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팬데믹’에 유통가 위기감…언택트 소비 가속화

서울 명동 한 가게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지난 24일 자정부터 2단계로 격상해 임시 휴업하는 매장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올해 코리아세일페스타(11월 1~15일, 이하 코세페)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내수 진작과 골목상권 및 지역경제 회복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코세페에 지난해보다 배가 넘는 1784개사가 참여했고 코세페 기간 국내 카드 승인액은 37조4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수준으로 특히 온·오프라인 유통기업 매출이 모두 증가했다. 코세페 기간 전통시장 매출액이 25.5% 증가한 것을 비롯해 동네 슈퍼(12.1%), 편의점(3.9%), 백화점(5.4%), 대형마트(1.4%), 온라인 유통(27.0%) 등의 매출이 함께 올랐다. 문제는 코로나19 ‘3차 팬데믹’이 시작됐다는 것. 이제 연말 특수가 아닌 연말 위기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코로나 한파’가 더 심각

겨울과 함께 유통업계에도 한파가 찾아왔다. 특히 코로나19 늪에 빠졌던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1년 내내 침체됐던 상황을 코세페를 통해 반전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코세페가 끝나고 불과 일주일 만에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를 맞이하면서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미 수도권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로 격상돼 지난 9월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당시 기준 2.5단계)되자 롯데·신세계·현대 등 국내 대표 백화점 3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43% 급감한 바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명의 확진자가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보는 감염재생산지수가 1.5명으로, 다음 달 초에는 확진자가 600명 이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모임은 없다고 생각하라는 담화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결국 유통업계에게 최대 쇼핑 대목으로 여겨지는 연말이 차갑게 식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외식업 관계자는 “겨울철 환절기 수요가 집중되는 시점에 직격탄을 맞았다”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3차 팬데믹이 심각한 상황에서 국내 재확산이 충분히 예견됐었는데 차라리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단계 격상을 추진해 연말을 안전하게 보내는 것이 옳았던 것 아닌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도, 기업도 후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미 국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행동하기 시작했고 정부와 기업은 그에 어울리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온라인 유통시장은 오히려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유통시장이 급변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그 속도가 더 빨라졌을 뿐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서덕호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장은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 등장은 파괴적 혁신을 만들어내고 제조, 물류 등 타산업과 융합을 통한 보다 고차원적인 경쟁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시장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혁신기술들을 어떻게 잘 적용하고 활용하느냐에 유통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 화두는 ‘집콕족’ 공략

새로운 산업 생태계 등장 속에서 당장 유통업계 화두는 ‘집콕족’ 공략이다. 특히 연말 모임을 ‘홈파티’로 대체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유통기업들이 신속한 대응력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크리스마스 등을 겨냥해 홈파티용 온라인 디저트 라인업을 확대하거나 배달 전용 외식 메뉴 등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신세계푸드는 20~30대 ‘홈디저트족’ 증가세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연말 모바일 선물하기나 온라인 쇼핑을 통해 케이크를 선물하거나 주문하는 소비자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신세계푸드는 ‘온라인 전용 냉동 케이크’ 라인업을 확대했다. 기존 5종이었던 베키아에누보 냉동 케이크 라인업에 신제품 2종을 추가로 선보인 것.

CJ푸드빌 배달 전용 브랜드 ‘빕스 얌 딜리버리’는 홈파티를 위한 ‘윈터 얌파티 세트’를 출시했다. 윈터 얌파티 세트는 빕스 얌 딜리버리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은 메뉴를 중심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빕스 시그니처 메뉴 ‘얌스톤’ 스테이크를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얌그릴 스테이크’ ▲바비큐 폭립, 치킨윙, 김치볶음밥이 포함된 ‘바비큐 폭립 얌플래터’ ▲수란과 명란을 더한 ‘수란톡 명란 까르보나라 파스타’도 있다.

‘집콕족’과 ‘홈술족’의 친구라고 불리는 편의점은 특별히 불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GS25는 지난 19일부터 선보인 알베르비쇼 보졸레누보 물량 3만병 중 약 1만병이 이미 주류 스마트오더를 통해 사전 예약 주문됐다. 보통 보졸레누보가 출시 첫날 GS25에서 5000~1만병 정도 판매되는데 주류 스마트오더 예약 주문량까지 포함하면 GS25가 이번에 준비한 보졸레누보 물량 절반이 출시 초기에 팔렸다.

CU도 HMR(가정 간편식)을 넘어 RMR(레스토랑 간편식)까지 편의점 상품 영역을 확대했다. CU는 모바일 앱 포켓CU를 통해 전국 맛집 메뉴를 밀키트 형태로 개발한 RMR을 판매한다. 전국 방방곡곡 숨은 골목 맛집들이 지역 상권을 벗어나 편의점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언택트 상품으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있게 된 것. CU는 그동안 포켓CU를 통해 O2O 판매 채널을 구축해 도시락, 와인, 김장김치 등 다양한 식음료를 비롯해 공기청정기,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까지 상품을 확대하며 편의점 옴니 쇼핑을 구현한 바 있다.

파리바게뜨는 ‘우리는 서로의 산타’를 주제로 40여종 기획 제품과 크리스마스 캠페인을 전개한다. 특히 홈파티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집콕 파티 패키지’도 한정적으로 선보인다. ▲파리바게뜨 자체 브랜드 ‘퍼스트 클래스 키친’ HMR 제품들로 풍성하게 구성한 ‘X-MAS 퍼스트 클래스 키친 홈파티팩’ ▲신선하고 맛있는 파리바게뜨 샌드위치를 다양하게 구성한 ‘X-MAS 샌드위치 파티박스’ 등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