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분기 12조 3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한 8일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지하에서 시민들이 홍보물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

IMF 경제 전망, 6월보다 호전

국제통화기금(IMF)이 10월 수정 경기 전망을 발표했다. 지난 6월 -4.9%였던 올해 세계경제 전망치를 -4.4%로 상향 조정했다. 성장률 전망을 올린 근거는 셋이다. 2분기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덜 해 세계 경제가 팬데믹 영향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고, 일부 신흥국을 제외한 많은 나라의 3분기 회복 정도가 예상보다 양호하며, 중국의 빠른 회복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내년은 올해 전망이 예상보다 높아진 영향으로 전망치를 기존 5.4%에서 5.2%로 하향 조정했다. 종합 평가에서 IMF는 세계경제가 질병에서 회복되는 그림이 고르지 못하고 불확실하며 느린 호흡으로 진행될 거라 전망했다. 지역별 차별화도 심해 중국은 경기 회복이 강하게 진행되는 반면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은 아주 약하다고 판단했다. 선진국은 성장률 전망이 -8.1%에서 -5.8%로 상향 조정될 정도로 양호한 반면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은 -5.0% 에서 -5.7%로 떨어져 지역별 회복 격차가 여전히 존재했다. 이번 위기가 단기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 성장 구조 훼손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고용시장 회복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부채 부담이 증가하고 있으며, 투자 억제 및 교육 기회 상실로 인한 인적 자본의 손상이 커 성장 잠재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3월 이후 주식시장은 큰 폭의 상승과 10% 내외의 하락 그리고 반등까지 마무리했다. 유동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고 봐야 하는데 주가가 더 오르려면 새로운 재료가 있어야 한다. 그게 경제와 기업실적 개선일 수밖에 없는데 IMF경제 전망은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될지에 관해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질병을 극복하고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이 길고 불확실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식시장도 순탄한 회복을 유지하기 힘들다.

원화 강세는 4분기 기업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듯

원/달러 환율이 1140원대에 진입했다. 불과 한달 사이에 40원이 떨어진 것이다. 지금은 경제 전반에 원화를 강세로 만들 수 있는 요인이 존재하고 있는 상태다. 우선 대외 거래 성과가 좋다. 9월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플러스로 돌아섰고 무역수지 역시 2년만에 최고치인 88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외환시장 불안으로 미국과 통화스왑을 체결했던 걸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우리 경제가 다른 선진국보다 양호한 것도 원화 강세에 한 몫을 하고 있다. IMF와 OECD 등 주요 예측기관 모두 올해 우리 경제 회복 속도가 주요국 중 1~2위가 될 걸로 전망하고 있다. 환율이 두 국가의 경제 격차에 따라 산출되는 만큼 우리 경제가 좋을 때 원화가 강세가 되는 게 당연하다. 중국 위안화의 영향도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한창일 때 달러당 7.3위안까지 올라갔던 중국 환율이 최근 6.7위안까지 내려왔다.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과 대선 이후 있을 미국의 환율 압력을 사전에 방어하기 위한 조치 덕분인데 위안화가 강세가 되면서 원화도 덩달아 강해졌다. 원화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2010 년 이후 원/달러 환율의 변동범위가 1050원~1300원 사이였다는 점과 실질 실효환율 기준으로 원화 가치가 5% 가까이 고평가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원/달러 환율은 완만하지만 꾸준한 하락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과 주가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 표면적으로는 원화가 절상될 때 주가가 오르지만 이는 환율과 주가의 직접적 관계가 아니라 경제가 좋기 때문에 원화가 절상되고, 경제가 좋기 때문에 주가도 오르는 각각의 관계에서 중간에 들어간 경제를 빼고 환율과 주가만 비교한 결과다. 이번 원화 절상은 주가에 약간 부정적인 형태가 될 걸로 보인다. 지난 한 달 사이 원화가 빠르게 내려와 IT, 자동차 등 주요 종목의 4분기 수익성이 타격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3분기 실적이 예상을 넘었지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주요 기업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2.3조로 시장 평균 예상치 10.4조는 물론 최고 예상치 11.7조까지 뛰어넘었다. LG전자도 960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보다 11% 높은 성적을 내놓았다. LG화학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이익이 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걱정했던 것과 달리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증가하고, 지연됐던 핸드폰 수요가 급증한 게 이익을 끌 어올린 요인이었다. 주가는 실적과 다르게 지지부진했다. 삼성전자가 실적 발표를 마친 후 주가가 크게 하락해 기대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LG전자도 실적 발표이전에 주가가 크게 올라서인지 힘을 쓰지 못했고, LG화학은 실적보다 2차전지 사업 분할에 따른 후유증에 주목하는 형태였다, 단기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지만 3분기 실적 증가는 향후 실적의 신뢰도를 높여줘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는 시장 동력이 유동성에서 실적으로 바뀌는 역할을 한다. 3분기 실적이 가시화되면서 상승동력으로서 역할이 약해졌다. 이 부분 때문에 삼성전자, LG전자 실적 발표 후 차익매물이 출회했는데 당분간 주식시장에서는 기대와 현실 사이 괴리를 메우는 저가매수와 차익매물 간 힘겨루기가 벌어질 걸로 보인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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