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직격탄 맞은 여권, 부패방지 5법 추진
박영선 “특검 건의”…여권 내 변창흠 장관 사퇴론도 확산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3차 정례 브리핑에서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직접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LH 투기 의혹’과 관련해 1차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대상자가 적고 직계가족은 제외되는 등 ‘수박겉핥기’식 졸속 조사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현행법 상 환수나 몰수 등 실제 처벌이 가능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선거를 앞두고 성난 민심이 들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랴부랴 부패방지 5법을 추진하고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LH에 대한 특검 수사를 건의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투기의 예방·적발·처벌·환수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여권에서조차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사퇴론이 확산되는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론의 강한 불신이 산불처럼 거세게 번지고 있어 진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투기 의혹 대상자 7명 추가 적발…기대치 밑돌아

지난 11일 발표한 정부합동조사단의 LH 직원 땅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 20명에게서 투기 의혹이 발견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토부와 LH 임직원 등 총 1만 4000여 명의 거래내역과 소유정보를 조사 결과 20명을 투기 의심자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토지거래는 주로 광명·시흥 지구에서 이뤄졌으며 또다른 3기 신도시 지구에도 투기 의심사례가 나왔다.

정 총리는 이와 관련 “국민의 꿈과 희망을 악용하여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운 공기업과 공무원들의 범죄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라며 “조사 대상을 경기, 인천, 기초지자체 및 지방공기업 임직원으로 확대해 티끌만한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공공부문 투기행위 근절을 위한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차명거래 등 각종 투기의혹은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불법행위 여부를 가려내고 처벌받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투기의혹과 관련된 신고내용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 발표할 예정이다. 공직자 및 공기업 임직원의 투기행위를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완비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경제부총리 중심으로 LH 혁신방안도 마련한다.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허위매물, 기획부동산, 떳다방 등 부동산 시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과 불공정 행위를 엄단할 특단의 방안을 마련해 강력하게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투기 행위 합당한 처벌 가능할까…‘국정감사 실시’ 국민청원

그러나 드러난 투기 행위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무상 비밀을 이용한 토지 매입을 증거를 통해 입증하는 등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는 이상 처벌이 안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LH 의혹 폭로 후 7일 뒤에야 압수수색이 들어간 것도 이미 증거를 인멸할 충분한 시간을 줬다는 것이다. 1차 조사결과에서 밝혀진 투기 대상자가 20명으로 예상을 밑도는 점도 정부의 조사 결과와 방지 대책을 신뢰할 수 있는가에 의문점을 낳고 있다. 참여연대 등이 폭로한 13명 외에 추가로 적발한 직원 수가 7명에 그친 점도 불신을 낳은 요소이다.

민심의 폭풍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대규모 공급안을 부동산 대책으로 들고나온 가운데 정작 주택 공급을 주도해야 할 LH 직원들이 투기 세력으로 밝혀지자 공급책 자체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투기 의혹에 대해 정부 조사가 아닌 국정감사나 검찰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광명 시흥 신도시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 는 의견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투기가 일어난 시기에 LH 사장으로 재직한 변 장관에 대한 사퇴론은 정치권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여당 ‘공직자 투기 및 부패 방지 5법’ 추진안 발표

걷잡을 수 없는 민심을 의식한 듯 여당은 정부 조사결과가 발표된 당일 3기 신도시 투기와 관련, 공직자 투기 및 부패 방지 5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5법은 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윤리법, 공공주택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부동산거래법 등이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지난 11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사회 공정 질서 확립을 위해 공직자 투기·부패 방지 5법을 최우선 입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공공주택법 개정안은 업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처벌 범위를 미공개 정보를 부정하게 이용한 종사자, 제3자인 외부인까지 확대하고, 부당이익을 최대 5배까지 환수하고 가중처벌하는 법안이다. 김 대행은 “공직윤리법, 토지주택공사법 개정을 통해 사전예방시스템을 확립할 것”이라며 “LH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부동산 거래조사를 하고, LH 직원이 보유한 토지는 대토보상·이주대책·생활대책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12일 민주당에 이번 사태 관련 특검 수사를 건의했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안국빌딩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어제 정부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투기 의심사례가 추가로 확인됐지만 시민들이 신뢰하지 않는다”며 “특검을 정식으로 건의한다”고 요청했다.

홍 부총리도 같은 날 “‘부동산 범죄와 전쟁한다’는 각오로 투기 조사 수행, 투기 근절방안,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에 전력투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부동산 투기 근절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투기와 불법행위를 사전에 막는 예방대책, 불법이 있을 경우 반드시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대책, '일벌백계'의 대책, 불법·부당이득은 얻은 이상으로 회수하는 환수 대책 등 네 가지 대책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LH에 대해서도 주택 공급 등 본연의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를 손봐 혁신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부동산 대책은 신도시 지정 취소 등 변경 없이 계획대로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의 발빠른 움직임이 민심을 돌려세우고 향후 부동산 정책에 힘을 실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이번 투기 의혹에 대한 여론은 최근 몇 년간 정부가 숱한 부동산 정책을 내왔지만 결과는 매번 집값과 전셋값 폭등으로 돌아오면서 서민들의 큰 분노와 좌절감이 응집되면서 더 크게 쏟아지고 있다”며 “정부가 강력한 처벌이든 효과적인 공급책이든 실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이상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전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