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 대책 연이어 발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7일 서울 마포구 한진택배 마포 터미널을 방문, 김태완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 대표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송업무 중 택배기사가 과로로 숨지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가운데 택배업계와 정부가 대책 마련에 힘을 싣고 있다.

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이 과로사 방지 대책을 줄줄이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관련법안을 마련중이다.

먼저 CJ대한통운은 지난 22일 국내 택배사 중 가장 먼저 과로사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및 택배종사자 보호 종합대책을 통해 ▲작업시간 단축 방안 ▲선제적 산업재해 예방 대책 ▲작업강도 완화를 위한 구조 개선 ▲상생협력기금 조성 등을 내놨다.

또 매년 500억원을 투입해 인수업무를 돕는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11월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전문기관에 의뢰해 건강한 성인이 하루에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하고 초과물량이 나오는 경우 택배기사 3~4명이 팀을 꾸려 물량을 분담하는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도 검토할 계획이다.

한진, 11월1일부터 심야배송 중단…2023년까지 택배부문에 4000억원 이상 투자

한진은 11월1일부터 심야배송을 전격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분류지원 인력 1000명 투입, 터미널 자동화 투자 확대, 택배기사 건강 보호 조치 마련 등을 골자로 한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당일 미배송 물량은 다음날 물량으로 넘어간다.

이와 함께 물량이 집중되는 화·수요일은 물량을 다른 날로 분산해 특정일에만 일이 몰리지 않으면서도 수입은 유지할 수 있도록 개선안을 마련중이다. 설날·추석 등 물량 급증 시기에는 필요 차량 및 인원을 더 투입한다. 택배기사의 분류작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분류지원인력도 늘린다. 전체 투입 인원은 약 1000명 규모로 이에 따른 비용은 회사가 부담한다. 택배기사는 배송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시스템을 갖춘다는 방침이다. 또 분류시간 단축을 위해 오는 2021년부터 500억원을 들여 자동 분류기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아침 분류시간을 1시간 이상 단축, 택배기사의 분류작업 강도를 덜 수 있게 될 전망이다. 2023년까지 택배부문에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효율적인 네트워크 운영 및 집배송 체계를 강화할 계획도 발표했다. 한진은 앞서 3000억원을 투자해 대전에 메가 허브 터미널을 구축했다. 한진은 또 전국 모든 대리점에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가입 현황을 즉시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오는 2021년 상반기까지 모든 택배기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 심혈관계 검사를 포함한 건강검진을 매년 실시할 방침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기사 작업시간 단축 대책 마련

같은 날 롯데글로벌로지스도 택배기사 보호 대책을 발표해 분류 작업 지원을 위해 인력 1000명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대리점 및 택배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집배센터별 작업 특성 및 상황을 고려, 순차 투입할 예정이다.

한진과 마찬가지로 전문 컨설팅 기관과 택배대리점 간 협의를 거쳐 택배기사가 하루에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해 적용하는 물량 조절제도 실시하고 연간 1회 건강검진과 산재보험 100% 가입도 계약 조건에 반영하기로 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현장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약 5000억원을 투입한다. 올해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 수원·파주 서브터미널을 개점한 데 이어 추가 서브 터미널 구축, 오는 2022년 충북 진천 소재 중부권 메가허브 개점 등으로 작업시간 단축을 추진할 방침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택배사와 대책위, 정부, 국회 등이 참여하는 민관공동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택배회사들이 발표한 대책의 발표 내용을 누가, 어떻게, 언제까지 할 것인지 세밀하게 입안하고 과정마다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이런 절차가 민관공동위원회에서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대표, “‘생할물류 서비스산업 발전법’ 이번 회기 내 처리”

정치권에서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정부와 기업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최 위원장은 29일 성명을 통해 “현행법상 택배노동자는 ‘자영업자’로 간주돼 ‘노동자’로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대책을 통해 택배노동자의 처우와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택배노동자 과로사를 막기 위한 구체적 대책으로 △화물취급 및 분류작업 인원의 충원 △하루 담당 물량의 적정선 설정 △주 5일제 적용 등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택배 노동자 보호를 위한 생활물류 서비스산업 발전법을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7일 서울 마포구 한진택배 마포택배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번 달에도 (택배 노동자) 과로사가 이어졌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경우도 있었다”며 “참으로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번에 CJ에서 뵈었을 때 ‘생활물류 서비스산업 발전법’ 이야기를 했었고, 그 내용은 거의 다 조정이 됐다”며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생활물류 서비스산업 발전법은 택배서비스사업 등록제와 표준계약서 도입, 택배업 종사자 보호를 위한 안전대책 마련 노력 등이 담겼다.

이자리에 참석한 노삼석 한진택배 대표는 “소속 택배기사 사망사고에 책임을 느낀다”며 “심야배송을 즉각 중단하고 분류 작업 인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모든 택배기사들의 산재보험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