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GM·FCA·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4파전

GM이 선보인 미래형 전기차와 수직 이착륙 무인기.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미래를 상상할 때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높은 고층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는 자동차 모습일 것이다. 꼭 미래가 아니더라도 꽉 막힌 도로에서 차량 정체에 시달릴 때면 날아다니는 ‘플라잉카’를 한번쯤 상상해 볼 수도 있다. 이런 상상 속의 이미지가 실제로 구현될 날이 멀지않은 것 같다. 기업들 간 ‘하늘전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앞다퉈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술 개발에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미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키 위한 신기술 경쟁이 하늘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완성차 강자들, 하늘서 모인다

UAM은 수직 이착륙 비행체를 수단으로 하는 새로운 교통서비스를 말한다. 비행기와 달리 활주로가 필요 없어 공간적 제약이 거의 없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상에서만 달릴 수 있는 기존 자동차에 비해 이동 시간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극심한 도로 정체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꿈에 그리던 미래 신기술의 총아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삼정KPMG에 따르면 세계 UAM 시장은 2040년 1조4740억 달러(약 1800조 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UAM 이용객도 2030년 1190만 명에서 2050년 4억4470만 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UAM 사업을 본격적으로 개시하고 있다.

GM은 올해 초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를 공개하며 UAM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해당 기체는 90kW 전기모터와 차세대 배터리인 얼티움 배터리팩, 4쌍의 날개가 장착해 최대 시속 90㎞로 날 수 있다. GM에 따르면 이 기체는 부피가 작아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가는데 용이하다. 또 승객 생체 신호 감지로 기내 온도나 습도, 조명, 주변 소음 등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다. 탑승인원은 2명이고 GM의 고급 브랜드 ‘캐딜락’ 정체성이 적용되는 만큼 고급 에어택시로 개발될 전망이다.

FCA도 올해 초 미국 e-VTOL 개발업체인 ‘아처‘와 협업을 통해 UAM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아처는 세계 최초로 e-VTOL 모빌리티를 추진한 업체다. 현재는 한 번 충전 시 최대 시속 약 235㎞, 최대 96㎞까지 비행할 수 있는 기체를 개발 중이다. 아처는 우선 올해 안으로 2인승 도심형 기체 시험 비행을 시작으로 FCA 대량 생산 능력을 활용, 2023년에는 본격적인 대량 양산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FCA는 자사 공급망과 엔지니어링 기술을 활용해 e-VTOL의 생산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도 지난해 미국 e-VTOL 스타트업체인 ‘조비 애비에이션’에 3억9400만 달러(약 4351억 원)를 투자했다. 도요타는 일본 시즈오카현 동부 스소노시에 71만㎡ 규모로 건설하는 스마트시티인 우븐 시티에서 UAM 실증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밖에 독일 다임러AG·중국 지리자동차는 ‘볼로콥터’라는 e-VTOL 업체에 투자했고 포르쉐는 ‘보잉’, 아우디는 ‘에어버스’와 함께 UAM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 이어 한화시스템도 4각 협력체제 구축

이미 UAM 시장에 진출한 대표적인 국내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1조8000억 원을 투입해 UAM과 관련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2028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는 그룹 내 UAM 전담 부서를 만들고 UAM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6년부터 물류 현장에 도심 항공기를 투입하고 2028년에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UAM 사업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 UAM은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시의 파트너로 선정돼 LA 시내에서 할리우드까지 비행하는 ‘에어택시’ 서비스로 도입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공개한 개인용 항공운송기기(PAV) 개념의 ‘S-A1’을 LA 에어택시 서비스에 투입할 계획이다. S-A1은 총 5명이 탑승할 수 있고 최대 100㎞ 비행이 가능하다. 8개 전기모터와 프로펠러로 최고 시속 290㎞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건설, KT와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의 성공적인 추진과 시험비행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4개사는 이 협약에 따라 K-UAM 로드맵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밖에 국내 최초의 도심항공교통 기반인 ‘K-UAM 그랜드챌린지’ 시험에 공동으로 참여한다. 이착륙장 건설 및 운영은 물론 UAM 공동연구의 추진 및 협력, 주요 기술·시장의 동향 파악 등에서 함께 협력할 계획이다.

신재원 현대차 UAM 사장은 부사장 재직 당시 협약식을 체결하면서 “서울과 같은 메가시티에서 UAM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UAM 개발뿐만 아니라 인프라 및 사업 모델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지난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4개사는 UAM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UAM 시대를 열기 위한 강한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UMA 시장은 자동차 기업들의 시선만 하늘을 향한다고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와 건설사 등 인프라 자체의 큰 변화가 전제돼야 상용화될 수 있는 사업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현대차 외에도 UAM 산업을 위한 또 다른 4각 협력체계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한화시스템이 UAM 분야별 핵심 플레이어와 손잡고 효과적인 UAM 사업모델 및 생태계 구축에 나선 것이다.

한화시스템은 한국공항공사, SK텔레콤, 한국교통연구원과 지난달 27일 ‘UAM 사업 협력을 위한 4자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들은 UAM 기체개발을 비롯해 UAM용 이착륙 터미널인 버티포트(Vertiport) 인프라, 운항 서비스, 모빌리티 플랫폼에 이르는 ‘UAM 밸류체인’을 구축키로 했다. 또한 UAM 산업 생태계 조성과 활성화를 위해 상호 협력할 계획이다.

김연철 한화시스템 사장은 이날 “한화시스템은 UAM 기체 개발·운항 서비스·인프라 등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고 업계 선도기업들과 전방위적 사업기회를 발굴하고자 한다”며 “4각 협력체계가 만들어나갈 한국 UAM 사업모델과 생태계가 글로벌 UAM 시장 선점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