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주거비용 부담…고용부진에 기업실적 감소가 원인

내년 수출은 올해 부진을 바탕으로 크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에 따라 소비심리도 동반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올해는 연초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한 충격이 1분기에 집중되면서 민간소비가 큰 폭 감소했지만 2분기 들어 경기부양책 효과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완화로 소폭 반등했고 하반기 들어 코로나19 재확산세 심화와 장기화 가능성 우려, 정부 정책 효과 소멸 등으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민간소비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개선될 여지가 크지만 고용 부진, 가계부채와 주거비용 부담 증가, 기업실적 감소에 따른 임금상승률 둔화 우려, 정부 추가 부양정책에 대한 부담감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개선 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가계부채 누적, 민간소비 확대 제약요인

올해 민간소비는 1분기에 4.8% 감소하며 IMF 경제위기(1998년 4분기 ­9.7%)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실질총소득(GNI)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경기 위축과 수출물가 하락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 등의 영향으로 2분기에 전년 동기비 1.7% 감소(전기비 2.2%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요인으로 자동차 등 내구재 판매는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지원 영향이 감소했고 또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 등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취업자수는 지난 3월 이후 전년 동기비 감소세가 지속되는 등 고용 위축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9월 취업자수는 전년 동월비 1.4% 감소한 2701만 명, 고용률은 전년도 9월 61.5%에 비해 1.2%P 감소한 60.3%를 기록했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 심리지수는 지난 9월 92 수준으로 기준선(100)에는 못 미치지만 4월 이후 개선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고 대출금리도 하락하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완화되고 있는 상황은 소비에 긍정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가계부채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은 민간소비 확대의 제약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에 민간소비가 GDP 성장률을 상회하며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급락했던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 회복 등의 영향으로 상승하고 이에 따라 물가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외여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며 내수 소비는 매우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고 여기에 물가 상승과 구매력 일부 확대로 소비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통 소비심리 개선 여부는 수출 회복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3분기부터 수출이 빠르게 회복됐고 지난달부터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돼 내년 수출은 올해 부진을 바탕으로 크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에 따라 소비심리도 동반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프라인 유통가, 코로나 충격 벗어날까

내년에는 오프라인 유통기업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모두 상반기까지 구매객수는 크게 감소하고 구매단가는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명품 및 가전, 가구 등 소비재 보복 소비가 크게 증가했고 각 오프라인 유통기업 구매단가 상승률에 영향을 줬다.

내년에도 여전히 해외 소비가 불가능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로 인해 국내 소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내년에는 구매단가 상승뿐만 아니라 GDP 회복으로 구매건수도 동반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언택트 소비가 일상으로 자리 잡으며 코로나19 이후에도 기성 유통기업과 신규 플랫폼 사업자 동반 성장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이후 경쟁 심화 현상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언택트 쇼핑으로의 전환 속도가 더 빨라져 온라인 유통 기업 거래액은 40~50% 증가세를 기록할 정도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기업 성장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기업 온라인 트래픽도 동반 급증하면서 온라인 쇼핑 생태계가 확대돼 기성 오프라인 유통기업도 수혜를 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서덕호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장은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 등장은 파괴적인 혁신을 만들어냈고 제조, 물류 등 타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보다 고차원적인 경쟁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시장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혁신기술들을 어떻게 잘 적용하고 활용하느냐에 유통기업 미래가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GS홈쇼핑과 합병으로 연간 거래액 14조 원의 거대 유통기업으로 등극한 GS리테일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학생들 정상 등교가 불가능해 학교 및 학원 주변 GS25 편의점 트래픽이 크게 감소하면서 점포당 매출 성장력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당장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더라도 올해 대비 등교일 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어 학교, 학원은 물론 유흥가 주변 GS25 편의점 트래픽이 대폭 개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GS홈쇼핑과 합병으로 인해 1200억 원 이상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기대되며 시가총액은 3조60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하는 등 실적개선이 더 부각되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내년에는 비대면 문화 확대로 전체 배달앱 시장이 올해보다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배달앱 시장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배달의민족’이 변함없는 강세를 보이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종앱인 ‘쿠팡이츠’와 ‘위메프오’가 최근 약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내년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희정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이사는 “코로나19가 1년 가까이 기승을 부리면서 배달앱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배달의민족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토종 배달앱들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는데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