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역할 논란 사외이사진의 전원 유임…눈치보기 상응책 차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제2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가 지난달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하반기 중간배당을 약속하며 주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앞서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따라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주주배당금 비율)을 20% 수준으로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금융지주사가 실제 배당성향을 낮추자 주주들의 불만이 커진 데 대해 사과한 것이다. 주주들의 반발에 금융지주사들은 일제히 중간 배당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금융권에서는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금융지주사들은 그간 비판을 받아온 사외 이사들을 이번 주총에서 모두 연임시키면서 한숨을 돌린 상황이기도 하다.

4대 금융지주사 “중간·분기배당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

4대 금융지주사는 지난달 25~26일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중간ㆍ분기배당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4대 금융지주사 대부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최대 실적을 내는 등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금융당국 요구를 수용해 배당성향을 낮추자 주주들의 반발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를 의식한 약속이다.

4대 금융지주사들은 신한금융을 제외하고 모두 20%로 배당성향을 낮췄다. 전년에 비해 각각 KB금융 6%포인트, 우리금융 7.1%포인트, 하나금융 5.8%포인트씩 감소한 수치다. 금융당국이 실시한 재무건전성 평가를 유일하게 통과한 신한금융만 배당성향을 22.7%로 결정했다.

금융지주사들은 하반기에는 공격적인 배당확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달 26일 주주총회에서 “배당성향이 30%는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며 “이른 시일 내 그 수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같은 날 주총에서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배당제한 권고 6월말 종료

금융당국의 배당제한 권고가 끝나는 6월말 이후 중간배당을 실시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윤 회장은 “중간배당, 분기배당은 정관에 허용돼있다”며 “최근 분기 또는 반기별로 배당을 공급할 필요성이 커진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주주총회에서 분기배당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정관을 변경했다. 연간 최대 2회까지만 배당이 가능했던 것을 최대 4회까지로 늘렸다. 우리금융지주도 주총에서 배당가능이익을 확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이입시켜 4조원 가량의 배당가능이익을 확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나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매년 중간배당을 실시해왔다.

금융지주 이사진, 채용비리·사모펀드 사태 불구 모두 연임

주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금융지주사들의 움직임은 최근 금융지주 이사진이 사실상 모두 유임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지난 3년간 채용비리, 사모펀드 사태 등에도 불구하고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모두 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사외이사들이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기금은 우리금융 사외이사 다수에 대해 반대표 행사를 결정하고, 글로벌 자문기관 ISS도 신한·우리금융 사내외 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나 4대 금융지주의 이번 주총에서는 임기 만료된 사외이사 26명 중 22명이 재선임됐다. 재선임되지 않은 4명은 최대임기 6년을 모두 채워 교체됐기 때문에 사실상 전원 유임인 셈이다.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 찬성표로만 일관하고 감시와 견제 역할을 못해왔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4대 금융지주가 올린 원안대로 안건이 모두 통과된 것이다.

앞서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달 26일 주총이 열리는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회사 경영진과 사외이사의 연임을 비판했다. 이들은 “사모펀드 부실 판매와 채용비리 사태가 발생하는 동안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던 사외이사들의 재선임을 중단하고 공익 이사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배당성향 축소에 이어 논란이 된 사외이사 연임 비판 여론에 직면한 금융지주사들이 약속한 대로 하반기 중간 배당을 실시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들을 유임시킨 데 대한 금융지주사들의 이미지 제고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는 6월까지 유효한 한시적 조치지만 실제로 이들이 중간 배당을 실시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