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소비심리 대폭 개선…식품업계는 호실적 이어져

하반기에 살아난 소비심리가 연말에 크게 위축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코로나19로 긴 암흑기에 빠져들었던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이 3분기 실적 회복세를 보이면서 부진했던 올해 실적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기업들은 강도 높은 체질개선과 신사업 육성 등으로 위기를 극복하며 특유의 순발력을 발휘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워낙 부진했던 유통업계 상반기 실적 때문에 하반기에는 기저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거리두기 완화와 추석 대목 등의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일시적으로 회복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분위기를 보이면서 유통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도 살아날까?

여전히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번 달 국내외에서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를 비롯해 다양한 대형 쇼핑축제가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고 빼빼로데이, 대학수학능력시험, 크리스마스까지 유통업계가 대응해야 할 크고 작은 이벤트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결국 하반기에 살아난 소비심리가 연말에 크게 위축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올해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지속해온 롯데가 하반기에 실적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3분기 매출액이 4조10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6.8%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1111억 원 실적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6.8% 늘어났다. 당기순이익은 30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롯데쇼핑 매출은 재택 근무 등 실내 생활 증가로 식료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할인점 기존점 매출이 신장했고 가전 및 건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전자제품전문점과 홈쇼핑이 롯데쇼핑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백화점과 컬처웍스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 강화로 집객에 어려움을 겪으며 매출 부진이 지속됐다.

무엇보다 2분기 대비 매출 회복세가 뚜렷하며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됨에 따라 4분기 실적도 긍정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 또 영업이익은 국내 기존점 매출 증가와 판관비 절감 효과로 할인점과 하이마트, 슈퍼, 홈쇼핑 영업이익이 증가했고 해외는 중국 충당금 환입과 베트남 비용 절감으로 백화점 영업이익이 소폭 흑자 전환했다.

이마트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9077억 원, 영업이익 151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6.7% 늘었고 영업이익은 30.1% 늘었다. 일단 기존 점포 성장과 SSG닷컴, 이마트24 등 연결 자회사들 신장세가 바탕이 됐다. 특히 이마트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1% 증가하면서 2017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신장세를 보였다.

트레이더스 총매출은 전년 대비 27.9% 늘었고 영업이익은 134억 원 늘며 83.2% 신장했다. 전문점은 3분기 영업적자 4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손실폭을 줄였고 전문점 핵심 사업 노브랜드는 올해 1~2분기 흑자에 이어 3분기에도 67억 원 흑자를 달성하며 3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말 그대로 ‘위기는 기회’…날개 단 실적

식품과 제과업계는 실적을 회복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날개를 달고 있다. 먼저 오리온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974억 원, 영업이익 1078억 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3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지난해 기록을 다시 한 번 경신한 것.

전년 대비 매출액은 12.7%, 영업이익은 6.0% 성장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국을 포함한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글로벌 법인들이 견고한 성장을 기록하며 지속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 1분기, 4분기가 ‘설’ 시즌 영향이 큰 반면 3분기는 순수한 성장을 가늠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

농심은 해외 총 매출(수출과 해외법인 매출합)이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농심은 연말까지 전년 대비 약 24% 성장한 9억9000만 달러 해외 매출이 예상된다. 미국, 중국 등 주요 법인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거뒀고 코로나19로 전 세계 라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수출 실적도 크게 늘어났다. 공신은 역시 ‘신라면’이다. 신라면은 올해 해외에서 약 3억9000만 달러 매출이 예상되면서 K푸드 위상을 보여줬다.

이미 올해 초부터 신라면을 비롯한 짜파게티, 너구리 등 한국 라면에 대한 관심과 판매가 늘어났고 특히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등지로 빠르게 번지면서 간편식 수요와 맞물려 라면 소비가 급증했다. 이에 농심은 미국과 중국 현지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수출물량을 늘리면서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올해 3분기 매출 6조3425억 원, 영업이익 4021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8.2%, 47.5% 성장한 수준이다. CJ제일제당은 식품·바이오 등 해외 사업과 국내 가공식품 매출이 고르게 성장했고 전 사업 부문에 걸쳐 사업구조 혁신 성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동원F&B도 3분기 8974억 원 매출을 달성해 전년 대비 8.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23.6% 늘어난 438억 원이다. 동원F&B은 코로나19로 내식 수요가 늘면서 캔햄, HMR(가정간편식) 등 가공식품 매출이 성장을 견인했다. 또 추석 선물세트 매출액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으나 캔햄과 HMR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50%, 20% 이상 고성장했다. 특정 시기 영향을 잘 받지 않는 캔참치 매출도 8% 이상 올랐다.

bhc치킨은 올 3분기 가맹점 월평균 매출이 전년 대비 35% 상승했다. bhc치킨은 지난해 매출 3000억 원 돌파와 함께 가맹점 연평균 매출이 전년 대비 40% 증가하는 등 본사와 가맹점의 동반성장을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가맹점 월평균 매출 지속 상승에 이어 3분기에 가맹점 월평균 매출 35% 상승 및 최고 매출을 기록해 연말 본사 매출이 4000억 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