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지난해 한국 구독자 92%성장 ‘부동의 1위’ 디즈니플러스·HBO맥스·아이치이 등 잇단 한국 진출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지난해 국민 4명중 1명은 넷플릭스 봤다”

유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의 독주 체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디즈니플러스·HBO맥스·아이치이 등 글로벌 OTT 기업이 잇따라 한국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있는 토종 한국 OTT 업계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달 11일 정보통신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료 OTT 이용률은 46%로 국민 절반이 유료 OTT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료 OTT 이용자 중 절반에 해당하는 24%가 넷플릭스를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컨슈머인사이트는 매년 2회 4만명을 대상으로 이동통신 사용행태를 조사한다. 유료 OTT 이용률은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성장으로 2018년 30%에서 지난해 46%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토종 OTT 이용률은 22%에서 23%로 답보상태다. 반면 해외 OTT 이용률은 12%에서 32%로 급증했다. 토종 OTT 업체 중 10%를 넘은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SK텔레콤의 웨이브가 7%, CJ ENM의 티빙이 5%에 그쳤고 왓챠, 네이버TV 등은 모두 3% 이하를 기록했다.

2018년까지만 해도 이용률이 4%에 불과했던 넷플릭스는 2019년 10%, 2020년 24%로 매년 2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유료 OTT 이용자의 52%가 넷플릭스 서비스를 선택했다. 유튜브 프리미엄도 2018년 8%에서 지난해 15%로 2배 가량 성장했다. 넷플릭스의 경쟁력이 독보적인 이유는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와 함께 다회선 요금제가 꼽혔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사용성 ▲요금체계 ▲전반만족도 등 모든 항목에서 1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월평균 순이용자수(UV) 순위에서도 압도적이다. 지난달 25일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서비스중인 주요 OTT의 UV는 넷플릭스가 637만5천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웨이브 344만2천명, 티빙 241만명, 시즌 206만1천명, U+모바일tv 184만명, 왓챠 92만6천명 순이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넷플릭스가 305만명(92%) 늘어나 증가 폭도 가장 컸다.

넷플릭스 독주 속 올해 해외 OTT 각축전 치열해질 전망

이처럼 글로벌 구독자 수 2억명을 돌파한 넷플릭스가 국내에서도 독주를 지속하는 가운데 올해 국내 시장을 둘러싼 해외 OTT들의 각축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우선 디즈니플러스가 올 상반기 중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지난해 12월 10일 트위터에 “2021년에 디즈니플러스를 동유럽·한국·홍콩 등에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마블·스타워즈 시리즈·픽사 애니메이션 등을 보유해 글로벌 콘텐츠 공룡으로 불리는 디즈니의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는 서비스 시작 1년만인 지난해 12월 구독자 8680만명을 확보했다. 당초 서비스 시작 4년 안에 구독자 수 9000만명을 목표로 했던 것을 감안하면 깜짝 놀랄만한 성과다.

디즈니플러스는 기존의 디즈니 고정 팬들이 다수 확보돼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실제로 앞서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가 1만원 내외의 요금제를 출시한다면 전체 유료 이용자의 19%가 서비스를 선택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넷플릭스 이용자의 31%가 디즈니플러스에 관심을 나타냈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콘텐츠 중에서 마블, 디즈니 애니메이션 순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마블은 20~30대 남자,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10~30대 여성의 선호가 집중됐다. 영화 매트릭스, 배트맨 시리즈 등을 제작한 워너 브라더스와 왕좌의 게임 등 글로벌 인기 드라마를 제작하는 HBO 콘텐츠를 보유한 HBO맥스도 한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워너브라더스는 지난해 영화 ‘원더우먼 1984’를 극장과 HBO 맥스에 동시 개봉했고 앞으로 ‘매트릭스 4’ ‘고질라 대 킹콩’ ‘듄’ 등 영화 17편도 같은 방식의 개봉 방침을 밝힌 바 있다. HBO 맥스 가입자는 기존 케이블 채널인 HBO를 포함해 4100만명에 달한다.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도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아이치이는 지난해 7월 한국 법인 아이치이인터내셔널코리아를 설립했다. 또 한국시장 브랜딩과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담당할 한국 마케팅 담당자 채용에도 나서고 있다. 유쿠, 텐센트 비디오와 함께 중국 3대 동영상 사이트인 아이치이는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을 독점 방영하면서 업계 선두주자로 나섰다.

2019년부터 해외 서비스를 시작한 아이치이의 유료 가입자 수는 1억48만명에 달한다. 최근 아이치이는 한국 드라마 판권을 대거 사들이면서 전지현이 출연하는 드라마 ‘지리산’의 해외 판권도 구매했다. 또 올해 방영 예정인 tvN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는 아이치이 앱을 통해 전세계로 공개된다.

다급해진 국내 OTT 업체들은 콘텐츠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웨이브는 오는 2023년까지 유료가입자 500만명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글로벌 OTT 대항 전략으로 ‘콘텐츠 생산구조 집중’을 꼽고 향후 3~4년간 3000억원 이상을 콘텐츠에 투자할 계획이다. 넷플릭스와 웨이브 다음으로 OTT 시장 3위를 달리는 티빙은 앞으로 4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JTBC 스튜디오와 독자적인 콘텐츠를 제작한다. 네이버는 CJ ENM과 협업 관계 속에서 네이버 멤버십에 티빙 콘텐츠를 추가하며 소비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국내의 한 OTT 업체 관계자는 “인프라, 콘텐츠, 마케팅 비용 등 국내 OTT가 글로벌 업체와 경쟁하기엔 역부족이지만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인기 콘텐츠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