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주택가격 매매·전세·월세 일제히 상승…전세가는 5년 5개월 만에 최고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지난 2년여 동안 22번 쏟아져 나온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효용은 현재로선 거의 없어 보인다. 오히려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최근 발표된 각종 지표들이 이를 방증한다. 집 매매가격은 물론 전세와 월세가 일제히 치솟았다.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일부 정부 인사는 “실효성이 나오기까지는 시차가 필요하다”고 피력한다. 하지만 그런 진단마저도 논란이 이는 가운데, 그와 별개로 지금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어떻게 바라보든 문제라는 지적이 거세다. 수요억제에 집중한 정책을 탈피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가을 이사철이라지만…전세 상승 지속중

지난 5일 한국감정원이 ‘9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월 대비 전국 주택의 매매 가격은 0.42% 상승했다. 전세는 0.53%, 월세는 0.13% 올랐다. 단연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컸다. 전월 대비 매매가격은 0.57%, 전세는 0.81%, 월세는 0.20%씩 높아졌다.

이를 해석하는 시각은 여럿이다. 먼저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한 때임을 감안하면 ‘대체로’ 완만한 수준의 오름폭을 보였다는 분석이 있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 전체의 상승 속도가 전월 대비 떨어졌기 때문인데, 실제 서울 25개구 전체 지역의 상승폭은 0.27%로 전월 0.42% 대비 하락했다. 경기 지역도 동기간 0.52%에서 0.42%로 낮아졌다.

한국감정원측은 “지난 7.10 및 8.4공급대책에 따른 3기 신도시 사전청약물량 확대 등의 영향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경기 위축 등의 우려가 반영돼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경기 지역은 그간 상승폭 높았던 하남·구리·광명시 등의 지역 위주로 상승폭이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세가격이 심상치 않다는 데에는 다수가 입을 모은다. 이달 기록한 전국 전세값 상승률은 65개월 만에 최대치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대다수 권역의 전세값 상승폭이 커졌다. 전월 대비 수도권은 0.54%에서 0.65%, 지방은 0.34%에서 0.41%, 5대 광역시는 0.36%에서 0.50%, 8개 도는 0.21%에서 0.24%로 일제히 우상향했다.

단 서울은 0.43%에서 0.41%로 전세 상승폭이 낮아졌다. 그러나 소위 ‘인기 동네’로 꼽히는 지역은 오름세가 유독 두드러진 탓에 우려가 나온다. 서초구가 0.63%, 송파구가 0.59%, 강남구가 0.56%씩 올랐다. 원인은 물론 정비사업 이주수요 및 학군 등 정주 여건이 뛰어나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전세가격은 지금도 오르는 중으로 보인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일 주간 부동산 보고서에서 “(전주 대비)경기도도 하남시(+0.34%)와 광명시(+0.46%), 안산시(+0.34%) 등 역세권 또는 신축 위주로 전세가 상승했다”며 “올해 누적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상승률 모두 1위를 기록 중인 세종시도 주간 1.43% 상승하며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참여정부 재현? 예견된 전세대란

이런 상황이 일시적 현상은 아니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정부지만, 실상은 지속 정반대로 흘러왔다. 예컨대 지난 3년여 간 서울 전체 지역에서 전세가 4억 원 이하인 아파트가 절반 이하로 줄기도 했다. 반면 6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의 비중은 1.5배가량 증가했으며, 9억 원 이상 전세 비중 또한 적지 않게 확대됐다.

김상훈(대구 서구·국토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감정원의 ‘2017.5~2020.8월 서울아파트 전세가 시세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문 대통령 취임 월인 2017년 5월만 해도 서울 안에서 전세가 4억 원 이하인 아파트 비율은 59.0% 수준이었다. 이 비중이 올해 8월에는 46.0%까지 줄었다.

또 전세가 6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16.2%에서 24.0%로 그 비율이 1.5배가량 늘어났다. 아울러 9억 원을 넘는 초고가 전세 비중 또한 5.0%에서 9.0%로 확대됐다. 이를 두고 김상훈 의원은 “현 정부 3년여 동안 서민 또는 신혼부부가 입주 가능했던 아파트는 줄어들고, 실거주를 위한 주거비용 또한 늘어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 정책성향에 견줘 예견된 현상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요 억제에만 지나치게 집중한 결과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당시부터 전세대란을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적지 않았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임차인과의 합의 없이는 임대료를 증액할 수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이후 공급 및 수요 감소가 더욱 가시화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때의 실책이 재현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017년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이 현재에 주는 시사점’ 보고서에서 “참여정부 때 다양한 투기억제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가격이 불안했던 원인 첫째는 초기 정책이 수요억제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런 진단이 최근까지도 지속 거론되고 있다. 황규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가 수요 억제 대책과 병행해 3기 신도시 등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정비사업은 공공 참여로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해 핵심 수요권의 공급확대라는 당초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인할 근원정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며 “과다 부채 보유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를 유도하기 보다는 신규 매수 수요 억제 중심의 정책으로 제시됐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즉, 부채 구조조정 중심의 정책이 동반해서 나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