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등 관계부처 ‘차량용 반도체 단기 수급 대응 및 산업역량 강화 전략’ 발표

산업통상자원부 세종청사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중국발(發) 자동차 수요 증가에 따른 차량용 반도체의 글로벌 공급 부족 현상을 완화하고자 우리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이 앞으로는 동일한 문제를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 한국의 차량용 반도체 기술 및 생산성을 끌어 올려 관련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돕는 게 골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는 지난 10일 ‘차량용 반도체 단기 수급 대응 및 산업역량 강화 전략’을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여기서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을 깨기 위한 단기 대책과 중장기 대책을 별도로 내놓았다.

정부는 공급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민관 협력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며 “주요 국가, 해외 반도체 기업, 협회 등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7일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품에 대한 신속 통관을 지원해오고 있으며, 향후에 수입 차질 및 생산 중단이 우려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행정 긴급지원 적용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이는 원·부자재의 신속통관과 항공운송 운임 특례 및 해외 통관애로 해소 등을 전폭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단기간에 대체 공급이 가능한 차량용 반도체를 긴급 공급한다고도 밝혔다. 국내 업체에서 개발 완료한 차량용 반도체 부품·모듈에 대한 성능평가를 신속하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양산성능평가지원 사업에 400억 원을 투입했으며, 이 가운데 차량용 반도체 분야를 별도 트랙으로 신설했다. 정부는 “기업 수요조사를 거쳐 상반기 중 지원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또 자동차 기업과 반도체 기업(파운드리, 팹리스 등)이 연계한 소부장 협력모델을 발굴, 연구개발(R&D)과 세제 및 고용·인허가 등의 특례지원 역시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 현상을 계기로, 이를 방지할 중장기 대책도 구상했다. 국내 차량용 반도체의 산업 역량을 강화하는 게 핵심으로,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산업부 등은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 사업, 자율주행 기술개발 혁신사업 등 관련 R&D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부품 자립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전기차 전력제어 반도체 모듈 ▲자율주행용 통신반도체 ▲인공지능(AI) 반도체 ▲영역별 통합제어 반도체 모듈 등에 대한 신규 과제 기획·지원을 추진할 방침이다. 기존에 이뤄져 온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R&D 과제 지원도 지속 확대를 추진할 예정으로, 지난해 513억 원 수준이었던 지원비를 내년에는 777억 원까지 끌어 올릴 예정이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차 등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반영한 대책 마련에 힘쓴 흔적이 역력하다. 정부는 “전기차, 자율차 등 미래차의 전력 소비 확대에 대응할 것”이라며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차세대 전력 반도체의 기술 역량 강화를 돕겠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실리콘(Si) 대비 전력 효율과 내구성이 뛰어난 실리콘카바이드(SiC), 질화갈륨(GaN) 등 신소재 기반 반도체의 초기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한 R&D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애 더해 팹리스, 파운드리의 차량용 반도체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완성차 적용을 지원하기 위해 ‘가능안전평가·신뢰성 인증’ 인프라를 구축할 방침이다. 국내·외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를 팹리스가 부담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시제품 제작비용 지원을 늘리는 등의 방안도 이에 포함됐다.

완성차 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겪고 있다.
앞서 자동차 기업들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생산·판매에서 전부 커다란 피해를 입고 잇달아 감산에 돌입한 바 있다. 자연히 차량용 반도체 구입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에 반도체 기업들은 비대면 활성화로 수요가 쏠린 모바일 및 IT 등의 분야에 생산력을 집중했다.

그런 상황이 이어지다가 지난해 10~12월 중국 등지에서 신차 주문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미국 포드, 독일 폭스바겐, 일본 도요타 등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마저 코로나19의 후유증에 더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국내 현대·기아차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편으로 꼽힌다. 2019년 겪은 일본과의 수출규제 갈등이 되레 도움이 된 모양새다. 당시 글로벌 공급망을 두루 살핀 현대차는 여러 부품들의 재고량을 늘렸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현대·기아차 또한 피해가 불가피해진다. 재고분이 다 소진되면 한정된 공급 물량을 둘러싼 발주 경쟁에 가담해야만 한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