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지원 아닌 협업 형태 상생 활동이 핵심

위메프 W아카데미 전경. W아카데미는 790㎡(239평) 규모, 5개 층 단독 건물 전체를 소상공인에 개방한다. (사진=위메프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들이 많아지면서 유통업계가 소상공인들의 판로 확보를 돕는 상생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이런 상생 활동은 유통기업들에게도 이색적인 상품과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서로 ‘윈윈’(Win-Win)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다”며 “비대면 소비 트렌드 속에서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온라인 기반 상생 활동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런 활동들은 유통업계 전체의 활력소가 되는 등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외부활동 제한으로 온라인 판로 확대 지원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이 1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결국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소비자가 매장 등의 현장을 직접 방문해야만 경험할 수 있던 제품과 서비스를 온라인을 통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상생 활동이 주목 받고 있다.

디자인 전문 쇼핑몰 텐바이텐은 ‘집콕’ 생활에 지친 소비자와 지역 소상공인을 연결해 주는 랜선 프로젝트 ‘즐겨찾길’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감성 체험 프로젝트를 표방하고 있는 즐겨찾길은 지역 고유 감성을 담은 굿즈 제작과 온·오프라인 연계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매장 방문객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규모 오프라인 브랜드에게는 온라인을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텐바이텐은 이번 달 즐겨찾길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장소로 예술의 역사가 남아있고 개성 있는 외관과 볼거리가 풍성한 ‘서촌’을 선정했다. 편집샵, 책방, 카페 등 서촌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브랜드 여섯 군데를 선정해 순차적으로 소개하고 각 브랜드 특성을 담은 한정판 굿즈를 증정하는 온라인 이벤트도 다음달 22일까지 진행한다.

텐바이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소상공인들뿐만 아니라 고객들도 해당 지역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오프라인 감성이 그리울 것이라 생각해 즐겨찾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며 “집콕 생활에 지친 소비자가 많은 만큼 즐겨찾길 프로젝트처럼 지역 기반 소규모 브랜드와 온라인 기업 간 협업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의 경우에도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소상공인의 판로 확대를 지원하는 ‘전국별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별미 서비스를 이용하면 전국 각지의 신선한 먹거리를 산지 직송으로 전달받아 원하는 곳에서 먹을 수 있다. 단순히 배달 요리 개념을 넘어 제품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전달하는 브랜드 스토리텔링 마케팅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텐바이텐 즐겨찾길 프로젝트. (사진=텐바이텐 제공)
이커머스 진출 돕는 오프라인 거점 마련

위메프가 서울 강남구에 소상공인들의 이커머스 진출을 돕는 오프라인 거점을 마련했다. 위메프가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유통센터와 손잡고 소상공인 콘텐츠 종합시설 ‘W아카데미’를 오픈한 것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인근에 위치한 W아카데미는 790㎡(239평) 규모, 5개 층 단독 건물 전체를 소상공인에 개방한다.

위메프에 따르면 W아카데미는 ‘셀러가 성장하는 판매스쿨’을 목표로 판매 컨설팅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스튜디오, 강의실, 공유 오피스 등 공간은 물론 업무에 필요한 장비와 기자재도 지원한다. 또 1대1 매칭 컨설턴트, 영상 콘텐츠 제작을 위한 전문PD 등이 상주해 방문한 소상공인의 온라인 진출을 돕는다. 소상공인이면 누구나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김지훈 위메프 운영본부장은 “W아카데미가 소상공인들이 언제든 방문해 온라인 시장 진출을 위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위메프가 가진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소상공인 성장을 위한 인프라와 프로그램을 더욱 탄탄하게 갖추겠다”고 말했다.

삼진식품도 지역 상생 강화를 위한 복합문화공간 ‘아레아식스(AREA6)’를 부산시 영도구에 지난달 개관했다. 아레아식스는 삼진식품이 부산시 영도구 본점 부근에 위치한 낡은 집들을 사들여 새로 개발한 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차료로 기업에 제공하는 공간이다.

이 밖에 이마트는 2016년부터 전통시장과의 공존을 위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상생스토어는 노브랜드 상품을 주력으로 파는 전문점으로 전통시장 내 위치해 ‘앵커 시설’(손님을 유인하는 핵심 시설)로 소비자를 유입시키는 형태로 상생 역할을 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통시장의 주력 상품인 신선식품은 취급하지 않는다”며 “노브랜드를 찾는 소비자 발길이 시장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해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CU X 맛남의광장 제주 참조기 정식. (사진=BGF리테일 제공)
‘밀키트 제작부터 특산물 활용까지’ 먹거리 상생

지역에 위치한 맛집 메뉴를 밀키트로 제작하거나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간편식 제작을 통해 판로 확대에 도움을 주는 먹거리 상생 활동도 인기다.

먼저 CU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 ‘맛남의 광장’과 손잡고 ‘우리 농어가 판로 개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장마와 태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충남 예산의 사과 농가 제품을 활용해 만든 ‘애플파이’를 시작으로, 11월 국내산 오리고기를 사용한 ‘우리오리 덕 정식’ 도시락, 올해 1월 제주도 참조기 구이를 활용한 ‘제주 참조기 정식’ 도시락, 포항 구룡포 과메기를 활용한 ‘구룡포 과메기쌈’ 제품 등 국내 농어가를 도와주는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12월 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 해양바이오연구센터와 공동 개발한 가정간편식 3종을 선보였다. 당시 GS리테일은 특산물 기획전 등 단순 판로를 지원하는 기존 방식을 넘어 진일보한 상생 모델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 상품 기획 인력을 투입하고 전라남도 수산물 전문 연구 기관인 해양바이오연구센터와 적극 협업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공동 개발 상품을 선보인 것이 호평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2월 소규모 지역 양조장의 판로 확대를 지원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특산물을 활용한 과실주를 선보였다. 충주와 천안 지역 대표 특산물인 사과와 포도를 활용한 ‘요새로제’, ‘두레앙 거봉와인’ 2종이다. 요새로제는 양조 스타트업 ‘댄싱사이더컴퍼니’가 제조한 제품으로 충주사과를 활용해 만든 애플사이더(사과주)다. 두레앙 거봉와인은 천안 거봉포도를 활용했고 거봉포도 농사를 짓는 농민 30명이 함께 만든 법인 두레양조가 만들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