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이사회에서 결의…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로 ‘LG신설지주’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LG에서 LG상사·LG하우시스 등 5개사 중심의 신규 지주회사 설립이 추진된다. 신규 지주사는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거느린다.

LG는 26일 이사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LG의 13개 자회사 가운데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등 4개 자회사가 현재 그룹사에서 독립, 신규 지주회사인 ‘㈜LG신설지주’를 세운다는 것이다. LG신설지주는 이들 4개 회사를 자회사로 삼으며, LG상사 산하의 판토스 등은 손회사로 편입한다.

LG신설지주는 새로운 이사진에 의한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구성은 구본준 LG 고문(대표이사)이 사내이사를 맡는다. 송치호 LG상사 고문(대표이사), 박장수 LG 재경팀 전무도 내정됐다. 사외이사는 김경석 전 유리자산운용 대표이사, 이지순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강대형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가 유력하다. 또 김경석, 이지순, 정순원 사외이사 내정자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구본준(69) LG그룹 고문.
LG측은 “앞으로의 경영환경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심화, 4차 산업혁명 가속화에 따른 디지털 경제 확산 등으로 급변할 전망”이라며 “이 같은 변화에 민첩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해야만 기업의 생존과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이사회 결의는 이를 위해 지주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영역을 더욱 전문화할 수 있는 구조로 조속히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의 이런 행보는 일찍이 예상됐었다. LG그룹은 선대 회장이 별세하면 장남이 그룹 경영을 잇고, 동생들은 분리해 나가는 형태의 '형제 독립 경영' 체제를 전통처럼 이어왔다. 앞서 구광모 현 LG 회장이 지난 2018년 그룹 회장에 취임, 이에 따라 구본준 고문의 분리 계열이 가능성이 지속 제기돼 왔었다. 특히 올해로 구광모 회장이 취임 3년을 맞이한 가운데,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호실적을 내는 등 그룹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올해 안으로 계열분리가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 컸다.

이번 결정으로 분할 이후의 존속회사 ㈜LG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 영역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 신설 지주회사는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업회사들을 주력기업으로 육성할 전망이다. LG 관계자는 “향후 계열분리 추진 시 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다 단순하게 하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완화 방향에도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분할방식은 상장 자회사인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및 비상장 자회사인 LG MMA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분할비율은 존속 및 신설 지주회사의 별도 재무제표상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에 따른 것으로 ㈜LG 0.9115879, 신설 지주회사 0.0884121이다.

이에 따라 2021년 5월 1일 분할 절차가 완료되면 기존 ㈜LG 주식 100주를 가진 주주는 회사분할 후 ㈜LG 91주, 신설 지주회사는 재상장 주식 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액면가액을 1000원으로 정한다. 이에 따라 44주를 각각 교부받게 되며, 소수점 이하 단주는 재상장 초일의 종가로 환산해 현금으로 지급받게 된다. 분할 전후 존속 및 신설회사의 주주구성은 동일하다.

LG는 내년 3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분할 승인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어 같은 해 5월 1일자로 존속회사 ㈜LG와 신설회사 ‘㈜LG신설지주’ 2개 지주회사가 재편된 형태로 새 출범하게 된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