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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가 미래다] ‘형제의 난’ 한국앤컴퍼니 주총에 쏠리는 눈

감사선임 놓고 표 대결 불가피…개정상법 적용 첫 시험무대
  • 한국앤컴퍼니 본사. (사진 연합)
올해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감사위원이 될 사외이사’ 선임이다.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은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감사위원의 3분의 2 이상은 사외이사로 구성한다.

지난해 말 개정된 상법 조항 가운데 재계가 가장 크게 반발했던 것이 있다. 이사 겸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은 이른바 ‘분리선출’ 방식에 따라 선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A, 사외이사로 B를 선임한다고 해 보자. B는 감사위원이 될 사외이사 후보다.

옛 상법을 적용해보자. 이사 선임 표결에서 A와 B는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통과했다. 이제 B는 감사위원이 돼야하기 때문에 또 한 번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사외이사에 선임된 뒤 감사위원 찬반 표결에 들어갈 때는 의결권 제한이 적용된다.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른바 ‘3% 룰’이다.

이 회사 보통주 지분은 대주주가 60%, 수천 명의 소액주주들이 40%를 보유하고 있다. 의결권 행사가능 지분은 총 43%(대주주 3%+소액주주 40%)다. 이제 유효 의결권 지분을 계산해보자. 대주주는 7%(3/43), 소액주주는 93%(40/43)의 유효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이렇게 소액주주들의 힘이 막강해진다. 지분이 많은 대주주 입김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 감사위원 선임을 가능하게 하자는 게 의결권 제한의 취지다.

여기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다. 이사 선임시에는 3% 룰이 배제되므로 어차피 대주주가 선호하는 인물이 뽑힐 수밖에 없다. 또한 그 인물이 결국 감사위원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개정 상법은 감사위원이 될 사외이사 중 최소 1명에 대해서는 다른 이사후보들과 분리해 처음부터 3% 룰을 적용하게 한다.

지난달 24일 한국타이어그룹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 조현식 대표(부회장)가 3월말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에게 뜻밖의 서신을 날렸다.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기업 지배구조 및 회계 전문가인 이한상 고려대 교수(경영학과)를 추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서신에 업계가 주목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대주주 일가 중 한 사람이자 회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조 부회장이 다름 아닌 ‘주주 제안’ 형식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했고, 이 교수가 선임되면 자신은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는 형인 조 부회장이, 주력 자회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동생인 조현범 사장이 대표이사로서 그동안 경영을 맡아왔다. 이 구도에 금이 간 것은 두 형제가 각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지난해부터다.

조 사장은 2008~2018년 협력업체로부터 납품 유지 대가로 6억여 원을 받았다. 그리고 계열사 자금 2억6000만원을 빼돌렸다. 조 부회장은 누나가 미국법인에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인건비 1억여 원을 지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조 사장은 이에 대한 책임과 반성의 의미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내 아버지 조양래 회장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를 매입해 지분을 42.9%까지 늘렸다.

조 부회장의 지분(19.3%)을 압도하며 사실상 후계 승계를 선언했다. 이어 한국앤컴퍼니의 각자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러자 조 부회장과 누나 조경희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등은 “판단력이 온전치 못한 아버지를 이용해 지분을 확보했다”며 가정법원에 심판을 청구해 놓은 상태다.

이런 와중에 조 부회장 측이 주주제안 형식을 빌려 사외이사 후보를 주총 안건으로 상정하려 하자 조 사장 측도 독자 후보를 내세웠다. 형제 간 주총 표 대결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조 부회장은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를 추천한 이유에 대해 “지배구조가 잘 갖춰져야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한 주주와 임직원 피해를 방지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성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환경ㆍ책임ㆍ지배구조(ESG) 경영 없이 기업이 장기적으로 존속하고 발전하는 것은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국앤컴퍼니의 주주총회 지분구도를 분석해 보자(대세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수치를 간단화한다).

3% 이상 지분보유자는 조현식 19%, 조현범 43%, 조희원 11%, 국민연금 5% 등 4인이다. 그리고 일반소액주주 추정 지분율이 20%에 이른다. 분리선출시 4인의 의결권 지분율 합계는 12%(3%x4)다. 여기에 일반소액주주 20%를 더하면 총 32%가 된다. 이를 분모로 하여 의결권 유효지분율을 구해보면 4인은 각각 9%(3/32)고, 일반소액주주는 62%(20/32)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국민연금의 표심은 어디로 향할까. 국민연금이 배임수재와 횡령 등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조현범 사장 손을 들어주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여동생인 조희원 씨는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하지만 회사를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 사장 편에 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식+국민연금’ 대 ‘조현범+조희원’의 구도로 간다면 지분율은 팽팽하게 맞선다.

일반 소액주주의 표심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들은 모래알이다. 이들은 응집해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두 형제는 위결권 위임 작업에 주력할 것이다. 누구의 명분과 취지에 소액주주들은 공감할까. 감사위원 사외이사 분리선출이 적용되는 기업들 중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한국앤컴퍼니 주총은 개정 상법의 취지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프로필

중앙일보, 이데일리를 거치면서 증권, 산업 담당 데스크를 지냈다. 기업의 국내외 거래를 둘러싼 금융 뒷거래를 심층 추적해 기자협회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2년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 현상을 분석하는 전문매체 ‘글로벌모니터’를 전문 기자들과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1일 3분 1공시>, <기업경영에 숨겨진 101가지 진실>, <기업공시 완전정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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