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 증권거래소. 브라질 금융시장이 코로나19 사태와 정국 불확실성 고조, 재정위기 가중이라는 3가지 악재로 휘청대고 있다.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는 주요국 증시 가운데 최대 낙폭을 기록하고 있고, 미국 달러화 대비 헤알화 가치는 40% 넘게 추락했다.브라질 뉴스포털 G1

연말 굴뚝주의 향배

조 바이든의 당선으로 글로벌 마켓은 상승으로 환호하고,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 개발 소식은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연말 상승장 기대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일단 정세변환의 변곡점이 우상향으로 자리매김되며 금년의 산타랠리는 한 달쯤 일찍 시작하였다고들 한다.

산타랠리는 매년 크리스마스 전후로 이듬해 초까지 증시가 상승세를 타는 계절적 현상을 말한다. 억눌린 투자심리가 연말 낙관론으로 바뀌는 심리적 요인과 소비 상승에 따른 경제적 요인이 결합되어 제법 자주 발생한다.

금년도에는 이 같은 계절적 효과가 미국 대선을 기화로 더 빨리 발생한 듯 보인다. 미국 증시에서 지난 46번 크리스마스 시즌 가운데 35번의 크고 작은 산타랠리가 있었다고 하니, 이 같은 계절성을 단순한 가십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올해는 코로나 백신이 현실화되는 시나리오에서 증시가 폭발적 상승을 보일 것이라는 초낙관론과 반대로 IT 버블 재현으로 2000년대 초처럼 급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얽혀 복잡하다.

개미투자자들이 연말 앞두고 이식매물을 대거 출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양질의 일자리와 복지혜택의 종멸이 개미를 증시로 끌어들였지만 ‘영끌-빚투’를 증시의 건전한 토대로 보기에는 취약하다는 것이다. 연말 결산을 앞두고 주식담보 대출의 총량을 줄여 나가려는 증권사들의 신용정책도 수급에 미칠 영향은 만만치 않다.

이렇듯 연말을 앞둔 월가는 크게 둘로 나뉜다. 풋옵션 포지션을 다량 매수하고자 하는 비관주의자들과 또는 콜옵션을 다량 매수하고자 하는 낙관주의자들이다. 풋옵션은 지수가 하락할 때 큰 돈을 버는 계약이고, 콜옵션은 그 반대로 증시가 상승하면 큰 돈을 벌게 된다. 결국 시장견해는 여전히 극단적으로 대척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미국 국채(10년물 기준) 금리가 1%를 막 넘어서려는 지금, 시장에 시급히 경계경보를 울려야 한다는 이들도 늘어났다.

반면에 한국 등 코로나 위기에 잘 대응한 국가는 GDP 성장률을 포함 2021년에 이른바 ‘골디락스’ 축제를 즐길 것이라 예언하는 기관도 나타났다. 결국 풋 또는 콜을 매수하라는 포지션은 대척점에 위치한 이 같은 시장견해를 잘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양자는 모순처럼 보여도 각각 전제조건을 달리하였으니 불합리하지는 않다. 결국 연말장에는 변동성(Volatility)을 매수하라는 상식적인 말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2020년의 독특한 연말 계절성 논쟁은 순환매의 흐름을 가치주 혹은 성장주의 갈림길과, 성장주에서도 테크(Tech)냐 바이오(Bio)냐의 선택지로 대별한다. 어느 섹터를 집중해야 올 크리스마스를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지는 오로지 산타만이 알고 있겠지만 올해의 가치주 내지는 굴뚝주는 어느 해보다도 정상치 대비 이격도가 크다는 점이 독특하다.

가령 한국증시에서만 봐도 주가순자산비율인 PBR이 0.3~0.4 정도인 금융주, 자산주들이 산적해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순자산”공식을 감안할 때, 그 수치가 1보다 크다면 해당 주가는 프리미엄으로 거래되는 것이고 1보다 작다면 장부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낮게 반영된 것으로 디스카운트됨을 나타낸다. 하물며 이 같은 PBR 지표가 0.3~0.4에 불과하다면 차라리 해당 상장주식 전체를 매입하여, 상장폐지 후 청산한다면 이론상으로 2.5~3.3배 가까운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웬만한 바이오 주식이 부럽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저(低)PBR’가 몰려 있는 굴뚝주-금융, 통신, 유틸리티-가 이번 연말을 앞두고 반격을 가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대개 굴뚝주는 배당도 두둑하여 연말에 배당만 노리는 ‘덤투자’를 하는 기관들도 상당수 있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 소식이 뒤따른다면 안테나를 높게 올릴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연말 증시는 굴뚝주의 늦은 반격이 순환매에 합류할지가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원/달러 환율이 1120원 아래로 떨어져 약 22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한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6.5원 내린 1113.9원으로 마감했다. 연합

글로벌 마켓에 불쑥 등장한 BTS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글로벌 증시와 대조적으로 외환시장은 뒤죽박죽이다. 특히 브라질(B)과 터키(T) 및 남아공(S)은 외환위기 수준의 자국통화 평가절하 내지는 극심한 변동성의 격류에 휘말려 있다.

전 세계 음악-엔터테인먼트 시장을 한국의 BTS가 강타하는 작금에 글로벌 증시는 연말 BTS전략(원점회귀전략: Back to Square one) 하에 저평가 주식 내지 과매도 주식을 순환매로 돌릴지를 만지작거리고 있고, 외환시장은 브라질 헤알(B)-터키 리라(T)-남아공 란트(S) 등 BTS 통화가 골칫거리도 등장하였다.

한때 유행했던 러브펀드(러시아-브라질 펀드)는 금번 브라질 헤알화의 폭락에 오랜 생채기가 다시 덧나고 발작이 재발할 지경이다. 터키에 막대한 군사물자를 팔아놨던 러시아는 터키 당국이 미 달러화 또는 유로화 부족으로 인해 잔금을 외상으로 해달라는 요청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도 제 코가 석 자이기 때문이다. 미 달러화 대비 연초 60루블대였던 환율이 최근에 80루블을 넘나들고 있음이 증거다. 통상 러시아의 정상환율이 1달러당 30~40루블대였음을 상기해 보면 위기의 정도가 쉽지 않다. 코로나-저유가-정세불안 등 불확실한 시기에 러시아 기업들이 미 달러화 출시를 꺼리기 때문이다.

전형적으로 외환위기는 자국 수출입업체의 달러화 매점매석에서 촉발된다. 1952년생인 푸틴의 종신집권 시도 역시 기업가들 입장에서 잘해야 본전이고 잘못되면 격랑에 휘말릴 지경이기에 코로나 핑계로 달러화를 금고에 쌓아두고 있음이다. 환(換)테크만으로도 무려 30%는 순이익이 생겼으니 일거다득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은 다른 각도에서 외환정책에 경계경보가 울리고 있다. 자국통화가 급격히 평가절상되고 있기에 잠재 수출경쟁력에 알람벨이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 달러화 대비 한국 원화(KRW)는 연일 강세를 경신하며 약 2년 이래 최고치인 1,100원대를 위협하고 있고, 중국 위안화(CNY) 역시 7.0선((保七)을 하향돌파 이후 6.5마저 뚫을 기세다. 더욱이 불편한 것은 일본 엔화다.

스가 총리 취임 이래 일본 엔화는 미 달러화 대비 104~105엔 구간 내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으나 상대적 의미에서 엔화는 수출 경쟁국인 한국과 중국 대비 상당한 평가절하가 된 셈이기 때문이다. 가면 뒤의 일본 외환당국과 통상당국은 파안대소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일례로 한국에서는 “100엔=1,000원”의 심리적 저지선이 가시화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년 국가원수가 바뀐 미국과 일본이 자국통화 약세에 있어 동조화의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아베 수상 취임기에 대놓고 엔화 약세를 부르짖다 중장기적으로 역풍을 맞았던 것과 달리, 신임 스가 수상의 외환정책은 더 세련되고 진화하였으며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음으로 읽힌다.

꿈틀거리는 시장 금리

기실 글로벌 채권형 펀드는 규모 면에서 지난 40년간 엄청난 수준으로 성장하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채권형 펀드는 1980년대 초반 이래 약 40년간 강세장(금리 하향장)을 구가하였기 때문이다. 채권왕 빌 그로스의 유일한 강점은 수십 년간 시종일관 “채권을 사라”고 투자자에게 일관성 있게 권유하였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금년 장중 한때 0.3%대까지 하락하기도 하였지만 약 40년 전에 그 수치는 무려 15%를 넘나들던 때가 있었음은 상전벽해의 모습을 보인다.

한편, 지난 약 3개월 동안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0.5%대에서 1%에 다가섬은 쉽게 넘겨볼 일은 아니다. 비록 그 변동폭의 절대값은 50bps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모수를 0.5%로 감안하면 거의 2배에 가까이 금리가 상승한 셈이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미처 졸업하기도 전에 들이닥친 2019 코로나 사태로 재정투입과 확장적 통화정책 이름 하에 묵인된 통화증발의 역풍이 감지되는 서곡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는 40년 장기 집권한 채권시장의 철옹성에 금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근본적 의문을 던지게 한다. 2년물 이하의 단기금리는 선진제국에서 간간히 마이너스 금리에 도달하였다 할지라도, 장기금리는 리스크 프리미엄을 감안할 때 마이너스에 접근하기는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장기금리가 0보다 커야 한다면, 지금은 수익률의 상승회귀가 하락반전보다 가능성이 커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전세계 각국이 막대한 재정투하와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금까지 구사해 왔고 상당기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면 모든 금리가 일본모델과 같이 ‘바짝 엎드린 형태(Flattening Curve)’로 수렴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최근 미국의 10년물 수익률의 추세는 오히려 그 반대다. 바구니에 갇혀 있던 코브라가 댄스를 시작한 것처럼 ‘꼿꼿이 머리를 세운 형태(Steepening Curve)’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글로벌 마켓은 연말을 앞두고 낙관론이 비관론에 비해 우세한 가운데,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은 혼돈의 국면의 서곡을 보이고 있다. 어떤 시나리오로 진행되든 증시는 신흥강자인 테크(Tech), 바이오(Bio) 섹터 대비 굴뚝주 밸류에이션 방식에 입각한 원점회귀 전략의 힘 겨루기가 예상되며, 동시에 예상치 못한 곳에서 거시적 균형이 원인이 되었건 국제정치 질서의 의도적 힘자랑이든 파열음이 쏟아져 나올지도 모른다. 이 같은 변수들로 인해 금년 크리스마스에는 전통적 캐럴송보다 BTS의 노래가 더 높게 울려 퍼질 것은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 김문수 Aktis Capital(Hong-kong) 최고 투자책임자(CIO)

1995년 골드만삭스(홍콩)에 입사한 이래로 20여년간 홍콩기반 아시아 전문 투자업에 종사하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후 산업은행 딜리룸에서 국제금융을 익히고 씨티은행, 메릴린치 등 유수 투자은행에서 국제채권, 외환, 파생상품 및 M&A등을 경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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