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포장재부터 동물 희생 없는 비건 트렌드까지

쌓여가는 재활용 쓰레기더미.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전 세계는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친환경 행보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일평균 848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후 배달 음식, 택배 물량 등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반기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되지 않고 있어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상반기보다 증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유통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통기업들이 포장재를 최소화하고 대체 소재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

온라인·홈쇼핑, 포장재 통해 ‘친환경’ 선도

유통기업들이 100% 종이 소재 배송 박스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 포장재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아무래도 배송을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를 가진 온라인·홈쇼핑 기업들이 이런 분위기를 선도하고 있다.

먼저 GS샵은 지난해 신발용 친환경 박스 ‘원 박스(One Box)’를 도입했다. 원 박스는 비닐 테이프 사용 없이 상자를 봉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신발 포장에 사용한 충전재도 모두 종이로 만들어 상자와 충전재를 한 번에 재활용할 수 있다.

CJ오쇼핑은 2017년 7월 업계 최초로 비닐 에어캡 대신 종이 완충재와 친환경 보냉 패키지, 종이 행거 박스를 도입한 바 있다. 재활용이 어려운 비닐테이프 대신 접착제가 필요 없는 ‘에코 테이프리스 박스’를 유통업계 최초로 포장재에 적용했다.

현대홈쇼핑은 최근 100% 종이 소재 배송 박스를 도입해 ‘폴리백(비닐 포장재)’을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등 친환경 배송을 강화했다. 지난 9월에는 배송 박스 내 의류 상품을 감싸는 폴리백을 친환경 재생 원료를 활용한 ‘친환경 폴리백’으로 교체한 바 있다.

마켓컬리는 모든 배송용 포장재를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변경하는 ‘올페이퍼 챌린지’를 시행하고 있다. 시행 1년 동안 한국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의 0.8%에 달하는 4831톤 플라스틱 절감효과를 거두며 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다.

냉동·신선식품을 배달할 때 쓰이는 ‘아이스팩’도 친환경 소재로 개발되고 있다. 생활용품 기업 바인컴퍼니가 개발한 ‘종이 아이스팩’이 최근 특허를 취득한 것. 이 아이스팩은 물과 종이, 산화생분해성필름으로만 만든 제품으로 현재 G마켓,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진화하는 친환경 포장재…영역 지속 확대

오래 전부터 신선식품 포장 등에 사용됐던 스티로폼 박스는 실제로 재활용이 불가능해 환경오염의 원인이었지만 일반 종이박스로 교체할 경우 내용물 신선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 습기로부터 종이박스가 파손돼 제품 보존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에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온라인 장보기 마켓 ‘더반찬&’이 신선식품 포장용 스티로폼 박스를 ‘친환경 종이박스’로 대체했다. 더반찬&은 지난달부터 일부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스티로폼 박스 대신 친환경 종이박스를 활용한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더반찬&이 도입한 종이박스는 100% 재생지로 만들어 친환경적이며 종이를 두 겹으로 제작해 보냉력과 완충력을 강화했다.

오리온은 ‘플렉소’ 방식 인쇄설비에 약 48억 원을 추가 투자해 환경 친화적 포장재 생산을 강화한다. 오리온은 지난해 70억 원을 투자해 올해부터 플렉소 인쇄설비로 포장재를 생산하고 있다. 플렉소 인쇄는 기존 그라비어 인쇄와 달리 양각 인쇄방식을 통해 잉크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환경 친화적 인쇄 방식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도 편의점 업계 최초로 전국 모든 점포에서 비닐봉투 사용을 중단하고 친환경 봉투로 전면 교체한다. CU는 지난 4월 전국 150여 직영점에 시범 도입했던 친환경 봉투를 가맹점주협의회와 논의를 거쳐 지난 8일부터 전국 1만5000여 점포에서 사용을 개시하고 내년 4월까지 100% 도입을 완료할 방침이다.

채식부터 화장품까지 ‘친환경 비건 제품’ 인기

친환경 포장재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친환경 행보에는 비건 제품 확대도 포함돼 있다. 소와 같은 가축의 경우 이산화탄소보다 30배나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방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육식보다 채식을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친환경 행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오뚜기의 경우 싱그러운 채소 원료들만을 엄선해 만든 ‘그린가든 만두’와 ‘그린가든 카레볶음밥’, ‘그린가든 모닝글로리볶음밥’을 출시했다. 최근 채식주의자들이 크게 늘면서 채식 간편식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채식 비건 라면인 ‘채황’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채식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BGF그룹 자회사 BGF에코바이오는 친환경 제품 전문 브랜드 ‘Revert’를 론칭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BGF에코바이오는 지난해 창사와 함께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PLA) 발포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KBF를 인수하며 친환경 바이오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최근 한국콜마도 쿠션과 선크림, 팩트, 마스카라 등 주요 메이크업 화장품 10종이 비건 인증을 받았다. 제조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배제하고 원료, 패키지 등 동물성 성분 사용을 금지했다. 또 풀무원도 인체에 유해한 원료 사용을 배제하고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만든 자연주의 스킨케어 브랜드 ‘브리엔(BRI.N)’을 새롭게 출시했다.

비건 트렌드가 채식주의 개념에서 점차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동물 희생이 없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 특히 화장품 업계에서 이 트렌드에 집중하면서 국내 유통기업들도 속속 비건 제품을 내놓고 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