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5년 전쟁이 끝났다. 2016년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균주(메디톡신)와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훔쳐간 범인으로 대웅제약을 지목했다. 결국 지난해 1월 메디톡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공식 제소했다. 분쟁은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ITC는 최종 판결에서 대웅제약이 제조공정 일부의 특허 등을 침해했다는 메디톡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다만 ITC는 보툴리늄 균주가 영업비밀은 아니라고 보고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나보타)의 수입금지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21개월로 단축했다. 대웅제약은 즉각 가처분 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및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 항소 등을 통해 최종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의 패배
16일(현지시간) ITC는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 건과 관련해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제품”이라며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및 재고판매 금지를 명령한다”고 최종판결을 내렸다. 미국 관세법 337조는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등의 침해와 관련된 불공정 무역관행을 다루는 규정이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제조공정 일부의 특허 등을 침해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는 “이번 판결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개발한 것이 입증됐다”며 "대웅제약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는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대웅제약은 허위주장을 한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즉각 반발했다. 대웅제약 측은 “메디톡스의 제조공정은 이미 널리 알려진 기술인데다 대웅제약 공정과 큰 차이가 있다”며 “ITC의 최종판결은 ‘추론’에 기반을 둔 명백한 오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조공정은 1940년대부터 논문 등에 공개된 것이기 때문에 유사성만으로는 침해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대웅제약 “항소하겠다”
대웅제약이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ITC의 최종 판결이 나옴에 따라 미국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승인 또는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대웅제약은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위해 최종 판결의 오류를 지속적으로 주장할 계획이다. 또 다른 방법은 가처분 신청이다. 대웅제약은 ITC의 나보타에 대한 21개월 수입금지 명령과 관련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대웅제약은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방침이다.

메디톡스는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메디톡스는 "미 대통령이 ITC의 최종판결을 거부한 사례는 지난 33년간 단 1건에 불과하다"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대웅제약도 강경하기는 마찬가지다.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앞서 2013년 ITC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했으나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해당 최종판결의 효력이 상실된 바 있다”며 이번에도 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대웅제약의 또 다른 수단은 항소가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ITC 위원회의 최종판결은 메디톡스의 파트너사인 엘러간의 독점 시장 보호를 위한 자국 산업 보호주의에 기반을 둔 결과"라며 "미국 내 공익,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상황이므로 행정부와 항소법원이 이런 문제를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5년간의 지난한 싸움
메디톡스는 2006년 3월 국산 첫 보톡스 제제 메디톡신을 출시했고 대웅제약은 2014년 4월 나보타를 선보였다. 그로부터 2년 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도용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내에서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결과는 메디톡스의 패배였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반발했고 이에 대한 민사소송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후 양사의 다툼은 해외로 무대를 옮겼다. 2019년 1월 메디톡스는 파트너사 엘러간과 함께 대웅제약과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ITC에 제소했다. 5년간의 지난한 싸움 끝에 ITC는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항소에 대해 "대웅제약이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하더라도 방대한 증거를 통해 유죄로 결정된 혐의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ITC에서 대웅의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에 한국 법원과 검찰에서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