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결함 관건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전기차 화재 사고의 과실 책임을 놓고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갈등이 깊어져 분쟁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차의 코나 전기차(EV) 화재로 인한 소비자 피해 보상절차는 확정됐으나, 기업 간 책임소재를 둘러싼 갈등이 점차 확산될 전망이다. 차량 제조사인 현대차가 모든 피해 제품에 대한 결함시정(리콜) 조치를 약속하며 ‘비용 분담’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 배터리부문)을 겨냥한 말이다. 화재에 직·간접적 원인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에 있으므로 리콜 비용을 나누자는 뜻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LG에너지솔루션의 결함을 확증할 수 없으므로, 추가 조사결과를 지켜보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정부가 최종 조사결과를 내놓더라도, 리콜 분담률을 둘러싼 두 회사 간 갈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각각의 과실을 무 자르듯 명확하게 밝혀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국토부 “배터리가 원인일 수도, 아닐 수도”
지난 24일 국토교통부는 코나EV의 잇단 화재 원인을 중간 발표했다. 그런데 결과 내용이 모호했다. 당초 관련 조사의 최대 관심사는 코나EV에 탑재된 배터리가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밝혀지냐 여부였다. 하지만 국토부는 “배터리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국토부 산하의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은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코나EV의 화재 원인을 분석 중이다. 최근까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두 기관은 인위적인 화재 재현실험을 통해 배터리셀 내부의 열 폭주 시험을 거쳤다. 그 결과 발생한 화재는 2020년 8월 7일 대구 칠곡에서 발생한 코나EV 화재 당시와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KATRI 등은 또 지난 1월 23일 대구에서 화재 피해를 입은 차량도 조사했다.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화재는 3번 팩 좌측의 배터리 셀에서 발생했으며, 내부 양극(+) 탭의 일부가 화재로 소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리콜로 수거된 불량 고전압 배터리를 분해해 정밀 조사한 결과에서도 셀 내부 정렬 불량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포착했다.
여기까지 보면 코나EV의 화재는 배터리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추측일 뿐 확증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자발적 리콜을 한 배터리 셀로 진행한 실험에서는 현재까지 화재가 발생되지 않았다. 또 리콜로 수거된 불량 고전압 배터리 분해 정밀조사 결과에서도 셀 내부 정렬 불량(음극탭 접힘)이 발견되긴 했으나 재현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일단 국토부는 코나EV 2만5083대와 아이오닉EV 1314대, 일렉시티(전기버스) 302대 등 총 2만6699대에 대한 리콜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리콜 원인은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남경공장에서 2017년 9월부터 2019년 7월 사이 생산한 고전압 배터리 중 일부에서 셀 제조불량으로 화재 발생 가능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리콜대상 차량은 오는 29일부터 단계적으로 현대차 직영서비스센터 및 블루핸즈에서 무상으로 수리를 받을 수 있다. 고전압배터리시스템 교체도 가능하다.
LG에솔, 현대차 조립과정의 문제 가능성 제기
리콜 명령을 받아들인 현대차는 그 비용을 약 1조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해당 금액은 지난해 4분기 재무제표에 반영할 계획이다. 다만 이 비용 중 일부는 나중에 환입할 것이라고 현대차는 밝혔다. 이는 화재 원인 일부가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에 있다는 전제를 단 것이다. 현대차는 “3월 첫째 주까지 분담률 협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대차의 의도대로 LG에너지솔루션이 리콜 비용 분담을 흔쾌히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갈등이 노골화할 가능성을 바라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자사 배터리 제품의 하자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분담률은 고사하고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리콜의 사유로 언급된 배터리 셀 내부 정렬 불량(음극탭 접힘)의 경우 국토부의 발표대로 재현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배터리관리시스템(BMS)에서 당사가 제안한 급속충전 로직을 현대차에서 잘못 적용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의 다른 관계자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 많으므로, 분담률에 관한 방침은 정해진 바 없다”라며 “이 부분에 관한 협의를 현대차와 차근차근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주력해야 할 대목은 각 회사의 부품이 화제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여부인데, 저희 쪽의 문제가 규명되지 않으면 굳이 분담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양사의 갈등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국토부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 시점이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데다, 설령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부가 교통정리를 대신 해줄 수는 없는 까닭에서다. 다시 말해 최종 결과에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화재의 일부 원인을 제공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들, 정확한 분담률을 책정하기도 어렵고 두 회사 간 입장차도 불가피하단 뜻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종 조사결과가 언제 나올지 아직은 알 수 없다”며 “관련 내용물에는 각종 실험 등에 따른 과학적 결론만 담길 뿐 어느 쪽의 책임이 무거운지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로서는 사실을 드러내는 데 노력하겠다”며 “그 결과물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전적으로 기업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우선 소비자에 대한 보상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현대차 측은 “LG에너지솔루션의 중국 남경 생산분 이외에는 품질문제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 화재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고, 자발적 리콜에 나서는 이유는 고객 보호를 위한 적극적 대응의 일환으로서 지속적인 품질개선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