의 비재무적 효과까지 얻었다. 이처럼 유통산업에서 챗봇은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소비자 경험을 강화하는 동시에 시·공간적 경영 효율성을 향상시켜 ‘스마트 워크’를 촉진하는 대표적 언택트 기술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여전히 중대한 변수로 작용

유통업계는 특유의 순발력을 최대한 활용해 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오히려 한발 앞서가는 기회를 만들고 있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중대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연말까지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거나 오히려 재확산된다면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에 유통기업, 특히 오프라인 매장 중심 기업들은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계절이 바뀌며 실내 분위기를 바꾸려는 수요를 고려해 ‘가을 리빙페어’를 준비, 다양한 생활용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해당 제품들은 롯데마트에서 자체 개발한 프리미엄 상품이며 대표적으로 독일 스토즐사가 제조한 ‘룸바이홈 프리미엄 크리스탈 와인잔’ 4종이 있다. 또 더스트백으로 구성해 휴대가 용이하고 구스가 함유된 침구류와 프리미엄 디퓨저도 함께 준비했다.

이마트도 추석 후 집 꾸미기에 나서는 소비자들을 위해 각종 식기 및 침구류를 최대 30% 할인한다. 식기류는 ‘뉴본 식기 홈 세트’, ‘덴비 헤리티지 클라우드 식기’ 21종을, 침구류는 ‘디브 면40수 트윌차렵 SS’, ‘피커 다운필 차렵 SS’ 등을 준비했다.

현대백화점은 전 점포에서 가을 정기 세일을 진행한다. 세일에는 패션·잡화·스포츠·화장품 등 총 30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한다. 가을 시즌 신상품을 최초 판매가 대비 10~30% 저렴하게 판매한다.

일교차가 큰 날씨가 지속되면서 편의점도 본격적으로 동절기 준비에 들어갔다. 특히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호빵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색다른 메뉴를 활용한 이색 호빵 시리즈를 선보였다. CU가 이번에 선보인 이색 호빵 시리즈는 다양한 식품·외식 브랜드와 협업해서 만든 ‘삼육두유 호빵’, ‘쑥떡쑥떡 호빵’, ‘멕시카나 땡초치킨 호빵’ 3종으로 ‘할매 입맛’, ‘아재 입맛’을 가진 소비자들에게는 코로나19로 우울한 시기를 재밌게 극복할 수 있는 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