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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객원기자 칼럼] 질주하는 비트코인,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 중 원화 비중이 달러·엔·유로에 이어 4위에 오를 정도로 큰 시장을 갖춘 한국. (사진 연합)
지난해부터 이어진 비트코인의 가격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에는 가격이 다소 조정을 받았지만 한때 5만80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시가총액 1조 달러의 세계 제8위 자산으로 등극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까지 간다는 전망과 이전처럼 추락해 반 토막이 날 것이라는 관측이 난무하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은 가격에 쏠려 있지만 비트코인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가 결국 그 답이 될 것이다.

2017년 롤러코스터를 탄 후 침체에 빠졌던 비트코인이 부활의 날갯짓을 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행한 양적완화와 관련이 깊다고 알려져 있다.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에 더해 미국 정부가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한 돈까지 풀려나가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든 것이다. 이후 주식·채권·부동산·금·원자재 등 모든 실물자산 가격이 상승을 거듭하며 이러한 추측의 근거를 강화시켜주고 있다. 비트코인도 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다만 2017년과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는 주로 개인이 거래소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제법 많은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결제회사인 페이팔이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받아들인 것은 물론이고, 글로벌 신용카드회사인 마스터카드도 비트코인 결제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결정적인 것은 지난달 8일 테슬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서를 제출해 15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 매수 사실을 알린 것이다. 엘런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심지어 비트코인을 테슬라 자동차의 결제수단으로 받아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뜨거운 자산으로만 여겨지던 비트코인이 마침내 주류 결제수단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환성이 일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캐나다에서는 비트코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을 받았고 이어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도 미국 SEC에 비트코인 ETF 상장 승인을 요청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비트코인 투자의 단점 중 하나인 ‘안전한 보관’ 문제가 해결되고 아울러 등락폭이 큰 이 자산에 대한 비교적 안전한 운용이 가능해지면서 투자 기반이 더욱 넓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트코인 투자열기의 밑바닥을 잘 살펴보면 제도권 금융기관과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중앙은행은 지금과 비슷하게 양적완화와 같은 유동성정책을 사용했다. 수많은 가구가 타격을 받고 실업자가 양산됐지만 자산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막상 책임을 져야 할 금융기관의 CEO들이 막대한 성과급을 받아가면서 제도권 금융에 대한 불신이 쌓여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자산가격이 급등하면서 소수 계층에게 부가 집중되는 현상이 또 다시 반복됐다.

이것이 중앙은행이 존재하지 않고 누구도 개입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화폐로서의 비트코인이 탄생하고 활성화되는 배경이다. 여기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주로 2030 세대로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비트코인의 성격을 잘 아는 계층이다. 이들은 이미 게임스톱사태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하나의 세력으로서 제도권 금융에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트코인이 주류로 편입되는 모습을 보이자, 중앙은행을 위시한 정부의 대응이 바빠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86%가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발행을 검토하고 있고 가장 앞서 나가는 사례가 중국의 디지털위안화다.

디지털위안화는 법정통화로서 전자화돼 있을 뿐 종이 위안화와 다르지 않다. 이미 알리페이와 위쳇페이에 익숙한 중국 국민들로서는 사용하기 어렵지 않아 쉽게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은행에서 디지털화폐의 파일럿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으로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가 발행되면 비트코인은 과연 경쟁력을 잃고 연기처럼 사라질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비트코인은 과도하게 변동성이 강하고 거래에도 시간이 많이 걸려 결제수단으로서는 마땅치 않다. 그러나 국경 간을 통제 없이 이동할 수 있고 중앙은행 통화정책과 무관하며 인플레이션의 헤징수단으로 유효하다.

변동폭이 크다는 것은 투자자산으로서는 매력적인 장점이다. 이것은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가 갖지 못한 특성이다. 따라서 하나의 자산으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할 수 있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전망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의 비트코인 정책은 다소간 경직적이며 이를 억제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트코인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 산업화에는 관심을 가지면서도 그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코인산업은 백안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따라서 이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가급적 양성화하고 효과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로 보인다.

예를 들어 정부는 향후 250만 원을 초과하는 비트코인의 거래차익에 대해서 20%의 양도소득세를 매길 계획이다. 즉, 비트코인 양도차익에 대한 기본공제액이 250만 원인 것이다. 이는 2023년부터 부과되는 주식 등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양도세 기본 공제액이 5000만 원인 것과는 차이가 크다. 정부가 아직 비트코인을 금융자산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또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 시행이 예정돼 있는데, 여기서 가상화폐 거래소는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가지며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계좌를 받아 영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로부터 계좌개설을 요청받은 은행은 이들의 안전성과 사업모델들을 평가해 가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은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준 이후 발생하는 사태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에 몰려 있다.

이러한 규제당국의 정책은 비트코인에 대한 활성화보다는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규제당국이 원한다고 통제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국내에서 어려우면 해외거래소에 가서 투자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 중 원화 비중이 달러·엔·유로에 이어 4위에 오를 정도로 큰 시장을 갖춘 한국의 입장에서 이를 단순한 위협으로만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양성화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정인호 객원기자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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