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발표…산업계 변화 불가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말 청와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정부는 지난주 경제중대본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확정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미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경제질서가 완전히 변화하고 있다. EU와 미국이 ‘탄소국경세 도입’을 논의 중이고 특히 EU는 ‘자동차 배출규제 상향’, ‘플라스틱세 신설’ 등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 금융사들이 납품대상기업과 금융투자 대상을 친환경기업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수출주도형 경제로 성장해온 한국 산업구조 특성상 미온적으로 대응 시 투자 및 글로벌 경제활동 제한이 우려된다. 결국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 대응을 위한 우리 산업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韓 제조업 비중, 선진국보다 높아…대응력 절실

지난해 한국 제조업 비중은 28.4%로 16.4%인 EU, 11.0%인 미국보다 높다. 그동안 우리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이 탄소 다배출 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에너지원 구성 측면에서도 지난해 한국 석탄발전 비중이 40.4%로 미국 24%, 일본 32%, 독일 30% 등 주요국보다 높은 상황이다.

특히 주요 선진국들보다 후발주자로 산업화가 돼 온실가스 정점 이후 탄소중립까지 기간이 상대적으로 촉박하고 이행과정에서 산업경쟁력 약화, 일자리 감소 등 부담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민들은 우리 경제·사회 생존을 위해 탄소중립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보고 있다. 산업계 역시 이 점에 대해 인정하고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에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한 정부는 일단 경제구조 모든 영역에서 저탄소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먼저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인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해 에너지 주공급원을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적극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 주력산업이 해당하는 고탄소 산업 부문에 대한 혁신정책도 강력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의 대규모 기술개발 지원은 물론 고탄소 중소기업 대상 1:1 맞춤형 공정개선 지원에 이르기까지 저탄소 산업구조로의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미래모빌리티가 중심이 되는 생태계를 적극 조성해 수소?전기차 생산?보급을 빠른 속도로 확대할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050 탄소중립은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 높은 화석연료 비중, 높은 무역의존도 등 우리 여건 감안 시 우리에게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면서도 “정부가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는 우리 경제와 기업이 이를 감당하고 오히려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특유의 경쟁력과 기술력 측면의 저력이 있다는 믿음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주력산업, 탄소중립에 예외는 없다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안에 따르면 앞으로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원인 발전·산업·건물·수송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 지원, 제도개선 등을 통해 온실가스 조기 감축을 유도하는 등 경제구조 모든 영역에서 탈탄소화를 추진한다. 무엇보다 탄소 다배출 업종으로 분류된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포스코가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대폭 저감하는 청정설비 가동으로 친환경 제철소 구축에 한발 더 다가선다. 포스코는 지난달 포항제철소 소결공장에 소결기 SCR(선택적 촉매환원) 설비를 구축했다. 질소산화물은 공기 중에서 수증기, 오존 등과 화학 반응해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대기오염물질로 SCR 설비는 촉매를 이용해 연소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을 질소(N2)와 수증기(H20)로 분해하는 청정설비다.

현대제철은 제철소 온실가스 저감 및 환경개선에 내년부터 5년 간 49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한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환경에 투자한 5100억 원을 포함하면 10년 간 환경 관련 투자액만 총 1조 원에 달한다. 현대제철은 앞으로 환경 개선사항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를 위해 기존 ‘현대제철 환경개선협의회’ 운영을 지속하는 한편 제철소 대기질 정보 등을 표시한 환경전광판을 설치해 환경정보에 대한 지역주민 접근성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또 환경성적표지(EPD) 인증을 더욱 확대해 환경 친화적인 제품 생산에 주력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자연 생태계에 존재하는 물질을 활용한 친환경 제품 판매 확대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토양, 산림 등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활용해 생산되는 ‘2,3-부탄다이올(2,3-Butanediol)’ 판매 확대로 친환경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GS칼텍스는 적극적인 해외 진출 일환으로 주요 시장인 유럽 진출을 위해 EU-REACH(유럽연합 신 화학물질 관리제도) 대표자 등록을 완료했다. 향후 ‘2,3-부탄다이올’이 화장품 외에도 작물 보호제, 식품 첨가제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추가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 외 국내 효자산업들 행보도 주목받는다. 먼저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은 오래 전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이미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온실가스 감축은 가스 대체와 저감설비 도입을 통해 공정 배출 감축을 중심으로 높은 성과를 달성했다. 남은 저감·저해 요소를 극복하고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향후 지속적인 R&D 투자, 자발적인 감축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저감장치 확대에 따른 오염 발생을 고려한 통합적인 환경정책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동차산업도 이미 사회 전반에 걸쳐 환경과 안전 및 자유롭고 편리한 이동성이 강조되면서 자동차산업이 ‘내연기관 개인운전 시대’에서 ‘전기동력·자율주행 시대’로 빠르게 전환됐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를 포함해 전년 대비 24.6% 증가한 36만6846대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전기차 판매는 63.4% 증가한 10만1238대를 기록해 세계 전기차 시장점유율 5위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쯤에 전기차만 100만대 이상을 판매할 계획이며 내연기관 개발은 2030년부터 중단할 예정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