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명 임원승진 단행, 이경후-정종환 ‘부사장 부부’ 탄생도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CJ그룹이 주요 계열사 대표를 대거 교체했다. 또 이재현 CJ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4세 경영을 위한 준비에도 나섰다. 단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임원 승진 대상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CJ그룹은 지난 10일 이 같은 사항을 담은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 강호성 CJ ENM 대표, 이경후 CJENM 부사장.
이번 인사에서 특이사항은 핵심 계열사 대표 다수가 교체된 점이다. 최은석 CJ주식회사 경영전략총괄이 CJ제일제당 대표,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가 CJ대한통운 대표, 강호성 CJ주식회사 경영지원총괄이 CJ ENM 대표로 각각 내정됐다.

CJ는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사업환경 변화 등 대내외 위기상황에 대처하고 미래 대비에 나설 수 있는 CEO들을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최은석 대표는 그룹 대표 전략통으로 꼽힌다. 네이버와의 사업제휴를 이끌어내 주목받은 바 있다. 1967년생으로 2004년 CJ에 입사했으며 CJ대한통운 경영지원총괄, CJ 전략실장, CJ 경영전략총괄 등을 역임했다.

강신호 CJ대한통운 신임 대표는 CJ제일제당을 맡으며 사상 최대 실적을 연달아 낸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강호성 CJ ENM 대표는 검사 출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3년 CJ그룹에 합류해 CJ 법무실장, CJ 경영지원총괄을 지냈다. 업계에서는 논란이 된 프로듀스101 순위조작 관련 소송 등에 대한 대응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오너 일가 중에서는 이경후 CJ ENM 상무가 유일하게 승진했다. 부사장대우로 올라서게 된 그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번 승진으로 CJ그룹의 부사장 부부가 탄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그의 남편 정종환 CJ 상무가 부사장대우로 승진한 바 있다.

이경후 CJ ENM 부사장대우는 1985년생으로 30대 나이다. 2011년 지주사 CJ의 대리로 입사한 이래 CJ오쇼핑 상품 개발과 방송 기획 등을 거쳐, 2016년부터 CJ미국지역본부에서 근무해 왔다. 2017년 3월 미국지역본부 마케팅팀장 상무대우로 첫 임원 뱃지를 단 후 8개월 만에 상무로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그 뒤 2018년 7월 CJ ENM 브랜드전략 담당(상무)를 맡았으며, 최근까지 회사 브랜드 아이덴터티(BI)와 콘텐츠 커머스 융복합 산업 트렌드·사업 전략, 특화 사업 기획 등을 맡아왔다.

반면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승진 대상자에서 빠졌다. 지난해 마약 밀반입 논란을 이유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일각에선 “CJ그룹 4세 경영의 무게추가 장남 대신 장녀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CJ그룹은 이들과 함께 총 78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다. 신임 임원(상무대우)이 지난해 2배가량인 38명으로 확대됐고,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80년대생 여성 5명을 포함한 8명의 여성임원(21%)이 탄생했다. 이런 여성임원 비율은 역대 최대치다.

CJ그룹 관계자는 “2020년은 불확실한 대외 경영환경 속에서 혁신성장과 초격차 역량 확보를 통한 질적 성장과 미래 대비에 주력한 한 해 였다”며 “2021년 역시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와 뉴노멀 시대에 적극 대비해 글로벌 생존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