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싱가포르, 중국 등지서 사업진출 발판…AI 및 로봇 등에도 투자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의 전환’. 한국 경제와 산업계가 작금에 직면한 최대 과제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적잖은 이들이 기술력을 꼽는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보다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작업이 먼저 아닐까. 시장을 키워놔야 좋은 기술력의 활용가치도 극대화하기 마련이니까.

미래 경제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친환경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늘 ‘생태계 확산’을 강조하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 특히 해외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 수소경제 생태계 확산 및 기술개발 돌입에 박차를 더하는 현대차 행보에 시선이 더해지고 있다.

수소 생태계 조성에 ‘시동’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사옥.
올해 11월 현대차가 알린 소식 가운데에는 유독 해외 기업 혹은 기관과의 협력이 눈에 띄었다. 인공지능(AI) 컴퓨팅 기술 분야 선도기업인 ‘엔비디아’와의 협력과 더불어, 영국과 싱가포르 및 중국 등지에서 각종 업무협약(MOU) 체결 소식을 전했다. 물론 모든 사항의 핵심은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와 디지털 기반 차세대 기술로 압축된다.

가장 최근에는 영국의 글로벌 종합화학기업 이네오스그룹(INEOS)과 맞손을 잡았다. 현대차는 글로벌 수소 생태계 확산을 위한 협력이라고 지난 20일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수소의 생산, 공급, 저장부터 수소전기차 개발, 연료전지시스템 활용에 이르는 통합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게 두 기업의 계획이다.

유럽은 수소경제를 선도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영국에 본사를 둔 이네오스는 석유화학, 특수화학, 석유제품 생산 등을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종합 화학기업이다. 현재 연간 30만 톤의 수소를 생산 중이라고 알려졌다. 최근 수소 관련 사업 분야를 확대함으로써, 미래 수소사회를 견인하기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사우디 아람코에 이은 이번 이네오스와의 협력이 향후 수소사회로의 전환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협력을 통해 차량용 연료전지시스템 개발 및 양산 분야의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연료전지시스템 기술이 보다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는 본격적인 계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전무)은 “이네오스와 같은 전통적 화학기업이 그린수소 생산, 수소전기차 개발 등을 통해 수소 생태계로의 진입을 모색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이 같은 이네오스의 노력에 연료전지시스템 분야를 선도하는 현대차의 기술력이 더해져 최상의 시너지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래차 생태계 확장을 위한 움직임은 싱가포르에서도 활발히 진행됐다. 현대차는 “싱가포르 전동화 생태계 구축과 함께 동남아시아에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BaaS) 사업 발판을 마련하고자, 싱가포르 최대 충전사업자 SP그룹과 관련 사업협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SP그룹은 싱가포르 국영 최대 전기 및 가스 배급 회사다.

현대차와 SP그룹은 해당 협약으로써 전기차 구매비용 진입장벽 완화 및 새로운 전기차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에 나서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전기차 보급 및 충전 인프라 확대 ▲싱가포르 전동화 정책 연구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 사업 개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친환경 자원 선순환 등 싱가포르에 혁신적인 전동화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와 더불어 중국에서도 사업 확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달 27일 상해전력, 상해순화신에너지시스템, 상해융화전과융자리스와 함께 ‘장강 삼각주 지역 수소상용차 플랫폼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어 지난 4일 안타이과기 및 허강공업기술과 함께 ‘징진지 지역 수소전기차 플랫폼 구축을 위한 MOU’를 추가로 체결했다.

현대차는 이들 기업과 징진지 지역 내 수소전기 대형트럭 시범 운행 사업을 추진, 오는 2025년까지 1000대 수준의 수소전기트럭을 보급한다는 목표다. 이인철 현대차 상용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중국 시장에 차량 판매뿐만 아니라, 수소차 리스, 충전소 운영 등 수소 생태계 전반에 걸친 비즈니스 클러스터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AI·로봇으로 미래 모빌리티 구현

물론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일은 엔비디아와의 기술협력이다. 널리 알려졌듯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그래픽 인지 및 처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들이 개발한 정보처리 반도체인 엔비디아 드라이브는 빠른 속도로 대용량의 데이터 연산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엔비디아와의 기술협약을 통해 2022년께 출시하는 현대·기아·제네시스 브랜드의 모든 차량에 인공지능 기반 커넥티드 카 운영 체제(ccOS)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전 라인업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차량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참고로 현대차는 엔비디아와 2015년 기술 개발 협약을 체결, 커넥티드 카 기술연구를 진행해온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현대차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설’이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을 조건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최대 10억달러(약 1조1350억원) 규모”라고 보도하면서다. 현대차는 공식 언급을 삼가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기대감이 커가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작년 12월부터 사내 로봇 연구팀 ‘현대·기아차 로보틱스랩’을 조직해 신사업 개척을 모색해 왔었다. 이 같은 배경에서 해당 인수가 실제 성사되면, 현대차는 웨어러블 및 서비스 등 다양한 형태의 ‘로봇 이동수단’을 갖춘 기업으로 급도약할 수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로보틱스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한편 현대차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경제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 능력을 70만기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중형급 화물 운송용 무인 항공기 개발에 착수, 국내의 우수 협력업체 발굴에 나선다고도 전했다. 화물 운송용 무인 항공기 개발에 대한 기술 컨셉은 내년 상반기쯤 공개할 예정이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