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모니터에 표시된 화이자 로고와 바이든 당선인.연합

미국 대선과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으로 주가 상승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의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이 소식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이 크게 상승했다.

특히 유럽의 반응이 뜨거웠다. 지역별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해 여러 나라에 경제 봉쇄조치가 내려져 있는 상태이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10월에 주가가 크게 하락해 상승 공간이 크게 열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다.

중간 결과이지만 90% 이상의 효과는 40~60%인 일반 독감 백신보다 약효가 강하다는 의미가 된다. 회사측은 올해 말까지 2회 투여 기준으로 1500만~2000만 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을 제조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이 ‘백신 개발=코로나19 종식’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주가의 반응이 대단히 셌다. 당초에는 아스트라제네카등 이미 몇 곳에서 백신 개발 가능성을 얘기했기 때문에 큰 반응이 없을 거라 전망했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미국 대선을 전후한 주가 상승에 백신이라는 재료가 더해져 영향이 배가된 덕분으로 생각된다.

반독점법과 법인세 인상이 나스닥에 불리하게 작용

백신 개발은 주식시장을 엉뚱한 형태로 바꿔 놓았다. 미국에서는 나스닥 주가가 하락했고, 우리시장에서도 강세를 계속하던 언택트 관련주들이 퇴조한 반면 유통, 항공, 조선 등 컨택트 관련주가 득세했다.

백신 개발이 시장을 바꾸는 직접 계기였지만 미국 대선 결과도 나스닥과 대형 기술주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했다. 미국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반독점법을 통해 대형 기술기업을 통제할거란 예상이 있었다.

이미 미국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에서는 현행 반독점법을 개정해,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주요 4개 기술기업이 인접 비즈니스에 진출하는 걸 막고, 기업을 분할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이 제출된 상태다. 4개 기업들이 높은 점유율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 4개 기업이 미국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는다. 당장 규제가 시행되지 않더라도 규제 방안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과거에도 대형 기업을 규제하려던 시도가 있었다. 1990년대 후반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해당기업은 90% 이상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윈도시스템에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면서 독점지위를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었다. 2000 년 4월 반독점 위반 판결이 났고, 기업분할 명령이 내려지면서 IT버블 붕괴가 현실이 됐다.

다행히 미국 법원에서 독점보다 독점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받았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며 판결을 기각해 기업을 분할하지 않았지만 반독점 규제만으로도 시장이 얼마나 요동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였다.

또 하나는 세금이다. 미국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세금을 많이 걷어서 많이 쓰는 정책을 선호한다. 대선이 있기 전에 월가에서는 5차 경기 부양안이 2조달러 이상이 될 경우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0.9%까지, 중기적으로 1%대 중반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있다고 봤다. 법인세 인상 가능성도 시장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7년에 미국은 35%였던 법인세를 20%까지 인하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조치의 영향으로 기업이익이 크게 늘면서 주가가 상승했는데 민주당이 집권해 법인세를 올릴 경우 기업이익 감소에 따른 주가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세금부과는 전통기업보다 재무 상태가 취약한 IT기업에 더 크게 영향을 준다. 그런 이유로 다른 시장이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나스닥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기업실적 회복과 외국인 매수로 주가 상승

미국 대선을 전후해 주가가 10% 넘게 올랐다. 과거 미국 대선은 주식시장에 중립적인 요인이었다. 일주일 동안 주가가 1% 이상 오르거나 떨어진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특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주가가 상승함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시장이 9월말을 바닥으로 원래 상승 추세로 복귀할 거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3월부터 6개월간 80% 넘게 오른 후 몇 주간 하락을 거쳐 주가가 다시 상승했기 때문에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기대다. 여기에 외국인 매수가 가세했다. 11월에만 3조 넘는 순매수를 기록해 개인투자자 혼자 지켜오던 시장에 힘을 보탰다.

그동안 시장을 끌고 온 동력은 셋이다. 첫째는 정책인데 금리를 내리고 정부가 돈을 푼 게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지금은 재정과 금융 모두에서 어떤 정책도 내놓기 힘든 상태다. 미국의 5차 경기 부양대책이 남아있긴 하지만 오랜 시간 노출된 재료여서 기대하는 만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는 경기와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다. 3분기 기업실적 발표를 계기로 내년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내년 말에 국내외 모두 영업이익이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걸로 전망되고 있어 당분간 시장을 끌고 가는 동력이 될 것이다.

마지막은 수급이다. 외국인의 매수가 새로운 상승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다. 올 들어 외국인은 9개월 동안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이런 사실 때문에 매도가 사리진 것만으로도 시장이 힘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지속성인데 외국인 매수가 미국시장의 상승을 매개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해외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외국인 매수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려면 매수 규모가 계속 늘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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