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_더현대서울_전경
‘백화점은 하나의 맛집이 되고 공원이 되었다’. 2016년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트렌드를 이같이 분석했다. 당시 고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객들은 쇼핑만을 위해 백화점을 방문하지 않았다. 백화점은 공원처럼 거닐 뿐 아니라 휴식을 위해 머물기도 하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고객이 기대하는 백화점은 쇼핑, 여가, 문화, 식사, 휴식 등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휴게 공간이었다.

지난달 26일 현대백화점의 16번째 점포가 여의도 대형복합시설 ‘파크원’에 문을 열었다. 마침내 베일을 벗어 던진 ‘더현대서울’이다. 처음 선 보인 더현대서울의 내부는 혁신과 파격의 연속이었다. 5년 전 설문조사 자료에서 고객들이 기대한 공원 개념의 백화점으로 변신한 것이다. 당시 공원이란 단어는 고객들이 계속 쇼핑을 위해 돌아다니며 여가도 즐긴다는 상징적인 의미였다. 더현대서울이 이 개념을 실제로 구현해냈다. 빼곡한 매장들만 진열된 기존의 백화점 전경은 찾기 힘들었다. 그곳에는 자연채광과 조화된 녹색 정원이 펼쳐졌다. 효과적인 공간 창출로 어디서든 자연채광을 즐길 수 있다. 웅장한 폭포소리도 들렸다. 도심 내 숲 속에 들어왔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현대백화점이 자연주의를 택한 이유는 ‘행복’ 때문이었다고 한다. 더현대서울의 슬로건은 '미래를 향한 울림'이다. 더 행복한 내일을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더 행복한 내일을 만들 수 있을까.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자연과 가까운 것이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분명한 방식 중 하나”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_더현대서울내부전경

서울의 랜드마크로 ‘우뚝’ 서다
지난달 28일 상상 속의 백화점, 더현대서울을 찾아갔다. 우선 백화점이란 타이틀이 붙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전통적 쇼핑 공간을 넘어 글로벌 서울을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지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정 회장은 파크원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파크원에 들어서는 현대백화점을 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플래그십스토어로 개발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플래그십 스토어란 성공한 특정 브랜드를 중심으로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을 일컫는다.

창문이 시원하게 보이는 점도 인상적이다. 통상적으로 백화점은 고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창문을 만들지 않는다. 창문이 있으면 고객들이 시간의 흐름을 가늠해 백화점을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현대서울은 이 같은 통념을 거부했다. 거대한 유리천정을 통해 자신감을 표출한 듯 하다. 해가 져도 고객들이 머무르고 싶어하는 백화점이 되겠다는 포부다.

더현대서울의 영업 면적(8만9100㎡ㆍ약 27만평)은 상당하다. 서울에 위치한 백화점 중 최대 규모다. 더현대서울은 이중 51%를 매장 면적(4만 5527㎡ㆍ약 14만평)으로 할애했다. 나머지는 실내 조경이나 고객 휴식 공간으로 활용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 정도는 매장 면적에 적게 투자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더현대서울의 영업 면적 대비 매장 면적 비중은 나머지 15개 점포 평균(65%)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 면적의 절반 가량을 힐링 공간 등으로 조성한 것을 감안할 때 가족 단위 고객들이 많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_더현대서울_워터폴가든전경

공원보다 더 공원 같은 백화점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통해 잘 알려진 ‘오버 더 레인보우’가 울려퍼지는 공원에서 미니 폭포를 마주치는 경험도 색다르다. 1층에 위치한 '워터폴 가든(740㎡, 224평)’에는 12m 높이의 인공 폭포가 지상 3층에서 1층으로 설치돼 쾌적함을 선사한다. 폭포를 둘러싸고 있는 테이블과 벤치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자연채광과 조화된 녹색 정원도 펼쳐졌다. 마치 도심 속 숲을 거닐고 있다는 모습이 연출됐다. 자연친화적인 공간이 고객들의 심신을 어루만져주는 느낌이다. 문득 녹색 정원을 만든 나무들이 실내에서 시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천정부터 1층까지 건물 전체를 오픈시키는 보이드(void) 건축 기법으로 모든 층은 유리 천정을 통해 자연 채광을 받고 있었다.

이날 처음 더현대서울을 찾았다는 이모(37)씨는 “자연채광까지 신경 쓴 백화점은 처음인 것 같다”며 “나무, 잔디 등의 식물들을 건물 내부에서 기를 수 있게 구성한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어 “쇼핑보다 체험형 공간인 것 같다. 식당도 다양하고 포토존이 여러 곳에 위치해 장시간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현대백화점_더현대서울_사운즈포레스트_전경

5층의 실내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3300㎡, 1000평)는 더현대서울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다.주변 여의도공원을 70분의 1 크기로 축소한 것이다. 천연 잔디에 30여 그루의 나무와 다양한 꽃들로 구성된 이곳은 동화 속 정원을 연상케 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영롱한 새소리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회색빛 바위로 만들어진 벤치도 자연 속에서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데 한몫 거들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업계 최대 규모의 실내 정원인 사운즈 포레스트는 고객들에게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원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힐링 명소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래 지향형 리테일 테크
이와 함께 더현대서울 매장 곳곳에서 ‘리테일테크(Retail-tech)’를 접목한 공간과 서비스도 발견할 수 있다. 6층에 들어서는 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가 대표적이다. 언커먼스토어는 33㎡(약 10평) 규모로 패션잡화, 생활용품, 식음료, 굿즈 등 200여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숍이다. 유통업계 최초로 아마존웹서비스(AWS) 기반의 응용 기술과 현대백화점 자체 연구 기술을 더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무인매장을 표방한 이 공간엔 현대백화점 직원 3명이 상주해 고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한 직원은 “‘현대식품관 투홈’ 모바일앱의 QR코드 체크인 기능을 사용해 매장에 입장한 뒤, 선택한 상품을 갖고 매장을 나가면 사전에 등록해놓은 결제수단으로 5분내 자동 결제된다”고 설명했다. 무인매장에 직원이 배치된 점에 대해선 “아직 운영 초기라 이용 안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더현대서울 언커먼스토어 전경/노유선 기자

1층에만 운영된다는 안내 로봇(1대)과 안전관리 로봇(1대)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우선 공간이 넓은 데 반해 배치된 로봇의 개수가 적다는 것이 문제였다. 안전관리 로봇과 안내로봇 둘다 행방이 묘연했다. 안내 데스크조차 안전관리 로봇의 위치를 알지 못했다. 대신 안내로봇은 충전 중이란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더현대서울 안내 로봇/노유선 기자

이외에 앱을 통해 입차부터 출차까지 전 과정을 빠르게 제어하는 ‘VIP 스마트 발렛 시스템’, ‘현대식품관 투홈’ 모바일 앱을 통해 식당 예약과 주문, 배달 및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오더 시스템’, ‘VIP 라운지 얼굴 인식 출입 시스템’ 등도 선보였다.

쾌적한 쇼핑 환경과 세계적 콘텐츠 큐레이션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현대서울은 고객 동선을 고려해서 매장을 새롭게 구성했다. 지상 1층에서 5층까지 모든 매장의 동선을 타원형으로 설계해 순환 동선을 완성했다. 또한 동선 너비를 최대 8m로 넓혔다. 이는 유모차 8대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기존 백화점 점포의 동선에 비해 2~3배 가량 넓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서울을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쉼터와 디스플레이 공간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데 집중했다”며 “내부 기둥을 없애는 혁신을 통해 고객들에게 개방감을 선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건축학을 전공한 유튜버 김모(32)씨는 “엘레베이터 개수와 에스컬레이터 배치가 아쉽다”며 “면적 대비, 수용인원 대비 수직이동 동선 계획이 미흡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입점한 브랜드는 총 600여개에 달하는데 인지도가 높은 매장 위주로 구성됐다. 특히 해외·여성·남성패션·리빙 등 상품군 기준으로 각 층을 구분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층별 테마에 맞게 상품을 큐레이션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하 2층의 테마는 젊은 MZ세대를 겨냥한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Creative Ground)’다. H&M그룹 최상위 SPA 브랜드인 ‘아르켓(ARKET)’,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인 ‘BGZT(번개장터)랩’, 서울 성수동의 문구 전문매장 ‘포인트오브뷰’ 등 국내 백화점에서 보기 힘든 매장들도 입점했다. MZ세대인 김원석(25)씨는 “백화점에 있을 만한 브랜드는 안보이고 없을 만한 브랜드가 오히려 있었다”며 “백화점이라기보다 쇼핑몰 또는 아울렛에 가깝게 느껴졌다”고 감상을 전했다.

1층에는 독보적 럭셔리란 의미를 담은 ‘익스클루시브 레이블(Exclusive Label)’이 위치한다. 구찌·프라다·보테가베네타·버버리·발렌시아가 등 30여 개 해외패션·명품 브랜드 매장과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 30여 곳이 입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루이비통 등 다수의 유명 명품 브랜드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오픈 후에도 지속적으로 명품 브랜드를 보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소위 '3대 명품'이 입점하지 않은 것을 의식한 듯했다.

2층은 '모던 무드(Modern Mood)'를 콘셉트로 해외 컨템포러리 의류 매장과 명품 슈즈 전문관이 들어왔다. 영국 프리미엄 SPA 브랜드 '뱀포드(Bamford)'와 이탈리아 바버숍 '바베노리스' 등이 국내 유통업계에 처음 선보인 것도 특이점이다. 3층은 '어바웃 패션(About Fashion)'이란 이름으로 여성·남성패션 브랜드와 구두·잡화 큐레이션 전문관 등이 입점했다. 4층에는 '라이프 앤드 밸런스(Life & balance)'를 테마로 가구와 침구 등 리빙 브랜드와 아웃도어·골프 매장이 함께 들어섰다.

사운즈 포레스트를 중심으로 5층과 6층에는 문화·예술과 여가생활 그리고 식사 등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컬처 테마파크’가 조성됐다. 5층에는 키즈 전문 편집매장인 ‘스튜디오 쁘띠’와 키즈 유튜브 체험공간 ‘플레이 인더 박스’ 등 유아동 브랜드 매장이 들어왔으며, ‘삼성·LG 메가 스토어(각 약 660㎡ㆍ약 200평)’는 백화점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6층에는 200여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 ‘알트원(ALT.1)’과 차세대 문화센터 ‘CH 1985(Culture House 1985)’가 들어섰다. 식음료(F&B) 공간인 ‘그린돔은 5층과 6층 두 개 층을 연결했다. 알트원은 오는 6월 27일까지 '앤디워홀 : 비기닝 서울'이란 앤디 워홀 대규모 회고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