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모든 공직자 부동산 재산등록 검토oLH 조직분리 논의”
선거 앞두고 특검 둘러싼 여야간 입장차 줄다리기중

장충모 한국토지공사(LH) 사장 직무대행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 직무대행, 윤성원 국토교통부 차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제공=연합뉴스
국민적인 분노를 불러일으킨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사태가 여야의 특별검사와 전수조사 합의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의 뜻을 밝히며 사태를 빠르게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사태 재발을 위해 모든 공직자가 부동산 재산을 등록하도록 추진하고 LH 혁신을 위한 조직 분리도 검토할 방침이다.

여야는 지난 16일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국회의원 300명 전원의 전수조사와 특검 도입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LH 사태가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특검을 둘러싼 셈법을 놓고 여야의 기싸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선거를 앞두고 LH 관련 파문이 확산되려는 것을 막으려는 민주당과 반대로 투기 의혹을 중심으로 여권을 압박하고 있는 국민의 힘이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야의 줄다리기 속에 특검과 국정조사, 공직자 전수조사가 어떤 형태로 급물살을 탈 지, 아니면 정쟁으로 인해 논란만 이어질 것인지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 ‘LH 사태’ 특검 도입 큰 틀에는 합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전수조사와 특검, 국정조사 등을 함께 요구했다. 앞서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300명 전수조사와 특검을 하자고 제안한 것에 국정조사를 포함해 제안한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3월 임시국회 회기 중에 LH 특검 법안이 본회의에서 즉시 처리될 수 있도록 특검 법안을 공동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LH파문의 근원지인 광명, 시흥, 남양주왕숙, 인천계양테크노밸리, 하남교산, 고양창릉, 부천대장 공공주택지구 등 3기 신도시 토지거래자 전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강도 높은 청와대 전수조사도 요구했다.

민주당은 주 원내대표의 요구사항을 수용했다. 김 대행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제안에 늦게나마 현명한 결정을 해주어서 다행스럽다”면서 국정조사 제안도 수용하겠고 했다. 그러나 국정조사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김 대행은 “조사를 제대로 하려면 개인정보를 다 받아볼 수 있어야 하는데 국정조사에서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방대한 양의 조사를 국회 인력으로 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 “국민들게 송구하다” 사과로 빠른 수습 의지

같은 날 문 대통령은 LH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최근 LH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으로 가야 할 길이 여전히 멀다는 생각”이라며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다. 특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께 큰 허탈감과 실망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LH 사태가 불거진 지 두 주가 지나서 나온 대국민 사과였다.

문 대통령은 이어 “공직자들의 부동산 부패를 막는 데서부터 시작해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의 사슬을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전날 ‘부동산 적폐 청산’ 언급에 이어 하루만에 사과한 것은 LH가 모든 국정 이슈를 덮고 있는 상황을 빠르게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대통령의 빠른 수습 의지에도 불구하고 LH 사태 대응 관련 특검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검 도입’이라는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사실상 조사대상·시기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선거 앞두고 특검 조사대상·시기 놓고 여야 갑론을박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17일 특검과 국정조사,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등을 놓고 논의를 거듭했으나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민주당은 특검의 경우 문제가 된 토지를 중심으로 거래내역과 자금 출처 등을 조사하고 전수조사는 별도 기관이 모든 선출직 공직자와 재보선 후보 등까지 살펴보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특히 특검의 수사 대상을 3기 신도시만으로 국한하지 말고, 시기·지역을 대폭 늘리자는 것이다. 여기에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의 부동산 개발도 포함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LH 사태로 수세에 몰려 있는 여당이 선거 국면에서 지난 정권의 개발 지역까지 끌어들여 국면전환을 시도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특검과 국정조사를 동시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국회에 LH 의혹 관련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면서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공무원 등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특검 수사 대상을 대폭 확대하되 국회 국정조사도 동시에 실시해 3기 신도시 전체 거래는 물론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하자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이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구입한 부산 엘시티 아파트의 특혜 분양 의혹에 대해서도 특검 수사를 요구하자 국민의 힘은 “선거전략용 물타기”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LH 특검은 여야가 3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더라도 준비 기간을 거치면 실제 수사는 4월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말까지도 수사가 계속될 수 있다. 이는 차기 대선 국면까지 LH 특검 이슈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현재 구도에서 여야 모두 유불리를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권이 어느 칼에 치명타를 입을지 미지수다. 따라서 특검을 통해 특정 정당 소속 의원이나 관계자의 대형 비리가 쏟아져 나올 경우 그 정당은 대선 국면에서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한편, 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19일 LH 사태 재발을 위해 모든 공직자가 부동산 재산을 등록하도록 추진하고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해 LH 조직 분리도 검토하겠다고 밝혓다. 김 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 당정협의회에서 “LH 등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는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향후 공무원과, 공공기관, 지자체와 지방 공기업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로 부동산 재산등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부동산 거래시 사전 신고제 도입도 적극 검토하도록 하겠다며 “부당이익이 있다면 취득이익의 3배에서 5배를 환수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