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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의 글로벌 전(錢)쟁] 방역이 곧 ‘국력’…동·서양 함께 ‘포스트 팬데믹의 기적’ 꿈 꿔야

  • 지난달 29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미국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설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
미국 대선의 경기부양 효과

통상적 속설은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경기부양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대선직후 다음 연도는 신임 대통령이 자신이 후보자 때 내세웠던 장밋빛 경제공약의 이행에 힘을 쓰기 때문에 성장률이 예년보다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 20년간 미국의 대선 직후 연도의 GDP 성장률은 평균 1.2%인 반면, 이를 제외한 나머지 해의 전체 GDP성장률은 평균 2.5%로서 대통령 선거나 정권교체가 가져오는 경기부양 효과는 없거나 오히려 악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리먼 사태로 -2.54%의 역성장을 기록하였던 2009년을 제외할 경우, 해당 수치는 평균 2.1%로 상승하기는 하나, 이 역시 비교치 2.5%에 미치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미국 대선이 경기부양의 효과를 가져다 온다는 속설은 근거가 없는 허언에 불과하다. 달리 보면 공약(公約)은 그저 공약(空約)이 되었다는 것이고, ‘화장실 가기 전과 나온 후 다르다’는 정치인들의 행보는 동서고금이 유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지난 20년간 대선과 관련하여 오로지 유의한 경기부양 효과가 눈에 띄는 경우는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 때이다. 리먼 사태로 준비 없이 취임한 2009년, 미국의 GDP는 -2.54%로 참혹하였지만, 취임 2년차인 2010년에 오바마 정부는 이를 2.56%로 급반등시켰다. 오바마 대통령과 소띠(61년생) 동년배인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힘을 합하여 밤낮없이 미국의 저력을 이끌어 내고 전 세계를 뛰어다니며 금융공황에 맞서 글로벌 공조체계를 공고히 한 덕분이다.

따라서 금번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대선 자체가 가져오는 경기부양 효과는 기대하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신임 대통령이 2008년 금융위기 때의 오바마 행정부와 같은 정도의 경각심과 열정을 가질 것인지를 관망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2020년 미국 GDP 성장률의 최악의 전망치는 -5%대에 불과하다. 2009년 리먼 사태 때의 동 수치 -2.54%가 미국 전역을 멘붕에 빠트렸다면 2020년의 -5%는 어떤 모습으로 형용될지 가공스럽다.

따라서, 11월 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어도 전 세계를 단합시켜 2008년 금융공황 대응에 준하는 태스크포스 팀의 가동을 주문하여야 한다. 차제에 용도가 불분명해진 G20 체제도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여 확대되거나 적절한 용도변경이 이뤄지기를 고대해 본다.

일본의 재무장과 한·중·일 환율전쟁의 서곡

아베 수상 말기에 도입 중단을 결정한 지상배치형 요격시스템인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에 대해, 신임 스가 수상은 부임하자마자 동 시스템의 원조격인 ‘선상요격형 이지스’로 대체를 발표하였다. 루머에 따르면 주요 전자시스템은 미국 방산 메이저로부터 도입하되, 이지스함 건조는 기술이전을 포함하여 일본 조선업계가 맡는 것으로 역할 분담이 될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11월 미국 대선 이후에, 동 계약은 신임 일본수상이 신임 미국 대통령에게 바치는 적기의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원조 이지스함 구축비용이 척당 최소 한화 2.5조원 전후라고 전제하고, 운용의 안정성과 순환배치 및 24시간 방어체계의 완비의 측면에서 최소한 2~3척의 이지스함이 요구된다고 볼 때 취임선물로는 제격인 규모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일본의 국제정치적 감각은 여전히 탁월하다고 할 수 있다.

내수 투자면에서도 고가의 선체발주는 섀도 경기부양책(Shadow Stimulus)의 일환으로 효과를 지닌다. 죽어가는 일본 조선업계에 방산관련 주문은 구원의 생명수가 될 것이다. 산업분류 차원에서도 방산물자는 내구재(Durable Goods)로 분류된다. 내구재는 통상 초기 구축비용뿐만 아니라 유지보수까지 십수 년 넘게 지속적으로 투자가 이뤄지기에 경기부양의 수단의 하나로 위정자들은 군비확충에 손길이 가기 마련이다. 더욱이 아베의 통치기조를 승계한다고 공인한 스가 수상의 경우, 신임 미국과의 밀월관계 구축 및 경기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일본의 재무장은 소문만 크게 나지 않는다면 탐나는 유혹으로 다가올 것이다.

아베가 감춰둔 네 번째 화살이 일본의 재무장이라는 카드라는 의혹은 신임 스가 수상이 주변국과의 외교관계를 강경하게 갈지, 허니문의 유화책으로 가져갈지를 보는 과정에서 풀리게 될 것이다. 만일, 중국 및 한반도와의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자세를 취한다면 경기회복을 빌미로 군사재무장에 대한 명분 쌓기라는 복선으로 읽을 수 있다.

한·중·일의 환율 정책도 주요한 관전 포인트다. 비기축통화의 경우, 기실 중요한 것이 경쟁 통화간의 크로스 환율(Cross Rate)이다. 특히 수출경쟁국인 한국원화 대비 엔화의 약세는 하이테크와 미드테크 영역에 대한 경쟁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 사안이다. 엔화에 대한 한국 원화의 심리적 하한선은 오랫동안 ‘100엔=1000원’이었다. 스가 총리 취임(9월 16일) 때 100엔당 1135원을 웃돌았던 원·엔 환율은 한달 만에 가파르게 떨어져 100엔당 1,080원 대까지 급락하였다. 즉, 원화의 값이 비싸지고, 엔화의 값은 싸진 셈이다. 만일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50원을 근시일 내 하향 돌파한다면 ‘100엔=1000원’ 공식이 다시 깨질 우려에 원고(高) 경계경보가 울려 퍼질 것이다.

이 같은 한·중·일 환율전쟁의 서막에서 중국 외환당국은 전격적으로 위안화의 공매도를 허락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가 7.0을 하향돌파하고, 6.80선도 붕괴하자 그동안 규제를 두었던 외환 선물시장의 일부 정책을 전격적으로 완화한 것이다. 당초 중국의 선물환 시장에서는 미 달러화를 매수하고 중국 위안화를 매도하는 포지션을 취하는 경우, 총 거래금액의 20%에 해당하는 현금을 예치하여야만 했다. 일종의 미 달러화에 대한 가수요 억제책인 셈인데, 금번에 이를 폐지한 것이다.

다시 말해, ‘미 달러화 Buy-위안화 Sell’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어 자국통화인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는 정책이다. 이런 면을 보면 중국의 외환당국에는 촉이 살아있는 당국자들이 글로벌 마켓을 파수꾼처럼 모니터링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미국의 대선정국과 일본의 정권교체기에 불거질 수 있는 통화전쟁의 가능성에 앞서서 성벽을 두텁게 하는 방어책을 절묘한 시점에 출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 중국의 국경절 황금연휴 중인 5일 베이징 첸먼(前門) 거리가 마스크를 쓴 채 쇼핑에 나선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베이징 EPA=연합
방역이 국력

코로나에 이어 홍수로 우환(憂患)에 빠졌던 중국 우한(武漢)이 “중국 제1의 안전도시”를 선언하였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 봉쇄가 시작되었던 지난 1월 이래, 우한은 금년 내내 천재지변에 시달렸다. 이번 늦여름엔 장강 범람에 따라 가장 큰 홍수피해를 입은 도시로 등극하기까지 했다. 장강 상류쪽 거대도시인 충칭(重慶)도 위태위태하였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제방 끝선까지 부풀어 올라온 강물을 거울삼아 충칭의 명소 홍야동(洪崖洞)의 야경사진이 SNS를 타고 퍼져나갔다. 이러하였던 우한과 충칭은 최근 클럽에 가득찬 젊은이들과 앉을 자리가 없는 야시장 먹자골목, 심지어 범람위기에서 빠졌던 장강에서의 수영대회 등 프로파간다로 치부하기에는 지극히 정상적 일상을 보여 주고 있다.

3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발표예정일: 10월 19일)도 5% 선을 넘을 것이라는 투자은행들의 전망은 지난 6개월간 코로나를 선방한 덕에 기인 한다. 1분기에 -9.8%(QoQ)를 기록했던 중국의 GDP성장률은 2분기에 11.5%(QoQ)로 급반등 했던 것을 감안할 때, 3분기 통계가 5%를 넘거나 혹은 또 다른 서프라이즈로 이어진다면 경제적으로는 코로나를 가장 선도적으로 극복한 사례가 됨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의 2020년 GDP 성장률의 경우, OECD는 지난 8월에 예측치를 -0.8%로 조정한 바 있다. 한국의 2019년 명목 GDP가 약 1조 6000억 달러인 바, 한국 방역당국이 코로나 위기에서 경제의 역성장을 방어하는데 핵심역할을 하였는데, 거칠게 말해 그 값어치는 매 GDP 1% 당 미화 160억 달러(한화 약 18조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G20 국가의 2020년 2분기 평균 GDP 성장률 -6.96%에 견주어도 한국의 -0.8% 수치는 훌륭하고 방역당국의 공로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소름 끼치는 글로벌 현실은 이른바 ‘Make in India’ 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 고성장을 구가하던 인도의 2분기 GDP 성장률이 -25.2%라는 드라마를 쓰고 있는 것과 인도를 식민지로 두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임을 자랑했던 영국의 동 수치가 무려 -19.8%를 기록하였으며, 그 뒤를 프랑스 -13.8%, 캐나다 -11.5%, 미국 -9% 등 서구 유수 선진국이 전대미문의 GDP 집단몰락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IMF(국제통화기금)가 모니터링하는 전 세계의 실질 GDP 지도 또한 가을 단풍처럼 붉게 물들었다. 동 지도는 6% 이상 성장지역을 초록색, 마이너스 지역을 황갈색, -3% 이하 지역을 붉은색으로 구분하였는데, 아시아권역을 제외한 전 세계가 붉게 타오르는 형국이다.

방역이 국력이고 애국임을 금번 코로나 사태가 증명하고 있다. 서구 선진국의 방임에 가까운 무질서로 인해 이들의 코로나19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치솟고 있는 반면에, 아시아의 질서 있는 방역은 경기회복의 디딤돌로서 제역할을 잡아가고 있다. 서구 선진국들은 중국이 코로나19의 원흉이라는 비난을 잠시 멈추고 아시아 모델을 본받아 하루 속히 코로나19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한다. 왜냐면 글로벌 경제가 너무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기에 아시아의 나 홀로 반등에 서구 선진국의 동반반등이 수반되어야만 포스트 팬데믹의 기적을 꿈 꿀 수 있기 때문이다.





● 김문수 Aktis Capital(Hong-kong) 최고 투자책임자(CIO)

1995년 골드만삭스(홍콩)에 입사한 이래로 20여년간 홍콩기반 아시아 전문 투자업에 종사하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후 산업은행 딜리룸에서 국제금융을 익히고 씨티은행, 메릴린치 등 유수 투자은행에서 국제채권, 외환, 파생상품 및 M&A등을 경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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