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E) 부문 특히 취약한 국내 기업/ 투자 유치하려면 ESG 경영 대폭 개선해야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다. 그동안 ESG 가치 상승에 소홀했던 기업이라면 앞으로는 원하든 원치 않든 변화를 선택해야 할 때가 됐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변화를 위한 실천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ESG 가운데서도 기업들이 가장 취약함을 드러내는 ‘E’, 즉 환경 분야에 관한 보완책과 함께 관련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투자 유치 측면에서도 ESG 가치는 주요한 요소로 떠오른 만큼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작년 ESG ‘C~D등급’ 300여 개사

해외에서 ESG 경영이 일찍이 화두로 떠오른 것과는 달리 국내 기업의 경우 이를 반영하는 속도가 더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각 기업들에 대한 ESG 경영 평가는 이뤄지고 있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매년 국내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ESG 가치를 평가한 다음 결과를 발표해 왔다. 물론 아직까지는 해당 결과가 기업의 투자 유치 등에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는 한계가 여전하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달라질 전망이다. 당장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는 ESG 활동 내역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전까지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는 재무적 요소가 좌우했지만, 향후에는 ESG로 압축되는 비재무적 요소도 주요 가치로 반영될 것임을 공표한 것이다.

따라서 ESG 가치를 끌어올리는 경영에 다소 미흡했던 기업들은 대대적인 경영방침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KCG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ESG 통합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D를 부여받은 기업이 총 27개사였다. 역시 하위권에 속하는 C등급을 부여받은 기업은 306개사에 이르렀다. 전체 평가대상인 963개사 중 약 3분의 1가량이 C~D등급을 받은 것이다.

기업들이 가장 취약한 분야는 환경(E)으로 나타났다. 이 부문에서 D등급을 받은 기업은 총 296개사였으며 C등급도 198개사에 달했다. 그 외 사회(S) 부문은 D등급 5개사, C등급 22개사를 기록했다. 지배구조(G) 부문은 29개사가 D등급을, 174개사가 C등급을 받았다. 상위 등급인 A+를 받은 기업 수를 봐도 E부문의 경우 10개사에 불과해 가장 적었다. 사회적 책임 평가에서 A+를 받은 기업은 72개사, 지배구조 평가에서 A+를 받은 기업은 18개사였다.

참고로 KCGS 평가에서 각 등급은 최상위 순으로 S, A+, A, B+, B, C, D 총 7단계다. 최상위 등급인 ‘S’ 등급을 받은 곳은 모든 부문을 통틀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KCGS측은 “B등급(보통 이하)인 기업이 전체의 68%에 해당하는 점에 비춰, 상당수 기업들은 여전히 ESG 경영 수준이 취약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대기업도 환경(E) 낙제점 다수

KCGS 평가에서 ‘통합’ C~D 등급 성적표를 받은 기업들은 매출액 100억 원 대 수준인 중소규모 기업들이 다수 포함됐다. 다만 E부문 하위 등급 리스트만 따로 떼어보면, 이름만으로도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들이 적지 않다. 친환경 기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실제로는 친환경적인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E부문에서 D등급을 받은 곳 중 재계서열 50위 이내이거나 해당 기업을 본사로 둔 업체들은 ▲DB금융투자 ▲GS글로벌 ▲HDC아이콘트롤스 ▲KT서브마린 ▲LG헬로비전 ▲LS네트웍스 ▲LS전선아시아 ▲SK증권 ▲교보증권 ▲두산밥캣 ▲미래에셋생명 ▲삼성카드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 ▲영풍 등이다.

E부문 C등급에는 재계서열과 무관하게 소비자들과 친숙한 기업들이 많다. 주요 기업들을 보면 ▲GS ▲GS리테일 ▲HDC ▲HDC산업개발 ▲KCC건설 ▲LG화학 ▲SK바이오랜드 ▲남양유업 ▲롯데손해보험 ▲신세계건설 ▲애경산업 ▲오리온홀딩스 ▲유진기업 ▲종근당 ▲코오롱 ▲코오롱글로벌 ▲코오롱머티리얼 ▲하림 ▲하이트진로홀딩스 ▲한세실업 ▲효성ITX 등이다.

KCGS 관계자는 “ESG 평가는 투자자 관점에서 진행되며, 기업들은 ESG 각 항목의 정보를 필요에 따라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절차를 거칠 수 있다”며 “환경에서 C~D 등급을 받는 경우라면 통상적으로 환경 관련 정책의 정보나 자료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성과를 못 보여주는 경우에 부여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제조업 등에 비해 IT 분야는 환경과의 연관성이 적지만, 평가 단계에서는 각 기업들이 영위하는 사업의 ‘환경 민감도’를 먼저 분류한 다음 심사가 이뤄진다”면서 “환경 민감도가 하(下)에 해당하는 방송과 통신 등은 더 적은 문항을 평가 받지만 특정 시설물을 사용하는 등의 과정에서는 환경을 아예 떼어놓을 수 없으므로 미흡한 점이 발견된다”고도 전했다.

ESG평가, 주가에도 영향…“변해야 산다”

기업들은 최대 취약점으로 꼽힌 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발 빠른 채비에 나섰다. E부문의 C등급을 받은 LG화학의 경우 오는 3월 31일까지 공모전을 열고 친환경 기술 개발에 관한 아이디어를 수집하기로 했다. 식물 등 생물자원이 원료인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및 리사이클링, 에너지 절감과 폐기물, 탄소배출 저감 등이 기술 목표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12월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 내 재생에너지의 직접구매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 현지의 풍력·태양광 전력판매사인 ‘윤풍신에너지’로부터 연간 140GWh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수급한 것이다. LG화학측은 “회사의 우시 양극재 공장은 2021년부터 재생에너지로만 공장을 가동할 것”이라며 “일반 산업용 전력 대비 10만 톤의 탄소 감축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유진기업의 개선 의지도 눈에 띈다. 친환경 레미콘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업계 최초로 '25-24-150' 레미콘 규격에 대해 '환경성적표지(EPD)' 2단계 인증인 '저탄소제품' 인증을 획득한 이후, 총 6개 규격의 '저탄소인증' 레미콘 제품 라인업을 갖추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강봉주 메르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주요 그룹사의 신년 경영계획에서 ESG 확대 계획이 다수 관찰된다”며 “제조업 기반의 회사와 서비스업 회사들 상당수가 ESG 전담 실무 조직 및 이사회 중심의 ESG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ESG를 전사적 이슈로 내재화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강 연구원은 그러면서 “이는 실제로 ESG 이슈가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ESG 철학이 전지구적 이슈로 공론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향후에는 투자 업계에서 ESG 평가가 강화됨으로써 분기, 연간 단위의 ESG 평가 등급 변화나 ESG 관련 상시 뉴스가 단기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