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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주간 증시]‘가격 우위’ 중소형주, 대형주의 공백 메울 듯

지난 두 달간 대형주가 시장 지배해

미국에 ‘러셀(Russell)2000’이란 지수가 있다. 시가총액 하위 2000개 기업으로 구성됐으니 중소형주 지수로 보는 게 맞다. 그런 만큼 경기 민감도가 높은 종목들이 지수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을 다 모아봐야 애플 하나에도 못 미친다.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러셀2000지수가 최저점까지 하락한 후 10개월 사이에 122% 올랐다. 기술주를 모아 놓은 나스닥이 92% 올랐고, 대형주 지수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이 71% 상승했다. 미국에서는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월등히 높은 상승을 기록한 것이다.

우리도 작년 4월 저점 이후 중소형주의 비중이 높은 코스닥이 코스피와 비슷하게 상승했다. 문제는 지난 두 달간인데, 대형주가 월등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해 시장이 대형주에 의해 움직인다는 인식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주었다. 같은 기간 전체 거래에서 대형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갖는 게 당연하다.

앞으로가 문제다. 삼성전자가 최고 이익을 기록한 건 2018년인데 당시 순이익은 44.3조 원이었다. 올해 이익이 2018년보다 10% 정도 증가해 50조 원이 된다고 가정하고, 주가가 이익의 몇 배인지 평가하는 주가수익배율(PER)을 계산하면 11배가 나온다. 올해 시장 전망치 33조 원으로 계산하면 PER이 15.7배까지 올라간다. 포스코,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다른 대형주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는 건데 높은 주가 때문에 대형주가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지난 두 달처럼 시장으로 많은 돈이 들어오고 그 돈이 대형주로 몰린다면 얘기가 다르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이익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20% 넘게 오른 것처럼 유동성이 악재를 눌러버리기 때문이다. 유동성의 역할이 약해진다면 주가 조정이 대형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대형주 상승 이후 중소형주 상승 사례 많아

대형주가 쉬는 동안 중소형주가 대형주의 공백을 메울 걸로 전망된다. 과거 주가가 크게 상승한 이후 흐름을 보면 처음에는 시장 전체가 하락하지만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후부터 시장이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대세 상승은 경기 회복과 함께 시작되는데 이 경우 경기민감도가 높은 대형주가 부상하게 된다. 반면 경기 정점과 함께 대세상승이 마무리되면 다음 회복 때까지는 중소형주가 시장을 이끌게 된다. 처음에는 중소형주 주가가 2~3년 후 수익을 반영해 움직이지만 주가 상승이 커지면 막연한 미래 성장성에 의존하는 투기적 매매로 발전한다.

1995년부터 외환위기 직전까지 3년 사이에도 이런 움직임이 있었다. 1995년 이전에 삼성전자, SK텔레콤, 포스코 등 업종 대표주가 처음 시장의 전면에 등장했는데 적게는 3배 많게는 5배씩 주가가 올랐다. 1995년에 대형주 하락으로 코스피가 크게 하락하면서 중소형주 강세가 시작됐다. 투자 기준은 성장성이었다. 환경 관련주를 비롯해 각종 테마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과정이 반복됐고, 외환 위기로 흐름이 완전히 끊길 때까지 3년간 중소형주가 지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외환위기로 사라졌던 중소형주는 IT버블 직전에 다시 등장했다. 코스닥 시장이 본격적으로 각광을 받았던 때인데 인터넷, 휴대전화 같은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가장 최근에는 금융위기 직후에 중소형주 상승이 있었다. 2011년 이후 수년간 2차 전지를 비롯해 중국 소비재 관련주 등 중소형주가 득세해 시장의 모습을 바꿔 놓았다.

지금은 중소형주가 가격상 우위를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직후 초기에는 코스닥이 더 많이 올랐지만 지난 두 달간은 대형주 세상이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중소형주가 계속 소외됐다고 느끼고 있다. 중소형주의 낮은 가격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차이점 유의해야

중소형주로 매수가 넘어가는데 걸림돌이 없는 건 아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시장이 대형주에 열광했는데 중소형주로 갑자기 매매를 바꾸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형주와 중소형주는 성격이 다른 주식이다. 대형주는 많은 사람들이 해당 기업에 대해 어렴풋하게라도 알고 있다. 주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회사 이름과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 대강은 알고 있을 정도다. 기업 규모가 크다 보니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수량만큼 주식을 사고 팔 수도 있다. 얼마 전처럼 많은 돈이 시장으로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아주 좋은 투자대상이다.

반면 중소형주는 어떤 회사인지, 무슨 제품을 만드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투자를 위해서는 기업 내용에 대해 꼼꼼한 점검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시가총액이 작아 주가의 등락이 심할 뿐 아니라 사고 싶어도 원하는 가격에 충분한 수량을 살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매매에 제약이 따른다.

이렇게 성격이 다른 주식을 거래하려면 중간에 휴식기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코스피가 하락해 대형주 상승이 정리되는 상황이 먼저 벌어진 후 중소형주 장세가 올 수 있다. 해당 하락기간에 중소형주도 덩달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주식을 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경우이든 시간을 가지고 시장에 대응하는 게 맞는 전략이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 코스피가 최고가를 경신한 지 하루 만에 하락했다. 22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0.21포인트 내린 3,140.63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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