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디지털전환’ 본격화…국내 中企 디지털 경쟁력은 아직 낮은 수준

스마트팩토리가 적용된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운전실. (사진 포스코)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최근 철강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은 경쟁력의 핵심이자 기후변화 대응, 고령화로 인한 숙련 조업자 감소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 포스코 스마트공장이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결국 2019년 국내 기업 최초로 세계경제포럼 ‘등대공장’에 선정되면서 경쟁국 철강기업들 사이에서 디지털 역량을 인정받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 중견·중소 철강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내 대표 철강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철강 생태계 전반의 디지털 경쟁력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철강업계 연대와 협력으로 디지털 기술개발 나서야

국내 철강업계가 철강 생태계 전반의 발전을 꾀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디지털 철강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연대와 협력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분위기다. 철강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연대와 협력을 통해 극복하고 더 나아가 생태계 역량을 고도화해 산업 체질을 개선시킬 필요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기업 간 협력관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일회성 연대 또는 산발적 프로젝트 형식으로 추진돼 왔던 협력관계가 아닌 지속적인 중심체 역할이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다. 결국 지난달 28일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철강업계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참석해 ‘철강 디지털 전환(DX) 연대’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 연대는 철강 생태계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국내의 대표적인 철강사들이 손을 잡기로 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먼저 철강 디지털 전환 연대에 참여한 기업들은 디지털 혁신을 위한 기술개발부터 발벗고 나서기로 했다. 인공지능(AI)·센싱 기술개발, 디지털 인프라, AI 인력 교육 등에 향후 5년 간 70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 또한 이들 철강사의 투자계획에 발맞춰 센서 등 핵심 기술개발을 위한 공통기반을 구축하는데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박진규 산업부 차관은 이날 출범식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미래를 대비해 철강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며 “앞으로 철강산업이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에 기초한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고 이는 개별 기업 혼자 힘으로는 하기 어려운 도전으로 연대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적화된 AI로 ‘빅데이터 용광로’ 구축해야

그렇다면 철강산업의 디지털전환은 어떤 형태로 구현될 수 있을까. 우선 탄소중립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전기로를 AI로 조업하는 설비로 완전히 탈바꿈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수입 의존도가 큰 철강 센서를 자립화하는 등 각 공정별로 적합한 스틸 AI를 현장에 적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AI를 기반으로 원료에서부터 전력 관리까지 철강 공정의 전·후방 산업까지 디지털 전환을 확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결국 디지털전환의 궁극적인 목적은 효율성의 극대화이기 때문이다.

표준화된 데이터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뒤따라야 한다. AI를 활용해 수집된 철강 생태계의 데이터를 개방해 협력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인 ‘빅데이터 용광로’를 구축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철강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대형 철강기업의 경험과 노하우를 중소기업과 공유하며 빅데이터와 AI를 접목시킬 엔지니어를 육성하는 것도 디지털전환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안전과 환경 이슈도 공동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스마트 안전작업, 위험작업 모니터링, 미세먼지 발생 추적·저감 기술 등을 업계가 상호 벤치마킹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동연구도 마찬가지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철강업계는 최근 몇 년 전부터 대기업과 연관기업이 연계해 플랫폼을 추진하고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철강 생태계를 강화하려 했지만 탄력을 받지 못했던 이유가 대기업 입장에서 협력 후 얻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동반성장,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 등이 활성화되면서 대기업도 연대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우리 산업계가 다소 배타적인 면이 있어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관계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도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디지털전환이 환경·에너지 효율성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점과 이를 통해 결국 생산성 등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철강업계 화두, ‘친환경 관리시스템’ 구축

철강업계는 최근 수년간 강화된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하고 있지만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출범 등으로 올해부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달리 미국이 친환경 정책을 앞세울 것이라는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의 추세에 국내 철강업계도 새로운 위기와 도전을 맞이한 셈이다. 디지털연대를 출범시킨 것도 그 연장선의 일환으로 보인다.

국내 대표 철강기업들이 현재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친환경 관리시스템 구축이다. 포스코의 경우 2019년에 대기오염물질 감축을 위해 올해까지 1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는 부생가스 발전시설의 SCR(선택적 촉매환원) 설치에 나섰다. 또한 고효율 합리화와 노후 발전설비를 대체할 친환경 복합발전기의 설치 등도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만 지난해 말까지 총 9700억 원이 투자됐다. 이밖에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TMS 시스템 구축과 대기질 예보 기능을 갖춘 대기환경관리시스템 등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관리시스템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연말 고로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사실상 원천 차단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실제 공정에 성공적으로 적용했다. 고로 정기보수 후 고열의 바람을 다시 불어넣는 재송풍 작업 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기술이다. 현대제철은 재송풍 과정에서 가스청정밸브인 ‘1차 안전밸브’를 통해 고로 내부에 남아 있는 유해가스를 정화시킨 후 배출하는 기술을 접목시키는데 성공했다.

동국제강은 2010년부터 선제적 설비 투자에 나서 친환경 공장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 왔다. 동국제강 인천제강소는 노후화된 전기로와 철근 압연라인을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친환경 설비로 교체했다. 설비투자 기획단계에서부터 친환경 요소를 고려해 공장 하드웨어 전체를 탈바꿈시켰다. 특히 기존 틀을 완전히 깬 ‘에코아크 전기로’는 저탄소-친환경 철강 생산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전기로는 철스크랩을 전기로에 연속 공급해 기존 전기로 공법과 비교할 때 에너지 사용량을 약 30%정도 줄일 수 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