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대신 빌라·상가·오피스·호텔 리모델링
“임대차법 놔두곤 효과 없다”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부동산에 전·월세, 매매 안내문이 게시돼있다.정부는 전세난을 타개하기 위해 향후 2년간 공공임대 11만4천100가구를 공급한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정부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전세난에 대한 해결책으로 앞으로 2년간 전국에 11만4,100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민간건설사와 매입약정을 통해 다세대, 오피스텔 등 신축 건물을 사전에 확보해 서둘러 공공임대로 공급한다.

비어 있는 임대주택과 상가·호텔 등 비주거 건물도 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전세 주택과 3~4인 가구를 위한 중형 공공임대도 처음 도입된다.

8·4 주택공급 대책 이후 100일 만에 다시 나온 문재인 정부의 24번째 부동산 대책은 한 마디로 공공임대주택 확보에 총력 집중하겠다는 것. 그러나 공급 대부분이 1~2인실에 치우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임대차법 개정 등 근본적인 해법이 빠져 있어 벌써부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 전국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정부는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년까지 전국에 11만4000가구의 공공임대를 공급하는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11·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공공임대주택을 지역별로 분류해 보면 수도권이 7만 가구, 서울이 3만5,000가구 규모다. 이 중 초단기 대책은 3개월 이상 공실인 공공임대주택 3만9093가구(수도권 1만5,652가구)를 전세로 전환해 무주택자에게 공급하는 방안이다. 신규 주택공급이나 리모델링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 입주까지 가능한 대책도 빼들었다. 관련 규정도 개정해 입주자격에 자산·소득 요건을 없앤다는 방침이다. 이에 무주택자는 누구나 입주가 가능하지만 경쟁이 생길 경우 저소득자나 장애인에게 우선 배정된다.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공공전세 주택 도입... 시세 90%로 6년 거주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공공전세 주택도 도입한다. 전국 1만8,000가구로 예정된 가운데 수도권이 1만3,000가구, 서울이 5,000가구다. 방식은 먼저 민간 건설사가 약정한 물량을 지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주택을 사들여 임대로 제공하는 매입약정 방식이 주가 된다.

무주택 실수요자가 추첨을 통해 선발되며 최대 6년(4+2)간 시세 90% 이하 보증금으로 거주할 수 있다. 임대기간이 끝나면 다른 임차인에게 임대하거나 매각될 수도 있다. 정부는 민간 건설사의 참여 확대를 위해 공공택지 우선공급, 건설자금 저리지원, 세제지원 등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021년 하반기에는 공실 상가나 오피스, 숙박시설 리모델링을 활용해 2만6000가구(수도권 1만9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비주택 공실 리모델링 방안을 좀 더 민간 중심으로 추진하기 위해 주차장 증설 면제, 장기 저리융자 지원도 실시된다. 오피스텔, 상가 등 집합건축물 리모델링 동의 요건도 100% 동의에서 80%의 동의를 얻으면 가능한 것으로 변경해 노후화된 상가 건물 등의 용도전환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고품질 중형임대 6만3000호 공급

3~4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질 좋은 중형임대’ 공급방안도 공개됐다. 정부는 전용 60~85㎡ 규모의 고품질 중형임대주택을 향후 5년간 6만3,000호 공급한다. 거주기간은 최대 30년까지 확대해 소득·자산요건 충족시 30년을 거주할 수 있다. 또 공공임대 입주계층 폭을 넓혀 확대해 소득 분위로 살펴보면 3인가구는 6분위에서 7분위로, 4인가구는 7분위에서 8분위로 입주 대상이 확대된다. 노후한 공공임대 아파트 단지 15곳의 재건축도 추진된다. 1980~1990년대 준공된 LH 노후 공공임대 아파트 단지로 서울은 중계1, 가양7, 수서, 번동5, 번동2, 등촌4, 등촌6, 등촌9 등 8개 단지다.

“임대차보호법 그대로 두고 공급확대만 하는 건 한계”

불과 100일만에 다시 나온 부동산 대책에 대해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갑자기 심각해진 전세난의 본질적 이유인 임대차보호법은 그대로 둔 채 공급만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현재 전세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물량 부족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활용 가능한 모든 정책을 끌어모았다지만 이번 대책에 따른 공급 물량은 내년 상반기까지 서울 8900가구, 수도권 2만4200가구인 데다 빌리나 오피스텔이 대부분이라 아파트 전세물량을 원하는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전세난을 해결하겠다고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19일 성명서를 통해 “정말 서민에게 필요한 공공임대주택은 연간 2만 호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정부는 마곡·위례·수서 등 공공택지를 민간에 벌떼 입찰 방식으로 넘기고 시민에게 바가지 분양을 했다”며 “분양가상한제를 무시하고 높은 분양가를 제멋대로 결정해 폭리를 취해 온 공기업과 관련자를 수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