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 보유주식 평가액 약 19조 원 / 유족들 막대한 상속세 재원 마련에 고심
남은 관심사는 삼성 일가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여부다. 배당 확대와 대출 및 지분 매각 등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재계를 중심으로 기업의 상속세 부담 완화를 위한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식분 11조 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율 4.18%(2억4927만3200주) ▲삼성전자우 지분율 0.08%(61만9900주) ▲삼성생명 지분율 20.76%(4151만9180주) ▲삼성물산 지분율 2.88%(542만5733주) ▲삼성SDS 지분율 0.01%(9701주) 등을 보유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까지 이들 기업의 4개월 주식 평가액은 ▲삼성전자 6만2394원 ▲삼성전자우 5만5697원 ▲삼성생명 6만6276원 ▲삼성물산 11만4681원 ▲삼성SDS 17만3048원 등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이 회장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약 18조9633억 원이다. 여기에 상속·증여세법을 적용하면 상속세 규모는 약 11조366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여기까지는 주식분에 한한 금액이다. 이 회장 명의로 된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와 서울 한남동 자택 등 부동산, 이밖에 미술품과 채권 및 현금 등까지 고려하면 상속세 총액은 최소 1조 원이 더해져 12조 원이 넘을 수도 있다. 유족들은 이 금액을 2021년 4월까지 신고·납부해야 한다.
업계에선 분납 형식인 연부연납제도를 통해 일부만 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는 내야 할 상속세가 2000만원이 넘을 경우 세금의 6분의 1 이상을 먼저 내고 나머지 금액을 5년 동안 분할해 낼 수 있는 제도다.
이 회장은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때문에 법정 비율대로 상속되면 이 회장 부인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33.33%를 물려받게 된다. 자녀인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각각 22.22%씩 받는다. 다만 누가 얼마를 내서 어느 정도 지분을 받을지 세부안은 아직 알 수 없다. 지배구조와도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배당 늘릴까? 상속세 재원에 촉각
한국 최고 재벌이라는 삼성 일가라지만 개인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 것만큼은 사실이다. 5년 간 연부연납을 하더라도 한 해에 약 2조 원씩 내야 하는 까닭에 재원 마련 방식을 두고도 관심이 쏠린다. 이 때문에 오너 일가가 삼성 계열사 지분 일부 매각, 주식 담보대출, 삼성 계열사 배당 확대 등 이른바 ‘영혼까지 끌어모으기’(영끌)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크다.
지분 매각의 경우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20.76%) 혹은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9.2%)이 유력한 대상으로 거론된다. 특히 삼성SDS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각각 22.58%, 17.08%의 지분을 보유 중이어서 삼성물산을 주요 축으로 한 순환출자 구조상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최대 관심사는 단연 배당 확대 여부다. 상속 지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놓고 보면, 유족들은 최근까지 이곳에서만 연간 배당소득 약 7000억 원을 수령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올해 1~3분기 내내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까지 달성한 상황. 배당 확대의 명분이 탄탄한 만큼 상속세 부담 완화에 가장 좋은 카드란 분석이 나온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이후 삼성전자 배당은 지난해나 올해 수준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오너 일가로서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데 쉬운 방법이 배당 증가”라고 전망했다. 이어 “또 2017년 말에 공시한 주주환원책 등에 따라 올해 이후 삼성전자의 연간 배당은 주당 (현재 대비 20~30%증가한)1700~1800원 수준”이라고 내다봤다.
경제계 “분할납부 기간 늘려야”…한숨
이런 분위기와 달리 재계는 표정이 어둡다. 상속세 부담감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8일 통계를 통해 이 부분을 지적했다. 한경연은 “삼성의 상속세가 2019년 연간 상속세 신고세액의 2.7배에 이른다”며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OECD 국가 중 일본 다음으로 높다”고 꼬집었다.
재계는 일단 상속세 분할납부 기간이라도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상속세 분할납부 기간 확대는 세수의 감소 없이 납세자의 현금조달 부담을 줄이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세액 원금 및 이자가 장기적으로 납부되는 만큼 세수 안정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최고 상속세율은 50%다. 프랑스(45%), 영국(40%) 등 유럽과 미국(40%)보다도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별 과세방식과 공제제도 등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과도함을 지적하는 것은 무리란 시각도 있다. 경재개혁연대 관계자는 “한국보다 더 높은 소득세율을 부과하는 국가가 많은데, 상속세율만 부각해 세부담 정도를 비교하는 것은 본질을 벗어난다”고 말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