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실패 인정 않고 장관만 교체된 점 우려스러워

서울 아파트. 연합뉴스
지난 4일 청와대는 4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실시했는데 가장 논란이 많았던 국토교통부도 포함되어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정책을 주도적으로 담당해온 부처이기 때문에 국토교통부의 수장인 장관의 교체 여부가 세간의 관심사였다.

현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적 변화를 시도해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번 개각에서 전격 교체된 김현미 장관은 3년 6개월이라는 재임기간 동안 무려 24번에 달하는 부동산 정책을 발표해왔는데 부동산 가격의 진정세는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과도한 규제 및 정책적 혼선을 야기해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근에는 “아파트가 빵이라면 내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논란 속에서도 김현미 장관에 대한 청와대의 신임은 두터웠다. 그러나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37%로 급락하며 최저수준에 이르자 위기감을 느꼈는지 결국 장관이 교체되기에 이르렀다. 지속적인 사퇴압력에도 버티면서 무리한 정책을 남발하던 김현미 장관은 최장수 국토교통부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부동산가격 폭등, 전세 대란을 야기시킨 당사자로 지목되면서 불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김현미 장관의 교체가 경질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현장감 있는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고자 장관을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관점에서 청와대가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실무경험이 많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장을 내정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교체 요구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었고 실제 교체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장관만 교체하고 끝내는 것은 일방통행식의 24번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지난 24번의 부동산 정책 중에서 주목할 부분은 투기과열지구를 부활시킨 8·2대책과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 공시가격 현실화 그리고 임대차 3법 등이 있다. 먼저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서 이뤄졌는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어 일종의 규제지역으로 묶이게 되자 부동산 자금이 비규제지역으로 이동하여 비규제지역의 집값을 상승시키는 ‘풍선효과’를 유발함으로써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비판받고 있다.

또한 규제지역은 규제 정도에 따라서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그리고 투기지역으로 나눠지는데 최근에는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오히려 투기지역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예를 들어 양도세 중과 측면에서는 투기지역보다 조정대상지역의 규제가 더 강한 상황이고 대출규제 측면에서는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이 같은 수준의 LTV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과 공시가격 현실화 역시 다주택자 및 고가 주택 보유자들에 대한 과세를 늘리기 위해서 이뤄진 대표적인 부동산 규제 정책이었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전월세 임대료 가격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비판도 거센 상황이다. 과세 부담이 커진 만큼 이를 전월세 임대료로 전가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 3법도 큰 문제를 야기시켰다. 임대차 3법은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를 묶어서 말하는 것으로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보장하겠다는 설익은 논리로 추진되었지만 그 부작용으로 전세매물이 급속히 감소하고 전셋값은 폭등하는 전세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처럼 전임 국토교통부 장관 시절 동안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로 시작하여 규제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막강한 시장기능을 우습게 알고 규제정책으로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경박한 논리가 참담한 실패를 자초한 것이다.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는 주택 공급정책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전임 장관의 실패를 거울삼아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부동산 정책들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현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시장의 과열원인을 투기수요에 있다고만 보았기 때문에 이러한 관점에서 이제는 탈피할 필요가 있다.

즉, 부동산 정책의 초점을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데 맞추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와 대출규제 등과 같은 규제 중심의 정책을 펼쳐왔는데 이러한 정책에서 벗어나 부동산 공급정책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수요와 공급을 모두 고려한 최적화된 정책이 나와야 한다. 이미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서 규제 일변도 정책만으로는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없다는 것이 사실상 판명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적 노선의 변화가 있기 위해서는 장관의 교체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관점도 함께 변화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장관이 임명되더라도 부동산 정책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로서 중요한 것은 이미 망가진 부동산 시장을 더 악화시키지 않고 어떻게 진정시킬 수 있느냐이다. 따라서 또다시 개혁적으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것보다는 기존의 규제 정책 등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여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라고 제언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청와대 코드에 부합된다는 이유로 장관을 뽑는 것이다. 실제 능력과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이 장관직을 맡아 국정을 망치고 국민들을 괴롭히는 경우가 많은 것을 국민들은 목격해왔다. 국민은 고집스런 논리와 어설프게 추진되는 정책의 실험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책당국이 주지해야 한다. 빵과 아파트가 다르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인지한 것처럼 국회에서 발언하는 장관의 무책임한 언행에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함을 느낀다. 그 정도의 인식수준으로 무려 3년반에 이르도록 정책실패를 거듭했다는 사실에 막대한 실망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물의를 빚던 장관이야 그 자리를 내려놓으면 그만이지만 정책실패로 인한 고통은 많은 국민들이 오랫동안 떠안고 살아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의 비판과 경고를 우습게 흘려 들으면서 정책실패를 반복하여 국가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장관에 대해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될 정도이다. 무엇보다 청와대의 코드에만 맞추려 노력하는 등 전문가적 소신이 부족하고 무능력한 장관후보는 국회 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해서 탈락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사건이든지 사후 처리보다는 사고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번 장관 청문회에 대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국정지지율 평가로 강력하게 대처하는 것이 요망된다.



●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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