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최대 화두, 온라인 시장·비대면 소비 확대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AI 로봇이 배송하는 편의점 배달 서비스도 시작됐다. (사진 GS리테일)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코로나 뉴노멀 시대를 맞아 최근 유통산업 트렌드를 분석·전망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온라인 유통시장 진출 전략 등에 대해 다양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고 있다. 화두는 결국 ‘온라인 시장’과 ‘비대면 소비’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가속화된 것이 사실이지만 사실 1인 가구 증가 등의 사회구조 변화로 이미 수년 전부터 대형 유통기업 중심으로 대응력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형마트의 경우 내년에는 점포수가 감소하지만 주거지 중심 매출 상승으로 대형마트 매출은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통산업 변화, 코로나19로 최소 5년 단축

국내 최대 유통 행사 ‘제8회 유통산업주간’이 지난주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온라인으로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 후원, 유통산업연합회 주최,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행사로 유통업계 전체가 한자리에 모여 유통산업 발전과 미래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유통·물류 관련 기업 임직원과 스타트업 등 2000여 명이 비대면·온라인 실시간 중계로 참여했다.

특히 행사 첫날에는 ‘코로나19 이후 유통산업의 변화와 미래 전략’을 주제로 개막 콘퍼런스가 열렸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마케팅 교수의 기조 발표에 이어 데이터분석 기반 이커머스 전략, 내년 소매유통시장 업태별 전망과 소비 트렌드 전망 등을 주제로 전문가들 발표가 이어졌다.

황지영 교수는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황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유통산업 변화를 적어도 5년 정도 앞당겼고 최대 수혜자는 배달기업이다. 반대로 오프라인 기반 외식업계와 엔터, 우버 등 공유업계, 항공업계, 쇼핑몰과 백화점업계는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다.

황 교수는 “소비자들은 한번 편한 것을 경험하면 그 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심리가 있어 코로나가 종식돼도 온라인으로 대거 유입된 소비자들은 그런 현상을 보일 것”이라며 “온라인 시장에서는 그동안 기회가 적었던 명품과 신선식품 분야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확대 속에서도 오프라인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던 신선식품의 경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온라인으로 구매해보니 생각보다 만족도가 높았다’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황 교수에 따르면 앞으로 온라인 식품 소비가 늘어나는 가운데 누가 우위를 가져갈지가 중요 포인트며 신선함을 유지하면서 브랜드 스토리를 어떻게 구축해 가느냐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과의 교감이 필요해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의 균형적 발전은 여전히 중요하다.

배달시장 지속 성장…로봇 배달 상용화 임박

코로나19로 유통업계가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수혜자도 분명 있다. 특히 최대 수혜자는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배달기업들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올해 배달시장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21~30일 주요 배달앱 6사 정보량은 총 5만4174건이었으나 이번 달 1~10일 사이 정보량은 6만5344건으로 10일 만에 1만1170건, 20.61% 급증했다.

특히 지난 1일 이재명표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이 출범해 업계 흐름이 어떻게 변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주요 배달앱 6개사 중 배달의민족 점유율 강세는 배달특급 출범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배달의민족이 배달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쿠팡이츠와 배달특급, 위메프오가 약진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요기요와 배달통은 배달특급 출범 이후 점유율이 소폭 줄었다.

아울러 유통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기반 신기술 트렌드도 배달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로봇과 로봇 배달 서비스, 드론을 활용한 비대면 배송·서비스 등 다양한 변화가 시작되는 것.

김요섭 배달의민족 로봇사업실장은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택배 시장에 298억 개 택배 물량이 발생하면서 796조원 시장이 형성될 것이고 로봇 배달 시장 비중도 20%를 차지하면서 50조원 시장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특히 한국에서는 국민 60%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차, 드론 배달보다는 바퀴 달린 로봇 배달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이런 시스템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국내 배달로봇 규제가 정비돼야 한다. 김 실장에 따르면 에스토니아는 도로교통법 내 이미 배달로봇에 대한 규제가 마련돼 있고 심지어 운전면허 시험에도 배달로봇 관련 문항이 있다. 중국에 실내 배달로봇이 상용화된 경우가 많아지는 것도 이런 규제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도 한국 주거환경에 맞는 실내외 통합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봇을 개발하고 도입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택배 물량이 70% 증가하는 등 매년 외식배달 및 택배가 급격히 증가하지만 오히려 배달 라이더는 기피하는 현상이 아파트와 대학 캠퍼스 등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소량 주문이 많아지고 여성층이 소비를 주도하면서 안전과 보안을 이유로 비대면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AI 로봇이 배송하는 편의점 배달 서비스도 시작됐다. GS25가 LG사이언스파크 내 위치한 GS25 점포에서 스마트폰으로 주문 받은 상품을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직접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시작한 것. 로봇 크기는 가로 50㎝, 세로 50㎝ 높이 130㎝며 몸체에 탑재된 3칸 서랍을 통해 1회 최대 15㎏ 중량 상품까지 멀티(3곳) 배달이 가능하다. GS25는 내년 1월 GS타워, 파르나스타워 내 위치한 GS25 점포로 로봇 배달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