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모습.연합뉴스

백신 접종과 코로나19 3차 확산 맞물려

영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어도 여름내지 초가을은 되어야 상황이 안정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인구의 약 70~80%가 코로나19에 면역력을 갖게 되어야 코로나19 전파력이 떨어지는 ‘집단면역’이 형성되는데, 그 시점이 내년 여름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이다. 12월 들어 전 세계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70만명을 넘었다. 우리나라도 1000명대로 올라섰다. 미국의 신규 확진자수 역시 20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사망자수가 3000명대로 증가해 코로나19를 막기 위해서는 봉쇄 강화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동절기와 내년 봄 경기침체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3분기까지는 침체가 한번으로 끝날 거란 전망이 많았지만 11월에 코로나 19 3차 확산이 시작되면서 전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금은 올해 말~내년 초에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 2차 충격이 발생할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주식시장은 이런 질병상황과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 국내외 시장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으로 조만간 상황이 정리될 거란 기대가 작동한 결과다. 백신 접종이 긍정적이긴 하지만 실제적 면역효과와 부작용 여부를 신경 써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에 가장 빠르게 개발된 백신은 볼거리 백신으로 4년이 걸렸다. 이번은 10개월만에 개발 과정이 완료되고 접종에 들어갔는데 그만큼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은 시장이 백신의 긍정적인 효과만을 반영해 왔는데 이제는 백신의 효과를 확인하는 국면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대형주 가격이 높아 중소형주로 매기가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져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더 커졌다. 주식시장의 걸림돌이 대부분 제거됐다고 보고 있다. 이익 증가도 긍정적인 주가 전망에 한몫을 했다. 8월까지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주가 상승의 유일한 동력이라고 판단했었다. 당시까지 이익이 정체돼 주가를 뒷받침할 수 없었기 때문인데 그 결과 12개월 선행 주가순이익배율(PER)이 13.6배로 상승했다. 9월 이후 이익전망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지금은 해당 수치가 12배로 떨어졌다. 올해 3분기 코스피 영업이익이 지난 5년내 어떤 때보다 좋게 나왔고 내년 이익 증가율도 40%를 넘을 거란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이익의 방향성도 개선되고 있다. 지금까지 연간 가장 많은 이익을 낸 건 2018년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이익이 2018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걸로 보고 있다. 반면 방향성은 지금이 더 좋다. 2018년은 상반기를 정점으로 이익이 줄어든 반면 내년은 이익 증가가 계속돼 이익의 방향성이 개선되고 있어 추가 상승에 문제가 없을 걸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은 대형주, 특히 경기에 민감한 대형주를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 지금은 대부분의 경기 민감 대형주가 오른 상태여서 대안을 찾기 힘들다. 마지막 상승을 이끌었던 조선, 철강, 화학 등이 오른 이유가 상대적으로 싼 주가이었는데 그 메리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구매관리자(ISM) 제조업지수가 역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이후 반락했다. 대기업의 동향에 집중된 ISM 제조업지수와 달리 중소기업까지 포괄하여 조사하는 PMI 제조업지수는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회복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로 경제 활동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고 그 대상이 경기에 민감한 대형기업이 될 거란 전망이 대다수이지만, 이미 시장은 해당 기업이 추가로 나아질 여지가 많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코스닥의 상승률이 코스피를 넘는 날이 많아진 걸 보면 알 수 있다. 상승 종목의 재편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매수 감소·시장 영향력 약화

외국인 순매수 감소가 눈에 띈다. 11월 초 일평균 5000억에 달하던 순매수 금액이 월말에 2000억대로 줄더니 최근에는 순매도를 기록하는 날이 자주 나오고 있다. 외국인 매수 감소는 주요 매수 종목의 가격이 높아진데다 미국 시장이 그저 그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현상이다. 과거에도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은 선진국, 특히 미국 시장 동향에 큰 영향을 받았었다. 펀드에 들어오는 돈 중 미국 자금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투자자들이 자국 주가에 비춰 해외 시장을 판단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리나라와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점도 외국인 매수에서 한몫을 했다. 미국과 유럽의 금리는 0%대이지만 이 지역 공공채권 수익률은 1.5~2%로 높아 투자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액이 월평균 3조로 늘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외국인 매수가 약해질 경우 개인이 시장을 끌고 가야 한다. 개인 매수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경제 전체에 유동성 공급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중에 돈이 많아 필요한 모든 곳에 공급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주가가 오를 때 돈이 주식시장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로나19 1차 확산 때보다 사정이 좋지 않다. 금융권 신용대출 총량 관리의 영향으로 9월부터 주요 시중은행들이 신규 신용대출을 축소했다. 그와 동시에 증권사에서도 주식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신용융자를 줄였다. 은행에서 빌린 돈에 증권사의 신용 거래를 더하는 이중 차입거래를 막기 위해서다. 그 영향으로 증시 대기자금 수준이 과거와 비슷해도 실제 영향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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