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화 방안서 밝혀…적극적인 소싱 및 리모델링 필요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정부가 주거난 문제 완화를 위해 ‘묘수’를 꺼내들었다. 주택뿐 아니라 호텔과 콘도 등 숙박시설, 나아가 상가와 오피스 등까지도 매입 대상에 포함시켜 집으로 내놓겠다는 것이다. 전례 없는 정책인 까닭에 민심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해당 대책이 ‘공염불’에만 안 그친다면 기대요소가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단순히 ‘사들여서 공급한다’는 수준을 넘어, 각각의 공간을 ‘살만한 곳’으로 탈바꿈하는 등 전 단계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요구의 배경이다. 이 같은 전제가 충족돼야 정부의 이번 구상이 가뭄 뒤 단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곳곳이 공실…‘사람 사는 곳’ 탈바꿈

지난 19일 정부가 발표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화 방안’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단연 호텔 등 비주거 공간의 활용방안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매물이 된 호텔과 오피스 등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 이를 주거공간으로 개조해 전·월세 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낯선 대책으로 비치지만 실은 진즉에 예고된 사안이기도 하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1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주택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서, 국회 문턱은 국무회의 한 주 전인 이달 4일 넘었다. 이런 절차를 거쳐 지난달 18일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정부는 이제야 첫발을 뗀 모습이다. LH가 서울에 매물로 나온 호텔을 인수하는 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아직 확정된 바는 없지만 이태원동 크라운관광호텔 등이 우선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홍대와 강남 등지의 폐업 상태 및 위기를 겪고 있는 숙박시설 등도 유력한 매입대상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단 그에 따른 공급물량이 이른 시기에 증가세를 보이진 않을 듯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호텔 리모델링은 유럽 등 주거복지 나라에서 호응도가 높은 사업으로, (국내에서도)머지않아 이곳이 저렴하고 질 좋은 1인 주택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당장 서울 비주택 리모델링 공급물량 중 호텔 비중은 2~3%로 적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는 것은 시기적절한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서다. 애초에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서울 역세권에서만 8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줄곧 현실가능성을 의심받아 왔다. 주택을 매입해서 팔자니 당장 전월세 매물이 자취를 감춘 상태고, 신규 분양에 나선다고 해도 공사기간에 소요되는 시간만 몇 년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한 숙박시설 등 비주택 매입은 문제 해결에 일정부분 도움을 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오피스 공실률만 봐도 서울(9.1%), 부산(16.9%), 광주(18.2%), 충북(26.3%), 강원(19.5%)에 이른다. 이들 유휴공간이 공급주택 후보가 된 격이며, 사업자측 역시 활용 및 처리에 관한 선택지 하나를 더 든 셈이다.

물론 수요자 입장에서도 효용이 있다. 지금 주택난의 여러 원인 중 하나는 인구는 줄되, 1인 가구는 증가세라는 데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국내 1~2인 가구 비중은 57.4%에 달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2027년 63.7%, 2037년 69.1%, 2047년 72.2%에 도달할 것이란 게 통계청 분석이다. 소규모 주거공간의 공급 확대가 선택이 아닌 필수란 뜻이다.

흐름이 이렇다 보니 최근 조치는 불가피하게 마련된 측면도 잇다. 김정희 국토부 주거복지정책관은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으로 역세권 등 우수한 입지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여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1인 가구 증가 등 주거트렌드 변화에 시의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풀어야 할 과제도…정부 ‘의지’가 중요

시장이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호텔과 콘도 같은 유휴 비주택 시설은 오히려 늘고 있어 지금이 싼값에 비주택 자산을 대규모로 취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며 “이와 같은 유휴공간을 전월세난 극복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한 조치는 제법 창의적인 정책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도 상당하다. 원체 생소한 정책인 탓에 제기되는 일부 의심을 거두는 것도 그 중 하나다. 해당 정책이 발표된 뒤 시민들이 우려하는 대목은 대체로 유사했다. “그럼 호텔에서 사는 거냐”, “유흥시설 밀집지역 아닌가”, “어린이집, 학교, 상가 등 기본적인 인프라는 돼있나”라는 식이 대부분이다.

정책을 추진하는 주체들 역시 이런 문제를 인지는 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당장 특정 시설의 매입 여부 및 대상도 확정된 바 없으므로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매입대상이 비주택이더라도, 차후 활용 목적은 주택이므로 입지와 시설 측면에서 일반적 주거형태의 면면을 띨 수 있도록 (시설개조 등을)하지 않겠나”라고 귀띔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정부의 ‘의지’야 말로 최대 관건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주택 매입과 달리 비주택 매입은 이른바 ‘가성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매입자산에 대한 실사, 매각협상, 용도변경 등으로 속칭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인 데다, 그러고도 값싸게 사들일 대상이 100채를 넘기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사업 주체의 적극성을 유인할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부동산 업계 모 관계자는 “극심한 전월세 난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현 정부는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TF’라도 만들어야 할 일”이라며 “비주택 인수대상 확대는 ‘마른 수건이라도 짜라’는 절박함에서 나온 듯하다”고 바라봤다.

그는 이어 “500채든 1000채든 (비주택을)적극적으로 발굴함으로써, 몇 달 내 주택시장에 공급이 가시화 된다면, 이는 작금의 전월세 난에 ‘가뭄에 단비 소식’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소싱 작업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LH나 SH 내규상의 특별고과를 줘서라도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에 대한 촉진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