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 급락해 3,080선 마감.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코스피 ‘3000’시대…과거 유동성 장세와 비교해 보면

이번 주식시장 상승의 최대 동력은 수급, 특히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였다. 올 들어 거래일수 7일만에 7조원의 순매수를 기록할 정도로 유례가 없는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주가를 끌고 가는 동력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 과거 비슷한 상황과 비교해 봤다. 먼저 1998년 9월이다.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1년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코스피가 287에서 시작해 3개월 만에 651까지 127%나 상승했다. 이렇게 주가가 급변한 건 출발점의 지수가 대단히 낮은데다 외환위기 이후 30%를 웃돌던 금리가 급락해 1년 만에 10%대 초반이 됐기 때문이다. 경제도 1998년 4분기 성장률이 -10%로 빠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2%까지 회복됐고, 다음해인 1999년에는 분기 성장률이 12%까지 올라가는 급반전이 일어났다.

주가가 오르자 주식시장으로 돈이 엄청나게 몰렸다. 개인 자금이 ‘바이코리아’ 펀드 등 투자신탁회사로 들어왔는데 많을 때에는 하루에 1조원의 자금이 몰릴 정도였다. 당시 시가총액 150조원의 0.7%에 해당하는 돈인데 이를 지금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11조가 된다. 이 힘으로 주가는 중간에 두 번의 부분 조정을 거치면서 1050까지 상승했다. 8개월간 상승률이 380%로 우리 주식시장 역사상 전무한 기록이었다.

두 번째는 2001년 9월이다. 9ㆍ11테러가 발생한 직후로 국내외 금리가 크게 인하된 시점이다. 미국이 3.5%였던 금리를 석 달 만에 1.75%로 내려 유동성 공급에 들어갔고,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에 동참했다.

금융완화 정책으로 코스피는 테러 발생 직후 463에서 다음해 4월 943까지 상승했다. 6개월 조금 넘는 동안 주가가 두 배가 된 것이다. 당시 상승도 일반투자자가 큰 역할을 했다. 저금리에 대한 기대와 경기 회복이 맞물리면서 한번도 쉬지 않고 주가가 100% 이상 올랐다. 문제는 상승이 끝난 이후다. 5월부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해 10월에 출발점 부근으로 다시 내려왔다.

세 번째는 2007년이다. 4월 1450에서 출발한 주가가 3개월 만에 2000을 넘었다. 당시 상승도 개인의 주식형펀드 가입에 따른 기관 매수 증가가 동력이었다. 4월말 42조원이었던 주식형수익증권 잔고가 6개월 만에 110조원으로 60조원 가까이 늘었는데 이 추세는 주가가 꺾인 이후에도 이어져 결국 140조원이 됐다. 당시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시가총액이 850조원 정도이고, 지금은 2300조원을 넘으니까 2007년 주식형펀드 유입액 60조원을 지금 기준으로 바꾸면 162조원이 된다. 2007년에도 주식형 펀드를 통해 2000을 돌파한 후 주식시장은 빠르게 힘을 잃고 3개월 만에 1570까지 24%가 하락했다. 이 지수는 유동성 장세의 출발점 부근이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유동성 장세가 끝난 후 주가는 원상태로 돌아가

앞에서 본 과거 사례에서 몇 가지 포인트를 끌어낼 수 있다. 우선 최근 고객예탁금이 70조원에 육박하고, 지난해 10월 이후 개인 순매수가 더 강해졌지만 이번 유동성장세의 강도는 과거 유사 사례에 비해 약하다.

둘째 유동성 장세가 실적 장세로 바뀔 경우 주가가 계속 오르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시 하락한다. 동력이 바뀐 대표적 경우가 1998년이다. 처음에는 개인 매수를 토대로 주가가 올랐지만 이후 예상을 뛰어 넘는 경기 회복에 전세계적인 IT열풍이 더해지면서 주가가 더 상승했다. 반면 2001년과 2007년은 경기가 회복되지 못해 주가가 다시 하락한 경우다. 빠르면 돈이 들어오는 속도가 약해지는 시점부터, 그보다 늦더라도 돈의 유입이 끊어지는 시점부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유동성에 의해 올랐던 주가가 하락세로 바뀔 경우 출발점 부근까지 내려와야만 하락이 멈췄다. 이는 조금만 생각해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상승이 뚜렷한 기반 없이 돈에 의해 이루어진 만큼 상승 동력이 약해질 경우 주가가 원상태로 돌아가는 게 당연하다.

유동성 장세의 정점을 지나고 있어 위험관리가 필요

코스피가 장중 3200을 넘은 후 주가가 흔들리면서 시장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주가가 급등하면 시장에 대한 기대도 덩달아 높아지는데 이런 상태에서는 하루 중에도 주가가 크게 상승-하락을 반복하면서 변동성이 커지는 게 일반적이다.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크지만 추가 상승보다 주식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움직였으면 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예상했던 경기 회복 그림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형주가 오르면서 삼성전자, 현대차 등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힘을 얻었지만 현재까지 상황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가 9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거라 전망했지만 실제는 9조원에 그친 게 그 예다. 주가는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상승했다. 유동성에 의한 상승이 정점을 지나면 다시 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투자는 처음에는 경제 상황, 기업실적 등을 따지지만 주가가 한쪽 방향으로 기울면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 않고 탐욕이나 극도의 위험 회피 심리가 발동한다. 이번은 탐욕이 작동하는 형태였다. 그동안은 주가가 오르니까 하락이 그려지지 않지만 과거 유동성 장세도 항상 끝은 있었다. 수익보다 위험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최소한 지난해 12월 이후 우리시장이 선진국보다 더 올라간 부분 중 일정 폭만큼은 사라질 수 있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