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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단 국내 배터리 3사의 위험한 동거

국내 배터리 3사, 생존경쟁 치열…전운까지 감돈다
  • SK이노베이션 헝가리 전기차 배터리 1공장 전경. (사진 SK이노베이션)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서도 배터리 시장은 오히려 뜨겁다. 지난해도 수많은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올해도 그 기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수주 소식이 새해부터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각각 해외 완성차기업과 전기트럭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배터리 3차 입찰에서 ‘단독 선정설’이 제기되고 있다.

LG·삼성, 해외 전기트럭 배터리 공급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를 대표하는 배터리 3사의 세계시장 점유율 합계는 2019년 16%에서 지난해 34.7%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2위, 삼성SDI가 5위, SK이노베이션이 6위를 각각 차지했다. 국가별 순위는 중국,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1위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성장한 이유는 세계 전기차 시장규모가 확대되면서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유럽, 미국, 중국 등 주요국에서 급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로 보인다. 올해도 사활을 건 국내 배터리 3사의 경쟁은 적극적인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세계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들 3사는 이에 발맞춰 공격적인 영역 확장 경쟁에 나서고 있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로드스타운 모터스와 계약을 맺었다. 내년부터 양산될 전기트럭 ‘인듀어런스’에 2170 원통형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는 내용의 다년 계약으로 구체적인 규모와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로드스타운 모터스는 전기차 업계 스타트업으로, 향후 수년 간 이 회사가 양산하는 전기트럭에 사용될 원통형 배터리 공급을 하게 됐다”며 “당사는 올해 100GWh 규모 파우치·원통형 생산능력을 2025년 155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도 올해 안에 전기트럭용 배터리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출시하는 볼보 상용차 트럭부터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다. 삼성SDI가 볼보에 공급하는 제품은 2170 배터리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하는 것과 같은 규격으로 역시 구체적인 계약 규모와 금액은 미공개다. 다만 볼보가 2040년까지 전 제품 탄소 중립화를 내세운 만큼 전기트럭 물량은 상당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 배터리 3사 중 가장 공격적 행보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선 배터리 기업은 SK이노베이션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유럽1·2공장에 이어 3공장도 헝가리에 짓기로 결정했다. 생산능력은 연간 30GWh로 1공장 7.5GWh와 2공장 9.8GWh를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투자 규모도 총 22억9000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이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모여 있는 유럽에서 배터리 생산거점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이 헝가리 제3공장 증설 결정과 함께 2025년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 목표를 125GWh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며 “현대차의 E-GMP 3차 수주와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 관련 불확실성 해소 등에 대한 기대감까지 반영하면 중장기 성장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최근 현대차 E-GMP 배터리 3차 입찰과 관련해 이미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단독 선정설’ 소문이 기정 사실처럼 확대되고 있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연말부터 현대차 3차 E-GMP 물량을 누가 가져갈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이다.

앞서 1·2차 물량을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CATL이 계약하면서 3차는 국내 다른 배터리 기업인 삼성SDI가 수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도 이번 3차 물량에 상당히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SDI의 배터리 형태가 파우치 형태를 원하는 현대차와 맞지 않아 최종적으로 선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현대차 관계자가 여전히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3차 물량은 복수 공급업체를 선정할 예정으로, 현재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고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어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성은 있다.

LG vs SK 법정 소송, “이제 끝을 볼 때”

기본적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국내 배터리 3사의 치열한 경쟁은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생존경쟁의 치열함 때문에 갈등이 빚어진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해묵은 과제가 있다. 바로 LG에너지솔루션이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부문으로 분사되기 전부터 이어져 온 SK이노베이션과의 법정 소송문제다.

2019년부터 수년째 지속되던 양사 배터리 소송의 최종 결과가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벌이는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이 오는 10일(현지시간)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ITC가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린 이후 1년 만의 최종 결정이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 소송은 미국과의 국제적 이슈로 번지며 한국 정부까지 나서 해결을 종용하는 상황임에도 아직까지 양사의 합의에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국내 기업 간 분쟁이 길어질수록 중국과 일본 등 배터리산업 경쟁국에만 유리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도 “그 동안 양사 대표들 회동에도 갈등이 번지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끝을 볼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각계 목소리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양사 입장이 각자 너무 완강하다보니 정부가 나서 조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에 ITC 판단이 나오면 완강하던 균형이 깨지고 결국 협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on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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