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경제질서에 적극 대응…타 업종 연계로 사업 확장

아르헨티나 리튬 데모플랜트 전경. 포스코는 이차전지소재사업과 함께 리튬 등 이차전지 핵심원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비교적 사업 영역 확장에 신중했던 국내 철강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신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이 ‘탄소국경세 도입’을 논의 중이고 특히 유럽연합(EU)이 ‘자동차 배출규제 상향’, ‘플라스틱세 신설’ 등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도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해 이미 세계 경제질서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철강기업들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실제로 국내 철강업계는 비철강 분야에 대한 신사업 전략에 따라 본업인 철강 사업 리스크를 줄이고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한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다.

CO₂ 배출 불가피, 기술적 한계 극복이 관건

기후변화 대응이 인류 최대 도전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전 세계가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은 분명 철강업계의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기존 철강기업 고유의 업종 특성과 설비 자체가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데 여전히 기술적 한계를 노출하고 있어 당분간 힘겨운 생존경쟁이 예고된다.

이런 현실 속에서 포스코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Carbon Neutral)’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포스코가 탄소중립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이 불가피한 업종 특성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선언이다. 특히 한·중·일 등 대형 고로 생산체제에 기반한 아시아 철강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탄소중립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는 점이 그렇다.

우선 포스코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개발 중인 다양한 저탄소 솔루션을 소개하고 향후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갈 저탄소 기술을 발표했다. 1단계로 에너지효율 향상과 경제적 저탄소 연원료로의 대체를 추진한다. 2단계에는 스크랩 활용 고도화와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적용, 3단계에서는 기존 파이넥스(FINEX) 기반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해 궁극적으로 수소 환원과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탄소중립 제철 공정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기후변화 대응은 미래 문제가 아니라 지금부터 해결에 나서야 하는 현재 이슈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기여하고자 하는 기업시민 포스코에게 중요한 어젠다”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저탄소 사회로 도달하는 방법을 찾는데 포스코를 포함한 다양한 선도기업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탄소 시대 대비, 수소 사업 확장

철강업계는 저탄소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수소 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국내를 대표하는 철강기업을 중심으로 수소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한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청정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수소는 연간 국내 수요가 2030년 194만 톤, 2040년 526만 톤 이상으로 증가하고 활용 분야도 석유화학산업 중심에서 수송, 발전 등으로 확대·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부도 수소경제위원회 출범 및 그린뉴딜 정책을 선언하고 수소경제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포스코는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 톤 체제를 구축해 수소사업에서 매출 3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2050년까지 수소 500만 톤 생산체제를 구축해 미래 청정에너지인 수소 사업을 개척하고 탈탄소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수소경제를 견인하는 그린수소 선도기업’이라는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포스코는 철강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Cokes Oven Gas)와 천연가스(LNG)를 이용한 연간 7000 톤의 수소 생산 능력을 갖추고 약 3500 톤의 부생수소를 추출해 철강 생산 중 온도 조절과 산화 방지 등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또 세계 최초로 수소 연료전지 분리판용 철강제품을 개발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소차에 공급하는 등 수소 생산과 이용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현대제철도 현대차그룹 ‘FCEV(수소전기차) 비전’에 발맞춰 차세대 수소 생태계를 선도하기 위한 토대 구축에 나섰다. 현대제철은 향후 수소 사업 분야를 미래 신성장사업으로 육성키 위해 ▲수소 생산·유통시설 확대 구축 ▲주요 사업장 FCEV 도입·수송차량 확대 적용 ▲수소 활용 친환경 연료전지발전 시스템 구축을 추진할 방침이다.

우선 수소 생산·유통시설 구축을 위해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폐열 및 부생가스를 이용한 기존 생산방식과 차별화된 친환경적 수소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또 FCEV 보급 확대를 위해 현대제철 주요 사업장에 FCEV를 적극 도입할 예정이다. 이 밖에 수소 생산능력에서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대차 그룹이 추진 중인 신재생 발전 시스템 구축에도 역할을 하기로 했다.

유력 타 업종과 연계, 밸류체인 완성

철강업계가 이차전지소재 사업인 밸류체인 완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이차전지산업 밸류체인은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 ▲배터리에 필요한 양극재, 음극재, 전구체 등을 생산하는 이차전지소재 기업 ▲이에 필요한 리튬, 니켈, 흑연 등의 원료를 가공, 공급하는 이차전지소재 원료공급기업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에 포스코는 양극재와 음극재 등의 이차전지소재사업과 함께 리튬, 니켈 및 흑연 등의 이차전지 핵심원료 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중심으로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평가매장량 증가, 친환경 니켈 제련 사업 추진, 흑연 광산 지분 투자 등을 연계해 이차전지소재 사업 밸류체인을 구축키로 했다.

포스코는 소재 밸류체인을 완성하고 2030년까지 리튬 22만 톤, 니켈 10만 톤을 자체 공급해 2030년까지 양극재 40만 톤, 음극재 26만 톤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이차전지소재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 매출액 연 23조 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세아제강은 영국 정부와 손잡고 영국 국책 과제인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에 기초 구조물 ‘모노파일(Monopile)’ 제조사로 참여한다. 한국 기업이 영국 해상풍력 기초 구조물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로 세아제강은 이를 발판 삼아 해상풍력 구조물 시장 글로벌 탑 플레이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세아제강은 초대형 사이즈 모노파일 제작이 가능한 연산 16만 톤 규모 공장을 영국 현지에 설립키로 했고 2023년 1분기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해 연 100개 이상 모노파일을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