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인프라투자 방안을 내놓았다. 내용은 크게 넷으로 나눠진다.

먼저 교량과 도로 등에 6,200억 달러,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에 5,800억 달러 등을 지원해 인프라 개선과 제조업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하도록 노력한다. 둘째,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는 법인세를 21%에서 28%로 높이는 방안에 국한한다. 법인세 인상으로 미국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9% 정도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할 걸로 보인다. 셋째, 지출은 8년 동안 시행하지만 비용은 15년에 걸쳐 충당한다. 이 때문에 정부 부채가 늘고, 국채 발행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은 중국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반도체, 태양광, 배터리, 5G 네트워크 등을 혁신한다.

주식시장은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반겼다. 정부 지출 규모가 시장이 기대했던 2조달러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은 지난 1월 중순 예고했던 경기 재건 법안의 일부에 해당한다. 시장에서는 이 계획 규모를 2조달러로 잡고 있었는데 그보다 10% 정도 늘어난 것이다. 앞으로 나올 다른 정책을 감안하면 총지출 규모가 4조달러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작년 미국의 민간 고정자산투자 3조5000억달러를 웃도는 규모로 8년에 걸쳐 추진되는 정책임을 감안하더라도 작지 않은 규모다.

정책 내용 중 신기술 관련 투자 비중이 높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이번에 발표된 계획 중 전통적인 인프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광대역 통신망과 전기차 충전소 등 신기술 관련 인프라투자가 50%를 넘는데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라는 측면에서 주식시장이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프라 투자로 증세와 금리 상승 불가피

모든 정책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인프라투자 계획도 마찬가지다. 정부지출이 늘어 경기가 회복되고, 첨단 산업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금리 상승과 증세라는 부정적 요인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정책이 발표된 후 1.77%까지 상승했던 미국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이 1.6%대로 다시 하락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모든 방안을 통틀어 3조 달러 정도의 지출 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실제는 이번에 2조2000억달러 외 추가 지출을 편성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금리는 추가 지출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정부의 부담이 줄었다는 쪽으로 반응했다. 이는 일시적 모습일 뿐 계속되기 어렵다. 이미 발표된 방안만으로도 상당 규모의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고, 경기 부양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져 금리가 더 올라갈 수 있다.

증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여서 피해가기 힘들다. 연초 1조9000억달러의 부양책을 통과시킬 때 사용된 예산조정절차는 회계연도 중 한 번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10월 이전에 다시 사용할 수 없다. 공화당이 증세에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민주당이 단독 처리하기도 힘들어 협상과정에서 증세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증세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세금을 더 걷지 않으면 채권 발행을 늘려야 하고 그마저 안되면 정책을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종대표주보다 경기 관련 주식에 투자를

인프라투자 방안이 나오면서 미국 시장에서 대형 기술주가 상승했다. 인프라투자 내용이 전통 분야보다 신기술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우려했던 빅테크 기업을 제재하는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 기술주 주가가 작년 12월 수준으로 후퇴할 정도로 부진했던 것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됐다.

미국 기술주 상승으로 우리 시장에서는 업종 대표주가 올랐다. 작년에 두 주식이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유사한 모습이 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 반도체와 자동차가 중심이었는데 이 주식들은 향후 시장이 어떤 형태가 되더라도 주가가 한번은 오를 가능성이 있었다.

만약 향후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갇혀버린다면 시장은 순환매 외에 대안이 없다. 코스피가 2950에서 3100까지 올라오는 과정이 박스권내 순환매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반도체와 자동차가 마지막까지 상승에서 제외됐었다. 이들이 올라야 순환매가 완성될 수 있었는데 그 과정이 진행된 것이다.

미국의 인프라 투자계획을 계기로 코스피가 상승으로 전환했다면 반도체와 자동차가 오를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앞으로 주식시장이 실적을 중심으로 기업내용을 따지는 형태가 될 텐데, 이 때 반도체와 자동차가 선두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형 기술주 상승으로 시작된 업종 대표주 강세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업종대표주가 계속 오르기 보다 조선,해운, 철강 등 경기 관련 주식으로 매수가 다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3월에 수출이 16% 증가해 사상 세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국내외 모두에서 재정 지출이 강화된 점을 감안하면 경기 회복세가 더 뚜렷해질 것이다. 지난 두 달간 종목별 주가 움직임을 보면 다른 주식은 순환매에 머물러 있는 동안 조선, 해운 같은 경기 관련주는 추세를 가지고 꾸준히 상승했다.

경기 회복이 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인데 이들을 끌어올린 동력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 역시 지난 3월말 15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 덕분에 성장률 전망이 이전보다 0.5%포인트 올라갔다. 시장의 초점이 경기 회복에 맞춰지고 있는 만큼 코스피보다 종목별 움직임에 집중하는 게 맞는 전략이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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