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에 근무하는 MZ세대 직원이 '간편 보고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다.(사진=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이 형식 위주의 대면 보고 방식에서 벗어나 MZ세대(밀레니얼 + Z세대) 직원들을 위해 ‘비대면 보고 문화’를 도입한다. 현대백화점은 직원 약 80%가 MZ세대다.

현대백화점은 이달부터 사내 온라인, 모바일 그룹웨어(업무관리 프로그램) 내에 새로운 방식의 전자결재 시스템인 ‘간편 보고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19일 밝혔다.

MZ세대 위한 ‘간편 보고 시스템’ 도입
현대백화점의 이 같은 파격은 MZ세대 직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형식적인 대면 보고 대신 MZ세대 직원의 눈높이에 맞춰 ‘보고 문화’를 새롭게 재정립하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직원들에겐 익숙한 정형화된 보고 양식이나 대면 보고가 MZ세대 직원들에게는 경직된 조직문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현대백화점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를 배려해 간편 보고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MZ세대뿐 아니라 직원들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보고’에 대한 부담을 줄여 업무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7명(67.4%) 가량의 직원이 업무하는 데 있어 보고가 가장 어렵다고 답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간편 보고 시스템을 도입한 데는 재택 근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 공유 등 직원들간 소통을 독려하고, 개인 SNS 메신저와 업무 메신저를 분리해 직원들의 사생활도 존중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

2만여개의 결재판 과감하게 없애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은 2만여 개의 결재판을 없앴다. 대신 ‘간편 결재’와 ‘보고톡’으로 구성된 간편 보고 시스템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간편 보고 시스템은 ‘간편 결재’와 ‘보고톡’으로 구성됐으며 기존 PC는 물론, 모바일을 통해서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간편 결재’의 경우, 품의서나 내부 공문, 근태원 등 기존에 사용되던 결재 문서 양식 대신 5~6줄의 간단한 문장만으로 보고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간편 결재 버튼을 누르면, 일반 메신저의 ‘쪽지 보내기’ 기능처럼 결재받을 사람과 제목, 내용을 적는 입력창만 열린다. 불필요한 내용을 넣지 않고, 핵심이 되는 내용만 입력하면 되기 때문에 보고 문서 작성에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간편 결재는 허례허식 보다는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해, 이들이 보고서 양식을 채우는 데 소비하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업무 본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도”라며 “이번 간편 보고 시스템 도입으로 460여 개의 기존 보고서 양식을 간편 결재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업무 내용을 비대면으로 보고하거나 공유할 수 있는 ‘보고톡’ 기능도 도입한다. 결재가 필요 없는 내용 등을 일과시간 중 팀 내에 전달하고 공유하는 일종의 ‘팀 공유 대화방’으로, 전달된 내용에 대해 수시로 공유하거나 확인할 수 있다.

보고 문화 개선 및 직원간 소통 확대 모색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보고 문화 개선은 기존 탑다운(Top-down, 하향식) 방식의 수직적 조직문화에서 MZ세대가 기탄없이 의견을 낼 수 있는 바텀업(Bottom-up, 상향식) 방식 기반의 수평적 조직문화로 나아가기 위한 첫 단계”라면서 “이번 간편 보고 시스템 도입이 보고 문화 개선은 물론, 직원간의 소통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특히 ‘보고 문화 개선’에 대한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사내 캠페인 ‘보고, 쉽다’를 진행하고, 별도의 캠페인송도 제작해 업무 시간 중 방송할 예정이다.

또한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간편 보고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대면 보고도 점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전자결재 방식을 간편 보고 시스템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간편 보고 시스템 도입은 단순 보고 문화 개선뿐 아니라 MZ세대 중심의 유연하고 민첩한 조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내 캠페인 등을 통해 보고 문화 개선에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