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증서로 연말정산·금융거래 가능
보안성 강화 위해 금융권서 ‘금융인증서’ 도입

지난 10일 모든 금융거래에 쓰이는 공인인증서가 전격 폐지됐다. 사진은 23일 서울의 신한은행 한 지점 창구.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지난 10일 공인인증서가 전격 폐지됐다. 이로써 공인인증서는 21년만에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고 여러 민간인증서 중 하나로 자리하게 된다. 이에 따라 내년 연말정산부터 공인인증서 대신 민간업체 인증서로도 이용이 가능하고 은행업무 등이 한결 간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1999년 도입된 이래 이후 21년간 정부·공공·금융기관 등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사용됐던 공인인증서는 공공기관 홈페이지를 비롯해 금융거래와 온라인 구매 서비스 등을 이용하기 위해 인터넷 공간에서 본인을 증명하는 전자서명 수단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보안 프로그램 설치, 인증서 보관과 갱신 문제 등으로 사용하기 불편한 ‘전 세계 유례없는 시스템’이라는 평가도 잇따랐다. 이에 올해 5월 ‘공인인증서 폐지 법안’이 통과되면서 지난 10일부터 공인인증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물론 앞서 2018년 1월 공인 전자서명제도 폐지 정책이 발표됐기 때문에 이미 민간 전자서명 서비스 시장은 열린 상태다. 현재 민간 전자서명 서비스로는 카카오의 카카오페이, 은행연합회의 뱅크사인,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 통신3사의 패스(PASS), 네이버의 네이버,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 NHN페이코의 페이코 등 7개 업체의 서비스가 도입돼 있다. 본격적인 공인인증서 폐지로 달라지는 금융생활에 대해 알아봤다.

내년 연말정산, 민간인증서로 이용 가능

우선 내년 1월 시작되는 올해 연말정산부터 공인인증서 외에 5개 민간전자서명을 통해 국세청 홈택스 연말정산간소화 등 주요 공공웹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9월부터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을 위한 시범 사업’에 착수해 카카오(카카오인증), KB국민은행(KB스타뱅킹), NHN페이코(페이코), 한국정보인증(삼성 패스(PASS)), 통신3사(패스(PASS)) 등 5개 사업자를 후보 사업자로 선정하고 이중 패스 인증서를 오는 2021년 1월15일부터 국세청 홈택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 적용한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정부는 다른 사업자에 대해서도 보안성 점검을 완료한 후 오는 30일 사업자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기존 공인인증서를 이용하고 싶다면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용자들은 유효기간이 끝난 후 공동인증서로 이름이 바뀌는 공인인증서를 갱신해 사용하면 된다. 공동인증서는 금융결제원을 비롯한 기존 공인인증기관이 발급하는 것으로 기존 공인인증서의 이름만 바뀐 것이다. 정부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와 함께 2021년 1월부터 정부24 연말정산용 주민등록등본 발급 서비스, 국민신문고 등 주요 공공 웹사이트에 민간인증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다.

금융o결제 시스템 편리성 커진다

금융이나 결제 시스템의 편리성도 훨씬 커질 전망이다. 은행 등 금융서비스 이용시 기존에는 공인인증서 발급을 위해 은행에 직접 방문해 신분증을 제시해야 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등 비대면 방식으로도 발급이 가능하다. 민간인증서는 발급할 때 엑티브 엑스나 방화벽 등 보안 프로그램 설치나 발급의 까다로운 절차도 없다. 비밀번호도 기존 공인인증서처럼 복잡한 구성을 지양하고 간편 비밀번호(PIN)나 안면o홍채o지문 등 생체 정보, 패턴으로도 설정할 수 있다.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면서 사용자가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편리함이다. 또 공인인증서는 범용 서비스 이용 시 연간 4400원(법인 11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지만 민간인증서는 대부분 무료 범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효기간도 기존 공인인증서가 1년이었던 데 반해 비해 민간인증서는 2~3년으로 늘어난다. 공인인증서 폐지로 사설인증서 서비스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현재 ‘카카오페이’가 운영하는 ‘카카오페이 인증’은 대기업을 비롯해 이미 100개 이상의 기업과 공공기관이 사용 중으로 현재 1000만명 이상이 인증서를 발급받았다.

금융권, 보안 강화한 ‘금융인증서’ 도입

금융거래의 관건은 보안 문제인데 이를 위해 금융권에서는 보안성을 강화해 금융위원회 주도로 고위험거래에 적용되는 전자서명(인증) 방법을 도입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금융결제원과 은행권은 공동으로 만든 인증서비스인 금융인증서를 내놨다. 금융인증서는 유효기간이 3년으로 길고, 금융결제원의 클라우드를 이용해 따로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금융인증서는 발급시 이용자의 신원을 철저히 확인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정부 서비스와 KB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과 수협, 새마을금고, 산업은행 등 14개 금융기관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현재까지는 민간인증서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제한됐지만 앞으로 공공기관과 민간업체, 금융기관 등의 제휴를 통해 사용처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공인인증서 폐지에 따라 이용자들이 점점 간편한 인증방식을 선호하면서 민간인증서 업체 중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우위 업체가 생겨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